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GS건설, 조달청·경기도에 수십억원 로비..5000억원대 관급공사 불법 수주"

조해수 기자 입력 2017. 11. 2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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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측 브로커 인터뷰 "심의위원들에게 1억원씩 전달..조달청 차장에게 3000만원 직접 갖다줬다"

GS건설이 공무원을 상대로 한 수십억원대 로비를 통해 5000억원에 이르는 관급공사를 불법 수주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GS건설이 2009년 경기도시공사에서 발주한 광교 신도시아파트 신축공사(2390억원 상당)와 2011년 조달청에서 발주한 농촌진흥청 이전 청사 신축공사(2430억원 상당)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조달청 전·현직 직원과 일부 심의위원들, 경기도 공무원과 일부 건설국 심의위원들을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공무원을 알선해 주겠다며 GS건설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살다 나온 이유직 전 성화종합전기 대표가 직접 증언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GS건설과 함께 공무원들에게 골프 접대와 식사·향응을 제공하고 낙찰점수 조작을 위해 해당 공무원들에게 각각 1억원씩 전달했다. 당시 조달청 차장이었던 유아무개씨에게는 GS건설 직원과 내가 직접 집으로 찾아가 5만원권 6다발(3000만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 시사저널 포토

 

“늦게나마 건설비리 척결 위해 양심선언”

2015년 4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관급 건설공사를 따도록 해 주고 GS건설로부터 4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같은 해 10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이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추징금 4억5000만원을 선고했고, 서울고등법원 역시 2016년 3월 이 전 대표의 항소를 기각하고 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전 대표)은 공무원들과의 친분관계를 이용해 조달청에서 발주하는 공사 수주와 관련해 조달청 담당 공무원들을 소개한다는 명목으로 GS건설의 남◯◯, 장◯◯로부터 그 대가를 수수했다. 피고인은 GS건설 직원들과 조달청 담당 공무원들의 소개를 주선하고 같이 골프를 치는 등 실제 알선행위에까지 나아가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올해 초 만기 출소했다.

판결문에 나온 것처럼 이 전 대표는 모든 범행 사실을 부인했다. 공무원을 상대로 한 GS건설의 로비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인물인 이 전 대표가 입을 닫으면서 GS건설은 물론 해당 공무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경찰 및 검찰 조사 과정에서 GS건설과 공무원들의 입찰 비리를 실토하도록 여러 차례 종용받았다. 검찰은 출소하기 직전까지 나를 설득했다. 그러나 끝까지 함구했다. GS건설 측과 관련 공무원들 모두 동향 출신의 후배들이었기 때문에 차마 말할 수 없었다”면서 “지금에 와서 양심선언을 한다고 해서 내가 개인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여든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늦게나마 인간적으로 참회하고 최소한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한다. 또한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요청 가운데에는 건설업계의 비리척결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당초 이 사건은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접수된 신고로 시작됐다. 신고자 A씨는 “신◯◯ 상무 등 GS건설에서 건설공사 알선 브로커 이유직에게 광교신도시 아파트 신축공사와 농촌진흥청 이전 청사 신축공사 수주를 청탁하고, 그 과정에서 한◯◯ 과장은 GS건설 측으로부터 시공사 선정 청탁 명목으로 5000만원, 경기도지방건설심의위원회 심의위원들은 시공사 선정 대가로 각 1억원씩, 유◯◯ 당시 조달청 차장은 3000만원, 조달청 공무원들은 각 1억원의 뇌물과 골프 접대·향응·식사·고급 화장품 세트 등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유직 전 대표는 로비 후 약속된 돈을 받지 못하자 허창수 GS그룹 회장(오른쪽)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증언했다. © 사진=연합뉴스

 

권익위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고 의결서를 통해 “조달청 전·현직 공무원들과 경기도 사업담당 공무원들·평가위원들이 사업수주를 해 주는 대가로 GS건설 소속 상무 등 사업수주 전담인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골프 접대와 향응을 수수했을 개연성이 크다”면서 “경기도와 농촌진흥청, 조달청 공무원 등 관련 기관 및 다수의 피신고자(GS건설 관계자)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이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권익위는 이 사건을 뇌물 사건으로 규정했다. 형법 129조(수뢰, 사전수뢰)·133조(뇌물공여 등)·134조(몰수, 추징),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2조(뇌물죄의 가중처벌)·3조(알선수재)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을 이첩받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역시 GS건설과 공무원 간의 커넥션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결국 이 전 대표에게만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5000억원대 공사 수주를 위한 광범위한 뇌물 사건이 단순한 로비 미수 사건으로 축소돼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관련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 전 대표는 GS건설과 처음 만나게 된 시점부터 로비가 실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이 전 대표는 “2008년 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GS건설이 유동성자금의 악화를 겪게 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관급공사를 수주하려고 운영방침을 변경했다”면서 “내 절친의 처남인 GS건설의 남아무개 부장이 공무원들을 소개시켜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광교신도시 공사 건과 관련해 당시 안전행정부 서기관이었던 한아무개씨를 남 부장에게 소개했다. 이 전 대표는 “공사 수주를 위해 한 서기관이 경기도 지방건설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선정권을 가지고 있는 기획관리실장을 통해 건설국 내 심의위원 중 포섭 대상자로 선정한 각 1명씩을 GS건설 신아무개 상무에게 소개했다. GS건설 측은 2009년 5월부터 그동안 포섭된 심의위원을 1명 단위로 동행해 GS건설이 운영하는 강촌 앨리시안CC에서 월 4~5회 골프 접대와 식사·향응 제공 및 GS화학 제품인 고급 화장품 세트를 선물로 제공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낙찰점수 조작을 부탁했고 그에 대한 대가로 1억원씩을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 신청사(위)와 광교신도시 © 사진=뉴스1·연합뉴스

 

“전·현직 공무원 동원해 낙찰점수 조작”

이 전 대표는 “2009년 11월 말경 최종심사에서 포섭된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점수 중 최고·최하 점수를 공제한 다음, 8명의 점수를 합산해 GS건설이 1위가 되도록 조작함으로써 광교신도시 아파트 건축공사를 GS건설이 수주하게 됐다”면서 “GS건설이 해당 심사위원들에게 각 1억원씩을 줬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2009년 3월경 농촌진흥청 이전 청사 건축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GS건설 신 상무에게 김아무개 전 조달청 부이사관과 여아무개 전 조달청 차장을 연결해 주고, 같은 방법으로 로비를 하면서 조달청 내부 심사위원으로 선정될 수 있는 과장급들을 포섭했다. 아울러 당시 조달청 실세였던 유 차장에게 접근해 각종 향응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유 차장에게는 GS건설 측과 함께 자택을 방문해 현금 3000만원을 직접 전달했다”면서 “유 차장의 무소불위 배경을 등에 업은 GS건설은 조달청과 관련된 주요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데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 건설업체들 사이에서는 조달청 수주와 관련해 GS건설 빼고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라는 자조 섞인 소문이 돌았다”면서 “GS건설과 유 차장은 대포폰을 이용해 긴밀히 연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2010년 3월부터 GS건설 측과 함께 농촌진흥청 이전 청사 건축공사 심사위원 각 1명과 골프회동을 갖고 향응을 제공하면서 GS건설이 낙찰받을 경우 각 1억원씩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심사위원들 중 외부심사위원 2명도 포섭해서, 점수를 조작해 GS건설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했다”면서 “이후 실제로 GS건설 간부를 통해 각 1억원씩 지급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증언은 제보자 A씨가 이 전 대표와 나눈 얘기를 녹음해 권익위에 제출한 내용과 일치한다. 이 녹취록은 이 전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에도 제출됐는데,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 대표)이 법정에서 대화 내용이 모두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취지로 변명하나, ◯◯◯(제보자 A씨)와 대화할 당시 특별히 거짓말로만 일관해 진술할 이유가 없다고 보이므로 위 변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녹취 내용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봤다.

녹취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GS건설과 만나게 된 경위에 대해 “신◯◯ GS건설 상무가 ‘우리 회사(GS건설)가 현금 흐름이 없어가지고, 재개발 아파트가 전부 다 미분양됐고…그래서 관급공사를 하려고 하는데 일을 시작하려고 보니까 조달청에 6급 주사 하나도 아는 사람이 없다’라고 하더라. 그래가지고 내가 시작한 거 아니냐”면서 “(활동비로) GS건설에서 법인카드 받아서 골프 치고…한 사람에 24만원인데 넷이서 쳐…(공무원들에게) 골프 끝나고 나서 밥값 각각 주고, 돈을 몇 천만원 달라고 그러면 주고…걔네들(GS건설)도 로비할 때 갖고 다니는 화장품이 있어요. 그거 한 세트에 30만원씩 해. 그런 것 주고 그러는 거야”라고 말했다. A씨가 “(농촌진흥청 이전 청사 공사와 관련해) 형님이 조달청 근무자 중 포섭한 게 누구야?”라고 묻자 이 전 대표가 “그때 다했지. 그 차장서부터, 현직 차장, 전직 차장하고, 그 과장들, 국장들 다 알잖아. 그 유◯◯ 차장”이라고 답했다. 이어 “형님이 유◯◯ 차장에게 밤 12시에 찾아가서 얼마 줬다고 했지?”라고 묻자 이 전 대표는 “내가 가지고 가서 3000만원 줬지. 그거는 인사차 준 거고. 그때 박◯◯ (GS건설) 상무하고 가서 줬지”라고 답했다. “집으로 가서 3000만원 주니까 좋아하지?”라는 질문에는 “그렇지”라면서 “유 차장에게는 GS에서 대포폰을 해 줬다”고 말했다.

GS건설의 불법 수주를 폭로한 이유직 전 대표 © 시사저널 이종현

 

“GS건설, 조달청 차장과 대포폰으로 통화”

광교신도시 아파트 신축공사와 관련해 “광교 것 따줄 때 한 과장은 얼마나 줬어요?”라는 질문에는 “GS에서 내가 이제 5000만원 이상 해 줬지”라면서 “(심의위원들이) 1억씩 받았지. 7명 내지 6명이야…(공사 수주를 받으면) 그게 벌써 몇 백억 된다고. 이 사람들(포섭된 심의위원들)이 7~8명인데, 한 7억 빼서 (주면 된다)”라고 답했다. 이어 “옛날에는 (심의위원들을 포섭하는 데) 5000만원이었는데 올랐어. (5000만원을 주면) 점수를 빡빡하게 올려놔. 점수가 1.5, 1.0, 0.8점으로 쓰고 뭐 이래. (낙찰받는 점수 차이가) 불과 1점차, 2점차 이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로비를 통한 공사 수주 후 GS건설로부터 약속된 돈을 받지 못하자 허창수 GS그룹 회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편지를 보낸 이후 GS건설 측에서 협력사를 통해 고문료 방식으로 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줬다”면서 “그러나 허 회장이 실제로 내 편지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GS건설 측은 “(이 전 대표의) 개인적인 주장일 뿐이며 로비를 통한 불법 수주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수주는 철저한 입찰준비를 통해 이뤄진 것이며 금품제공도 사실이 아니다”면서 “이 전 대표가 GS건설 협력사로부터 받은 돈은 영업활동을 도우면서 지급받은 보수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조달청 관계자는 “당시 심의위원들이 GS건설에 준 점수를 확인해 본 결과, GS건설에 최고점을 준 사람은 1명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대표의) 개인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언급한 공무원들은 현재 대부분 퇴직한 상태다. 본지는 이 전 대표의 증언에 대한 이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관련 기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조달청·경기도청·GS건설 모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절했다.

이 전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GS건설과 해당 공무원들은 뇌물죄 처벌이 가능하다. 법무법인 이래의 박은태 변호사는 “조달청·경기도 공무원의 경우 수수한 금액이 접대와 현금 3000만원 이상이라면 형법상 단순 뇌물죄가 아니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2조에 따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면서 “GS건설의 경우 형법 133조 뇌물공여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업무상 횡령죄 역시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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