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숲에서 빡빡한 삶을 잊다

부산/박주영 기자 2017. 11.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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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 위한 '아름다운 숲' 5곳]
삼나무 가득한 제주 '치유의 숲'
인제군엔 시린 순백의 자작나무, 부산 성지곡엔 편백나무 향기가
남원 닭뫼마을 200년 된 팽나무, 성주 성밖 하천엔 왕버늘 군락
숲길따라 걸으며 피톤치드 샤워
산림청이 뽑은‘제17회 가장 아름다운 숲 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제주도 서귀포시‘치유의 숲’. /서귀포시

"보아라, 이 지상의 것이 아닌 위대함이 저기 있지 않으냐."

독일의 문호 괴테는 가을 숲을 보며 탄식을 흘렸다. 향기로운 봄과 싱그러운 여름을 지나 높고 쓸쓸한 겨울을 앞둔 가을숲에는 청량한 기운이 가득하다. 해마다 산림청이 주관하는 '가장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올해는 제주도 '치유의 숲'이 대상인 '아름다운 생명상'을 받았다. 전국 각 지자체에서 공들여 가꾸는 아름다운 숲 5곳을 찾아가봤다.

◇삼나무·편백나무 가득한 '치유의 숲'

'숲에 가서 그 기운을 흠뻑 마셔라.' 제주도 서귀포시 호근동 시오름 일대에 만들어진 '치유의 숲'은 미국 국립공원의 아버지인 존 뮤어의 글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치유의 숲'은 수령이 60년에 가까운 편백나무와 삼나무로 가득하다. 해발 320~ 760m 에 있는 '치유의 숲'은 난대림, 온대림, 한대림의 다양한 식생이 분포한다. 이곳은 총 10개의 테마 길로 이뤄졌다. 입구의 방문자 센터부터 시작되는 약 1.9㎞의 길을 '가멍오멍('가면서 오면서'라는 의미의 제주어) 숲길'이라 부르고 가멍오멍 숲길에서 나머지 9개의 길이 뻗어나가 있다. 산책로에는 치유 샘이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졸졸 흐르는 냇물에 앉아 지친 발을 맑고 깨끗한 물에 씻어 낼 수 있다. 맨발로 숲길 걷기, 명상, 스트레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전예약으로 즐길 수 있다.

부산시 부산진구 부산 어린이대공원의 성지곡 삼림욕장 편백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다. 항균 물질인 피톤치드를 내뿜은 키다리 편백나무들 사이를 걷다보면 저절로 머리가 맑아진다. /김종호 기자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곧게 쭉 뻗은 나무들, 향긋한 숲 냄새, 나뭇잎들 사이로 비치는 햇살…. 부산 백양산 성지곡 삼림욕장 안으로 들어서면 편백나무가 울창하다. 호로로, 호로로, 삐이익 삐익, 따따따닥, 따따따닥…. 동박새, 직박구리, 곤줄박이, 쇠딱다구리의 노래가 들린다. '흐~읍' 하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 피톤치드 내음이 쏟아져 들어온다. 거의 매일 이 주변을 산보하는 오지 여행가 도용복(73)씨는 "주변을 산책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맑아지면서 마술처럼 피로가 풀린다"고 말했다. 성지곡 삼림욕장은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안 순환산책로(2.7㎞)를 입구 오른쪽으로 1.5㎞가량 걸어 올라가면 만난다. 면적은 약 10㏊ 규모다.

전북 남원시 이백면 닭뫼마을 숲은 비보림(裨補林·풍수지리설에 따라 마을의 안녕을 위해 조성된 숲)이다. 1455년 조선 세조가 단종을 폐위한 것에 반발한 순흥 안씨 조상이 마을에 내려오면서 조성했다. 숲에는 느릅나무·팽나무·느티나무 등 70여 그루가 있다. 100~200년 된 나무들이 숲을 이뤘다. 200년 된 느릅나무(높이 20m·둘레 1.2m) 한 그루와 팽나무(높이 21m·둘레 1.1m) 한 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됐다.

◇북유럽에 온 듯한 '순백의 숲'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엔 순백의 숲이 있다. 원대봉(684m) 능선에 자리한 자작나무 숲이다. 하늘 높이 곧게 솟은 나무 사이에 서면 북유럽 마을에 온 듯하다. 맑은 하늘 아래 새하얀 수피(樹皮)는 삶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게 한다. 자작나무는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 자작나무란 이름이 붙여졌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1990년대 만들어졌다. 원래는 소나무가 울창했다. 1988년 솔잎혹파리 피해로 나무들이 고사하자 산림청에서 송림을 갈아엎고 138㏊(138만㎡) 에 70여만 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었다. 지난해 22만4000명이 찾았다.

자작나무 숲은 자작나무코스(0.9㎞)와 치유코스(1.5㎞), 탐험코스(1.2㎞), 힐링코스(2.4㎞) 등 4개 코스로 꾸며져 있다. 코스별 소요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자작나무 숲에 가려면 안내 초소에서 3.2㎞가량 걸어 올라가야 한다. 1시간가량 오르면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란 안내판과 마주한다. 자작나무 숲의 시작이다. 혼합림과 천연림을 탐방하는 치유코스에선 숲 속 곳곳에 설치된 나무 벤치에 앉아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403호(1999년 4월)로 지정된 경북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의 성밖숲은 성주읍 서편으로 흐르는 하천에 자리 잡고 있다. 수령 300~500년쯤 되는 왕버들 55그루가 자란다. 나무 둘레 평균 3m, 높이는 평균 13m에 달한다. 조선 중기 성밖마을에서 아이들이 이유없이 죽었다. 한 지관이 '밤나무 숲을 만들라'고 해서 따랐더니 우환이 사라졌다. 임진왜란 이후 마을 기강이 해이해져 밤나무를 베고 왕버들을 심었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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