"태광실업·김제동 세무조사, 중대한 조사권 남용 의심"

피용익 2017. 11. 2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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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개혁TF, 과거 세무조사 점검결과 발표.. 62건 중 5건 조사권 남용
감사원 감사 등 국세청장에게 권고, 태광실업은 공소시효 등 검토해 조치 필요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지난 2008년 부산지방국세청은 태광실업에 대한 탈루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세청 본청 조사국에 교차조사(관할조정)를 신청했다. 이 결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태광실업에 대한 교차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교차조사 신청과 승인 절차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졌다. 특히 태광실업과 관련된 기업 수십개가 조사 대상으로 추가 선정되는 등 조사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됐다. 일부 업체는 탈루 혐의가 미미한데도 조사 대상에 올렸고 중복 조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세청이 운영 중인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TF)가 20일 공개한 ‘과거 세무조사 점검 결과’는 그동안 국세청이 수행한 일부 세무조사에 중립성과 공정성이 결여돼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TF는 과거 국회·언론 등에서 논란이 제기된 총 62건의 세무조사에 대해 점검을 실시했으며, 이 가운데 5건의 세무조사에서 일부 중대한 문제점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TF는 특히 2008년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고 결론 내렸다. TF는 “조사 과정 전반에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있었을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며 “세무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위배한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단초가 된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는 검찰 조사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 검찰 조사를 받다가 이듬해 자살했다.

TF는 “범칙조사 전환 및 고발 절차가 단기간에 긴박하게 처리된 것으로 보이고 조사가 종료되기 전에 검찰에 고발 조치한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며 검찰 고발이 서둘러 이뤄진 점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TF는 국세청장을 상대로 “공소시효의 도과 여부 등 법적 요건을 검토해 적법 조치하고 강도 높은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 또 조사권 남용 수단으로 비판을 받은 교차조사에 대해서는 근본적 개선방안을 마련해 즉시 시행하고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의 객관적인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TF는 촛불시위에 참여한 연예인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 최순실 국정농단 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박으로 이뤄졌다는 컨설팅업체 조사 등에 대해서도 권한 남용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세청이 김제동, 윤도현 등 촛불 관련 연예인 세무조사를 했고 당시 조사국장이던 김연근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국정원과 접촉해 세무조사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TF는 보복성 세무조사로 의심되는 이들 3건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인만큼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고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처리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컨설팅 업체인 대원어드바이저리의 이현주 대표가 2014년 청와대 측의 요청으로 김영재 의원의 중동 진출 방안을 검토한 다음 부정적 의견을 냈다가 이후 보복성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TF는 “탈세 제보를 토대로 한 조사임에도 주조사 대상자에 대한 세금 추징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서 개별 탈루 혐의 분석 내용에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TF는 중간 진행 상황은 공개하지 않고 TF 활동이 마무리되면 최종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정감사에서 비공개 운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중간 진행 상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TF는 “국회·언론 등에서 논란이 제기된 세무조사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깊이 있게 점검·평가했다”며 “다만 현행 국세기본법 해석상 TF 외부위원들의 세무조사 열람 등 직접적인 접근이 어려웠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TF는 점검 결과를 토대로 종합적인 국세행정 개혁방안을 마련해 다음 달 중 발표하고 조속한 실행계획 추진을 국세청장에게 권고할 계획이다.

피용익 (yonik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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