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 이안규 감독, 느와르 영화 '미옥'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 셋

정다훈 기자 2017. 11. 2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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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이안규 감독의 ‘미옥’은 느와르 장르인 만큼 조직간의 세력 다툼, 배신과 음모 등 기존의 느와르적 재미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조직의 언더보스 ‘나현정’(김혜수)이라는 여성 캐릭터를 통해 ‘미옥’만의 차별성을 히든카드로 내세웠다.

9일 개봉한 영화 ‘미옥’( 제작: ㈜영화사 소중한 | 각본/감독: 이안규) 은 조직의 언더보스 ‘나현정’(김혜수)과 그녀를 위해 달려온 조직의 해결사 ‘임상훈’(이선균), 그리고 출세욕에 사로잡힌 검사 ‘최대식’(이희준)까지, 얽히고설킨 세 사람의 파국으로 치닫는 욕망과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느와르이다.

이안규 감독은 “정말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남자들이 판치는 장르 안에서 활개치는 멋진 여자 주인공을 보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영화 ‘미옥’ 포스터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이 감독이 ‘미옥’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총 3가지이다. 첫째 ‘남성 장르 안에 던져진 여성의 모습, 둘째 닳고 닳은 인간들의 엇갈린 관계, 셋째 모성이 낯선 상태에 있던 사람이 모성과 조우하는 순간 이다.

“영화를 처음 만들 때 스태프 및 연기자들과 이야기 했던 3가지가 있다. 그 목표 지점에 대한 생각은 변함 없다.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는지 여부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

‘미옥’이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은 ‘모성애’에 초점이 맞춰진 느와르란 점. 여성 캐릭터가 등장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모성애’라는 코드에 대해 이 감독은 “건강한 비평이니 받아들인다”고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영화의 주요 테마로 다뤄져 온 ‘사랑’ ‘우정’ ‘모성’이란 거대한 개념들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영화를 소개하는 사람이 볼 때, ‘모성’이란 거대한 개념들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다 알고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관념적인 단어나 이미지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살짝 다른 차원에서 담아내고 싶었는데, 그런 개념이 주는 무게감이 영화 속에서 좀 더 도드라져 보인 듯 하다. 그 점에서 관객들의 기대에 상응하지 못하는 지점들이 있었던 듯 하다.”

특히 ‘미옥’이자 나현정은 아주 어릴 때 아이를 낳았지만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기에 모성이 낯선 인물이다. 그런 여자에게 모성이 발현돼서 특별하게 조우하는 순간을 담아내고 싶었던 것.

‘미옥’ 이안규 감독
‘미옥’ 이안규 감독
“현장에게 있어 ‘모성애’ 란 단어 자체는 어색할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출산을 했지만, 어느 순간 아이는 커버렸다. 아이라기 보다는 어떤 남자를 만나는 순간이다. 그게 현정에겐 어색하지 않았을까. 그런 순간을 찍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성이 낯선 상태에 있는 사람이 바로 현정이다. 모성이 퇴화 혹은 거세된 것이었을지 잘 모를 수 있었던 한 인물이 그것과 조우한 순간을 찾아보고 싶었다.”

영화 ‘미옥’의 키 이미지는 자신을 린치한 ‘최대식’ 검사를 수조 속에 가두어 놓고 외마디 욕설과 함께 리벌버 권총을 날리는 장면이다. 이안규 감독은 “제일 공들인 장면이다” 며 “위악적인 사람을 깔보는 인간이 덜 된 얄미운 사람을 시원하게 해결하고 싶었다”는 연출 포인트도 설명했다.

영화 ‘미옥’ 스틸, 배우 김혜수와 이선균
‘미옥’은 김혜수란 배우가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다. 이 감독은 “김혜수씨는 스타이자 배우이다”는 한마디 말로 함께 작업한 의미있는 소감을 전했다. “스타와 배우의 이미지를 동시에 다 갖고 작품 속에서도 충분하게 표현해내시는 분을 찾기 힘들다. 어떤 급을 따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만큼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배우를 찾기 힘들지 않나. 그만큼 한국 영화에서도 되게 중요하신 배우이시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느와르 장르에,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채 도전장을 내민 이안규 감독은 “느와르 장르란 키워드가 결국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그는 “‘미옥’이란 영화는 어긋난 관계들이 만들어내는 파국,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아련함과 쓸쓸함이 주 정서를 유지한다”고 했다.

“낭만이란 단어가 올드한 냄새를 풍겨 빗대어 설명하긴 그런데 우리 영화가 복잡한 영화가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되게 모호하게 알았던 사랑, 그리고 관계의 어긋남이 쓸쓸한 이 계절에 맞게 다가갔으면 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작고 사소한 감정들을 장르 영화 속 인물들을 빌어 이야기하고 싶었다. ‘장르’에 대한 설명이 관객과 같이 공유하는 영화 가이드 라인 일 수 있다. 거기에서 얼마만큼 충족하고 혹은 벗어났느냐에 대해 물어본다면, ‘관객들과의 밀당 같은 것’이란 답을 내놓겠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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