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하나로 살을 쏙? 비만치료제, 정말 효과 있나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2017. 11.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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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심층 취재

비만은 외관상 이유만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살빼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알약 하나로 비만을 치료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하다. 비만치료제가 개발된 배경이다. 적지 않은 비만 환자가 비만치료제의 도움을 받는다. 이 중에는 비만치료제가 독이 되는 사례도 있다. 약으로 살을 빼는 시대, 비만치료제의 허와 실을 살폈다.

1 비만, 왜 탈출해야 하나

비만은 간단히 말해 몸에 필요 이상의 지방이 껴 있는 상태다. 자신이 비만인지 알아보려면 체내 지방량을 측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그러나 실제 지방량을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다. 대신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로 쉽게 측정한다.

대한비만학회는 체질량지수로 비만 정도를 나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국내 비만율은 2013년 기준 31.8%다. 국민 10명 중 3명은 비만이란 얘기다. 남성이 37.6%로 여성 25.1%에 비해 높다. 과체중을 포함하면 53.9%여서 국민 절반 이상이 비만이거나 비만 위험이 있는 상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비만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같은 각종 성인병의 주요 원인이다. 비만인 사람은 일반인보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4배, 뇌졸중과 당뇨병 위험이 각각 6배, 고혈압 위험은 12배나 높다. 관절염·통풍·수면무호흡증은 물론 위암·직장암·간암·췌장암·담낭암·신장암·백혈병·전립선암·유방암(폐경 후)·자궁내막암·자궁경부암·난소암 등이 비만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20% 증가시키고, 체질량지수 및 허리둘레가 증가할수록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실로 ‘만병의 근원’인 것이다.

나는 비만일까

체질량지수 측정하기

자신의 몸무게(kg)를 키의 제곱(m2)으로 나눈 값. 예를 들어 키 170cm에 몸무게가 70kg인 사람의 체질량지수는 24.2다.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일 때 비만이라고 한다. 30 이상은 고도비만이다.

허리둘레 측정하기

양발을 30cm 정도 벌리고 서서 숨을 편안히 내쉰 상 태로 줄자를 이용해 배꼽 언저리 둘레를 측정한다. 남성 90cm 이상, 여 성 85cm 이상일 때 복부비만으로 진단한다.

생체전기저항분석 이용하기

흔히 ‘인바디(InBody)’로 알려진 기계를 이용 할 수도 있다. 이 기계는 신체 수분량에 따라 오차가 크므로 주의한다. 검 사 2일 내 음주, 일주일 내 이뇨제 복용에 따라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여성은 생리주기에 따라 체내 수분량이 증가되는 시기에 정확도가 떨어 진다. 체지방률이 남성 25%, 여성 30% 이상일 때 비만이다.

2 비만치료제는 어떻게 살을 빼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비만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만5642명에 이른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들 대부분이 비만치료제를 복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비만치료제는 성분에 따라 크게 다섯 종류다. 로카세린(일동제약 ‘벨빅’), 날트렉손-부프로피온(광동제약 ‘콘트라브’), 펜터민(대웅제약 ‘디에타민’), 펜디메트라진(알보젠 ‘푸링’), 올리스타트(안국약품 ‘제로엑스’) 등이다. 최근에는 당뇨병약 중 하나가 체중감소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비만치료제로 새롭게 출시됐다. GLP-1 유사체(노보노디스크제약 ‘삭센다’) 성분의 치료제다.

그렇다면 비만치료제의 효과는 어떨까. 약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체중감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임상시험에서 증명됐다. 다만, 아직까지는 고혈압·당뇨병 치료제처럼 환자와 의사가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요한 점은 비만치료제가 ‘보조적’으로만 사용된다는 것이다. 약 한 알로 비만을 완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 중요한 이유는 부작용과 의존성·내성이다. 비만치료제 대부분은 뇌에 직접 작용한다. 로카세린·펜터민·펜디메트라진 성분은 의존성·내성의 위험 때문에 향정신성의약품으로 특별 지정·관리 받는다. 특히 펜디메트라진은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3등급으로 분류할 정도로 의존성 위험이 크다. 일본은 아예 펜터민 및 펜티메트라진 성분의 비만치료제 시판을 규제하고 있다.

3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관리… 잘못 먹으면 큰 탈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비만치료제는 반드시 식욕조절, 운동, 생활습관 변화 등 비약물치료를 먼저 시도한 후에 처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비약물치료로 3~6개월간 치료해도 체중이 10% 이상 줄어들지 않으면 그때 비로소 약을 복용한다. 물론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없다. 비만 아닌 사람이 미용을 목적으로 처방받을 수도 없다. 대한비만학회는 체질량지수 25 이상, 또는 체질량지수 23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수면무호흡증 등 다른 위험인자가 있을 때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의존성을 비롯한 여러 부작용 위험 때문에 대부분 3개월 이상 장기복용을 제한하고 있다. 3개월 이상 복용하면 피로·우울증·망상·환청 같은 정신과 부작용과 약물 중독 위험이 커진다.

문제는 일부 환자가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이른바 ‘의료 쇼핑’ 형태로 비만치료제를 중복 처방받는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대신 처방을 받거나 인터넷 등을 통한 불법 유통경로로 구입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 9월에는 강남 소재 성형외과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등 10여 명이 제약사 영업사원 B씨를 통해 펜터민 성분의 비만치료제를 불법 구입해서 투약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한 해 최대 150정까지 불법 복용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들을 불구속 입건했다.

펜터민 & 펜디메트라진(Phentermine·Phendimetrazine)

어떤 원리로 살이 빠지나 펜터민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데, 에피네프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억제시킨다. 펜디메트라진은 펜터민의 사촌 격인 치료제다.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억제시킨다.

누가 먹는 게 좋을까 효과는 모든 치료제 중에 가장 좋다. 그런 만큼 부작용 및 의존성 위험이 크다. 젊고 비교적 건강하면서 단기간에 살을 빼야 하는 환자가 복용하는 게 좋다. 불면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하루 한 알을 아침(식전 혹은 식후 1~2시간 후)에 복용한다.

위험하지 않나 현재 국내에 출시된 비만치료제 가운데 가장 위험한 약물로 분류된다. 되도록 용량을 적게 사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다. 다른 식욕억제제와 병용해서는 안 된다. 장기간 투여도 금지된다. 4주 이내 투여가 원칙이다. 다만 복용 후 첫 4주 동안 만족할 만한 체중 감량을 얻었다면 최대 12주까지 복용할 수 있다. 장기간 투여 후 갑작스럽게 약을 끊으면 극도의 피로나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 기계 조작이나 자동차 운전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동맹경화증·협심증·심근경색 환자, 중등도 이상 고혈압 환자,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 녹내장 환자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하거나 흥분 상태에 있고, 약물 남용 병력이 있거나 16세 미만이라면 복용할 수 없다.

로카세린(Locaserin)

어떤 원리로 살이 빠지나 시상하부에는 식욕억제중추(POMC)가 있다. 로카세린은 이를 활성화하는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한다. 이를 통해 음식을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쉽게 느끼게 된다.

누가 먹는 게 좋을까 펜터민이나 펜디메트라진보다 장기 복용 시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만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만성질환자가 복용하는 게 좋다. 다만, 12주까지 체중감량이 5% 미만이라면 약을 끊어야 한다. 하루 2회, 한 알씩 복용한다.

위험하지 않나 일부 정신과 치료약(세로토닌계 약물, 항도파민 약물)과 함께 복용하면 위험하다. 복용 후 수시간 동안 주의력·기억력 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복용 후 한동안은 위험한 기계를 조작하거나 운전을 해선 안 된다. 의사가 정해준 복용량을 넘기면 도취감이나 해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임신부·수유부 및 16세 이하 환자는 먹어선 안 된다. 당뇨병 없는 환자에겐 두통·현기증·피로·구역·변비·목마름 증상이, 당뇨병 환자에겐 저혈당·두통·요통·기침·피로 증상이 이상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날트렉손-부프로피온(Naltrexone-Bupropion)

어떤 원리로 살이 빠지나 알코올중독치료제인 날트렉손과 우울증치료제인 부프로피온이 복합된 약이다. 부프로피온은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를 억제해 식욕을 억제한다. 날트렉손은 부프로피온의 식욕억제 효과를 더 증가시킨다.

누가 먹는 게 좋을까 알코올 섭취가 많은 비만 환자, 비만으로 인해 우울증이 있는 환자, 음식 중독 환자에게 적당하다. 복용 방법이 까다로운 편이다. 하루 한 알로 시작해 매주 한 알씩 늘린다. 4주차에는 아침저녁 각 2알씩, 총 4알을 먹는다.

위험하지 않나 복용 시 우울감이나 자살 충동, 혈압·맥박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간 기능 저하에도 주의해야 한다. 다른 약과 마찬가지로 임신부·수유부 및 16세 이하 환자는 복용할 수 없다.

올리스타트(Orlistat)

어떤 원리로 살이 빠지나 올리스타트는 뇌에 직접 작용하는 다른 치료제와 달리 췌장에서 분비되는 지방분해효소(리파아제)를 억제한다. 음식으로 섭취한 지방의 분해·흡수를 30% 낮춘다. 다만, 체중감량 효과는 다른 치료제에 비해 낮다고 알려져 있다.

누가 먹는 게 좋을까 뇌에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다. 그래서 다른 치료제와 달리 1년 이상 장기복용해도 된다. 식사와 함께 또는 식후 1시간 내에 하루 한 알 복용한다.

위험하지 않나 지용성비타민의 흡수도 함께 저하된다는 단점이 있다. 비타민 A·D·E·K가 포함된 비타민을 추가로 챙겨 먹도록 권장한다. 복부팽만 및 방귀, 배변 증가, 배변 실금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약 작용하는 원리가 다르지만, 다른 비만치료제와 함께 먹어도 효과가 배가되지 않으므로 병용하지 않도록 한다.

GLP-1 유도체

어떤 원리로 살이 빠지나 GLP-1은 호르몬의 이름이다. 소장 세포에서 혈당 농도에 자극을 받아 분비된다. 몸에 필요한 양보다 많은 음식이 들어오면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GLP-1 유도체는 원래 포도당 농도에 따라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당뇨병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이 약을 먹는 당뇨병 환자에게서 체중감소 효과가 꾸준히 관찰됐고, 결국 비만치료제로 재출시됐다.

누가 먹는 게 좋을까 애초에 당뇨병치료제로 출시된 만큼 당뇨병을 앓는 비만 환자에게 좋다. 다른 약과 달리 주사를 매주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 불편하다. 하루 1회 0.6mg을 피하에 주사하고, 매주 0.6mg씩 늘린다. 5주 후에는 3.0mg까지 늘어난다.

위험하지 않나 구역·구토, 설사, 소화 불량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게 급성췌장염, 급성담낭염, 담석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약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4 비만치료제에만 의존하지 말라

더욱 효과적인 비만 치료를 위해선 약 복용에 식이요법, 운동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약만으로 살을 빼는 건 효과가 매우 미미하다. 약의 용량을 늘리거나 여러 약을 한꺼번에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모든 연구에서 효과는 그대로이면서 부작용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음은 대한비만학회가 추천하는 행동치료요법이다. 우선 비만 치료 목표는 6개월간 현재 체중의 5~10%로 설정한다.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설정하면 체중감량 이후 다시 살이 찌는 이른바 ‘요요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행동치료로 체중을 감량한 환자의 30~50%가 1년 안에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고됐다. 식사는 잘 알려진 것처럼 필수영양소는 섭취하되, 에너지 섭취량을 전반적으로 줄이는 방법이 좋다. 실제 병원에서 받는 전문적인 비만 치료에서는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식사량과 간식량을 줄이는 방법이 시도된다.

운동도 필수로 병행해야 한다. 단기간의 체중감량 효과는 식사요법이나 약물요법보다 작지만, 장기적으로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는 데는 운동요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숨이 차오를 정도의 고강도 운동을 주당 200분 이상, 혹은 2500kcal 이상 한다. 최소 3회 이상으로 나눠서 하되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7대 3 혹은 8대 2 비율로 한다. 사람마다 적절한 운동종목·방법·자세·시간이 다르다. 잘못된 운동은 오히려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체력 수준과 운동 능력에 맞는 운동을 전문가와 상의해 결정하도록 한다.

비만, 수술로 치료한다?

비만은 수술로 치료할 수도 있다. 비만수술은 초고도비만 환자만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선 체질량지수 35 이상, 혹은 체질량지수 30 이상이면서 비 만으로 인한 동반질환이 있을 때 시도한다. 비만 수술은 최후의 방법으 로 거론된다. 숙련된 외과 의사라도 수술 사망률은 1% 미만, 수술합병증 은 10% 미만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합병증으로 철분·비타민B12·엽산 결핍, 탈장 및 탈장으로 인한 장폐색, 변연궤양, 담석 발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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