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 3일 보낸 '시진핑 특사' 쑹타오..면담 뜸 들이는 김정은

정용수 입력 2017. 11. 20. 01:04 수정 2017. 11. 2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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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중국 특사 대하는 태도 달라져
허리 숙이거나 웃는 모습 안 보여
"특사의 격에 대한 불만" 분석도
"최용해·이수용이 먼저 만난 건
중국 양보 얻어내려는 밀당 전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 중인 쑹타오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장(오른쪽)이 지난 18일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평양 A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 17일부터 북한을 방문 중인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북한 내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면담 여부는 초미의 관심거리다. 이번 기회로 북·중 간 고위급 인사 교류와 양국 관계 복원, 나아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단 방북 사흘째인 19일 오후 중국 대외연락부는 공식 홈페이지에 "쑹 부장이 최용해·이수용과 회담했다”고 밝혔다. 북한 관영 언론도 김정은과의 면담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쑹 특사가 평양에 도착한 직후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시 주석의 선물을 전달하고 18일엔 북한 외교 수장인 이수용 당 부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문제와 주변 정세를 논의했다는 정도다. 또 빨치산 출신 등 북한 정권의 근간이 되는 인물을 양성하는 만경대 혁명학원이나 구두공장을 둘러봤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북·중 관계의 전통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에도 건재함을 강조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중국 특사를 대하는 북한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년 전인 2012년 중국 18차 당대회 직후 리젠궈(李建國) 전인대 부의장이 방북했을 때 환대하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며 “공항에서부터 특사를 만나는 북한 사람들은 악수를 하거나 인사를 할 때 허리를 숙이거나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중국에 숙이고 들어가지 않겠다는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사흘씩이나 뜸 들이기를 한 건 특사의 격에 대한 불만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전 북한을 찾은 특사는 정치국 상무위원(7위)이나 정치국원(25위)이었다”며 “쑹 부장은 204명 중 한 명의 중앙위원이고, 대외연락부장이 북한과 당 대 당 외교를 책임지는 자리이긴 하지만 북한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격이 낮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를 최용해·이수용이 먼저 만난 건 북한 특유의 ‘심리전’이자,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선 긋기’가 아니냐는 관측도 많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특사를 만나지 않으면 시 주석을 거부하는 것과 같은 결례”라며 “특사에 쏠린 관심을 의식해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마치 김정은이 나서지 않을 것처럼 상황을 만들어 상대방의 입지를 좁히고 시간에 쫓기도록 한 뒤 대북제재 등 중국의 양보가 예상될 경우 김정은이 깜짝 나타나 존재감을 드러내는 북한식 ‘밀당(밀고 당기기) 외교 전술’이란 것이다. 북한은 한대성 스위스 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현지시간 17일)를 내세워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지속하는 한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고 노동신문(17일)을 통해서도 “국익·인민 안전과 관련한 문제(비핵화)는 협상이 불가하다”고 주장함으로써 특사와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대회 설명차 특사를 파견했다는 중국도 북한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해선 한발 빼는 눈치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8일 논평에서 “쑹 부장의 방북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지 말라”며 “한 차례 고위급 방문이 경색된 북핵 문제를 타파한다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2년 만에 북·중 고위 인사 교류가 이뤄지긴 했지만 관심을 끌었던 양국 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문제의 전환점을 조성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 주석의 위상이 지난달 당대회를 통해 더욱 강해진 만큼 김정은과 시 주석의 교감이 어떤 식으로든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결국 특사 방북을 통한 북한 핵 문제의 분위기 전환 가능성은 조금 더 두고 봐야 하는 셈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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