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 2심, 흔들린 '출발점'..특검, 공소장 또 변경하나

김성은 기자 2017. 11. 20.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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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변경상 승계작업에 '위상강화' 포함..재판부 "개념 모호", 특검 측 "필요시 공소장 변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2심)에서 특검 측이 공소장을 변경, 재판부의 요청대로 '승계'와 '승계작업'을 구분했다.

승계작업에 '승계과정에서의 위상강화'를 포함시켰는데 이를 둘러싼 해석 범위가 넓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특검 측의 공소장 추가 변경 여지를 남겨 논란이 예상된다.

◇위상강화도 청탁 대상?…"변경된 공소장도 승계·승계작업 '오락가락'"=지난 16일 이 부회장 등에 대한 2심 공판과정에서 특검 측이 구분한 삼성의 '승계'와 '승계작업'을 구분한 개념도가 공개됐다.

지난달 재판부가 '부정한 청탁의 대상에 경영권 승계도 포함이 되는 것인지, 애초에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 봤던 승계작업과는 어떻게 구분이 되는지'를 질의한 내용에 대한 특검 측 답변서로 공소장 변경에 이 내용이 포함됐다.

특검 측은 기존에 이 부회장 등을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하면서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 '승계작업'을 들었다. 구체적 현안으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SDS 상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메르스 사태 이후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제재 경감 추진 등을 들었다.

특검 측은 2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승계작업을 크게 승계작업 현안, 승계 과정에서의 위상 강화(경영능력 입증) 현안, 개별 현안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또 '승계'란 청탁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 내지 목적이라고 서술했다.

특이한 점은 위상강화를 승계작업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위상강화에 해당하는 구체적 예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및 환경 규제 지원을 추진한 점을 들었다. 이 부회장이 그룹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를 들었던 점을 감안해서 이같이 구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에 대한 특검 측과 변호인단의 해석 차이다.

이날 재판부는 "(답변서를) 이해한 취지는 경영권 승계도 이 사건 청탁의 대상이 된다"며 "그 의미와 관련해서는 승계작업이나 지배구조개편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내 위상강화 등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이 이견을 표하지 않자 변호인단이 즉각 반박에 나섰다. 변호인 측은 "(기재된 것을 보면)경영권 승계는 청탁의 대상이 아니라 승계 작업의 목적"이라며 "청탁 대상은 (구분도 상 분류된) 세 가지에 국한된다고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이 오락가락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는 위상강화나 경영능력 입증처럼 다소 모호한 개념이 부정한 청탁 개념에 포함되면서 해석의 차이를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공소사실이 또다시 불특정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지키는데도 불리해질 수 있다.

◇개념 모호에 재판부도 "뉘앙스는 아시겠죠"라는 어색한 질문=1심에서는 승계작업을 이루는 각각의 개별 현안들에 대해서는 청탁과 대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개별현안의 단순나열을 넘어선 '포괄적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보고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변호인단은 승계는 일반적 의미의 세대교체를 뜻하기 때문에 삼성에서는 당연히 예정된 사안이었고 이를 위한 별도 작업은 있지도, 있을 필요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특검 측이 '승계작업'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재판의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그러한 사실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이것이 존재한다는 아무 증거도 제출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또 특검 측이 주장하는 '승계작업'은 물론 1심이 적시한 '포괄적 승계작업' 모두, 증거로서 확인되지 않은 가공의 개념이라 봤다. 즉 청탁의 대상이 모호하게 가공된 것이기에 이를 특정하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대가 관계를 찾는 것도 어렵다는 설명을 줄곧 이어왔다.

2심에서 공소장이 변경된 이후에도 모호한 개념을 둘러싼 공전(空轉)이 감지된 탓에 변호인단은 심각한 표정으로 "답변서에 기재한 세 가지 구분상 내용에 대해서만 의견서를 준비하면 될지"를 재차 확인했다.

재판부는 이에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개별적 현안이 좀 그렇긴 하다", "뉘앙스는 아시겠죠" 등의 어색한 웃음이 섞인 반응을 나타내다 결국 "일단 공소장에 기재된 (10가지) 개별현안에 맞춰서 의견서를 작성하라"고 가이드를 제시했다.

답변서를 작성한 특검 측조차 "어려운 질문"이라며 "(변호인단이 답변서를 이해한 것을) 전제로 의견서를 제출하고 이것 외 또 청탁 대상이 있다고 하면 저희가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의견을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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