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소통전문가의 상담실 속 이야기] 공감, 아이 마음 알아주기에도 3단계가 있다

글 김진미 2017. 11. 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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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정민씨가 아이 앞에 앉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우리 선생님 나빠요. 애들도 다 뛰어다녔는데 나만 혼냈어요.”“오늘 선생님한테 혼났어?”“네.(엉엉 운다)”“네가 많이 뛰었나보지, 그러니까 왜 뛰어다녔어.”“아니에요. 많이 안 뛰었단 말이에요.”“선생님이 괜히 혼냈겠어, 잘못했으니까 그렇지. 괜찮아, 앞으로 안 뛰면 되지.”“많이 안 뛰었다니깐.”

아이는 소리를 지르고는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이의 반응에 깜짝 놀란 정민씨는 우두커니 거실에 앉아 있었다. ‘뭐가 잘못 된 거지?’ 아이가 선생님한테 혼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속이 상했다. 그 마음을 누르고 괜찮다고 아이를 위로했는데 아이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들어가 버렸다.

요즘 들어 정민씨는 아이와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 정민씨는 아들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 싶은데 아이는 엄마의 말에 자주 화를 낸다고 했다. “휴, 정말 어려워요. 아이랑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거 같아요.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아들이랑 친했거든요. 3학년 되면서 대화가 잘 안 되는 걸 느꼈어요. 뭐가 잘못된 걸까요?”아들이 모든 문제를 엄마에게 털어놓고 엄마는 도움을 주는 멋진 관계를 맺고 싶다는 정민씨에게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3단계 방법을 안내했다.

1단계는 경청이다. 경청을 말하자 정민씨는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경청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말을 잘 들었고 이해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청의 핵심은 진심이다. 진심으로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마음을 느껴보려는 마음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아이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무엇을 느끼는지에 집중하지 않고 아이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해야 할지를 먼저 생각한다. 정민씨는 아이와 마주 앉아 눈을 바라보며 아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들의 문제를 이해했고 경청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들은 그렇지 않았다.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마음이 상했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이다.

경청은 대화를 열어가는 문이다. 머리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보자. 내 아이가 무엇을 느낄까, 아이가 무엇을 필요로 할까를 생각하며 들어보자. 엄마가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려면 엄마의 생각과 말을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 상황을 추측해서 말하거나 서둘러 조언을 하는 것도 금물이다. 정민씨는 “네가 많이 뛰었나보지.” “선생님이 잘못했으니까 혼냈겠지.”라며 아들의 행동을 추측했다. 아이의 말을 경청하지 않은 것이다. 경청하고 있음을 보이는 방법 중 복사기 화법이 있다. 복사기 화법은 이마고 치료의 거울요법(mirroring)과 같다. 아이의 말을 들은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 나빠요. 애들도 다 뛰어다녔는데 나만 혼냈어요.”정민씨의 아들이 이렇게 말했는데 엄마 “오늘 선생님한테 혼났어?”라고 했다. 복사기 화법으로 반응해 준 것 같지만 사실 정민씨는 아이가 선생님께 혼났다는 사실에 반응한 것이다. 아들은 다른 아이들도 잘못했는데 혼자만 꾸중을 들어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을 말한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가 선생님의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이 걱정스러웠던 것.엄마의 생각과 말은 뒤로 미루라. 평가하지 말고 아이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해주기만 해도 경청이 된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엄마는 아이의 말을 따라 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다.

2단계는 감정과 욕구를 생각해본다. 정민씨에게 물었다.“아이의 말을 듣고 정민씨의 마음은 어땠어요?”“속상했죠. 지난번에도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했거든요. 선생님한테 찍히면 안 되잖아요. 걱정되기도 하고.”엄마의 마음에 공감해 준 후에 다시 물었다.“아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아, 아들은... 억울했겠죠. 자기만 혼났으니까, 속상하고... 부끄럽기도 했겠네요. 친구들 앞에서 혼나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본 엄마는 그제서야 아들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것도 알게 되었다. 아이는 엄마에게 위로받고 싶었을 것이다. 속상한 일을 겪은 자신을 엄마가 알아주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도리어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듯 말한다. 아이는 말문을 닫는다.

아이가 겪은 상황으로 들어가 보자. 아이는 무엇을 필요로 했을까? 친구들이랑 어울리고 싶었을까? 장난을 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흥분했을까? 이렇듯 아이의 욕구를 알아주는 것이 공감이다. “그래서 슬펐구나.” 라고 감정을 알아주는 것이 공감이다. 엄마들은 대개 아이의 감정보다 문제의 해결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는 더 떼를 쓰고, 더 길게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더 고집을 부리고, 화를 낸다. 그런데 감정을 알아주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아이는 엄마로부터 기대했던 모든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아이와의 대화를 원한다면 반드시 아이가 무엇을 느끼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3단계는 1단계와 2단계를 합쳐 놓은 것이다. 처음에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기 힘들 때는 1단계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단순히 앵무새처럼 아이의 말을 따라서 반복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관심 있다고 느낀다. 1단계를 연습하면서 2단계 아이의 감정과 욕구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때로는 감정을 때로는 욕구만 알아줘도 된다. 3단계는 사실과 감정, 욕구와 감정을 함께 알아주는 것이다. “친구들도 같이 뛰었는데 너만 선생님께 혼나서 속상했겠다. 억울해?”이렇게 사실과 감정을 알아준다. “너무 신나서 교실에서 뛰었는데 선생님이 혼내서 속상했겠네.”이것은 욕구와 감정을 알아주는 말이다.자신의 속마음을 정확히 알아준 엄마의 말을 들으면 아이는 위로가 된다. 속상했던 마음이 사라진다. 엄마에게 말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기까지 설명하면 꼭 항변하는 엄마들이 있다. “저도 그렇게 하거든요. 그런데 계속 씩씩거리고 고집 부려요.”

경청의 경우처럼 진심이 담긴 공감인지가 중요하다. 배워서 하는 형식적인 공감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느끼고 알아주는 공감이어야 한다. 물론 한 번의 공감으로 아이의 마음이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엄마가 조언이나 교훈을 말하기 전에 아이의 감정이 풀릴 때까지 마음을 알아주는데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엄마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될 때까지 마음 알아주기를 계속 해야 한다.

마음 알아주기 3단계를 익힌 정민씨는 달라졌다. 3주 후 수업을 마칠 때 그녀는 아들이 수다쟁이가 되었다고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게 힘들었어요. 그러다보니 그동안 내가 아이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이제는 아이가 무슨 말 하면 일단 따라서 한 번 반복해주고, 그 다음에 감정을 알아줘요. 아이가 너무 밝아지고 예전보다 대하기가 쉬워진 거 같아요.”

엄마들은 마음이 바쁘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가르쳐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을 보지 못한다. 말하기 전에 듣자. 올바른 경청을 하자. 마음 알아주기 3단계 기법을 통해 하나씩 연습을 하면 아이의 마음이 열린다.

글 김진미(빅픽처 가족연구소 대표,bigpicturefam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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