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3일 만에..영정으로 만난 세 가족

배명재·최인진·최미랑 기자 2017. 11. 19. 22: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세월호 미수습자 5명 분향소에 조문 행렬…20일 발인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세월호 미수습자 권재근씨·혁규군 부자 분향소에서 시민이 조문을 하고 있다. 부자의 영정 사이에 권씨 아내 한윤지씨의 사진이 놓여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5명의 분향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는 추운 날씨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틀째 줄을 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각 정당 대표 등은 조화를 보냈다.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권재근씨(당시 51세)와 아들 혁규군(〃 6세)의 분향소. 권씨의 영정 옆에는 함께 희생된 부인 한윤지씨(〃 29세)의 영정이 나란히 놓였다. 사고 후 1313일 만에 이뤄진 ‘가족 만남’이어서 조문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권씨 가족은 서울에서 제주도로 귀농하기 위해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참변을 당했다. 딸(〃 4세)은 가족을 잃고 홀로 구조됐다. 베트남인인 부인 한씨의 시신은 2014년 4월23일 먼저 발견됐다. 장례가 사망 90일을 넘겨 치르면 좋지 않다는 베트남 풍습에 따라 남편과 아들을 기다리던 한씨는 그해 7월 먼저 화장됐다. 이날 분향소에서는 권씨의 형 권오복씨(63)가 슬픔 속에 조문객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분향소를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했다. 전날엔 이 총리가 찾았다.

단원고 양승진 교사(〃 59세)와 단원고 2학년이었던 남현철·박영인군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경기 안산시 안산제일장례식장에는 학생·시민·교사 등이 찾았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슬픔을 참으며 이들을 차분하게 맞았다. 조문객들은 “미안합니다” “힘내세요”라며 가족들을 위로했다. 경기지역 교사인 박모씨(45)는 “당사자가 아닌데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장례식을 치러야 하는 유가족의 마음은 어떨지, 감히 헤아려지지 않는다”며 슬퍼했다. 장례식장 한쪽 벽에는 조문객들이 남기고 간 추모글이 빼곡했다. 양 교사의 한 제자는 “학교에 갈 때마다 반겨주셨는데… 편안한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쓴 추모의 글을 남겼다. 남현철·박영인군의 친구는 “그 푸른 청춘 시절을 애석하게 마무리하게 돼 가슴이 미어진다.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낼게”라고 적었다.

전날 오전 전남 목포신항에서 열린 미수습자 5명의 합동추모식은 세월호 선체 수습 과정에서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영령을 위로하고, 세월호 현장을 떠나 장례 절차를 밟기 위한 이별식 형식으로 치러졌다.

추모식에는 4·16가족협의회 유족, 자원봉사자, 해양수산부 직원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천주교·원불교·불교·개신교의 종교의식과 헌화, 추모시 낭송 등으로 진행되는 의식을 지켜봤다. 지난 4월부터 세월호 옆에서 선체 수색과정을 지켜보며 애타게 가족들을 기다려온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날 고인의 영정에 국화꽃을 바치며 오열했다. 추모식에 앞서 열린 입관식에서는 유골 대신 꽃과 가족들의 편지 등이 관에 담겼다. 이들 미수습자 5명은 20일 오전 발인한다. 양 교사 등 단원고 희생자 3인은 다른 학생들이 잠든 평택 서호공원 추모관, 권재근씨·혁규군 부자는 인천 가족공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 각각 안치된다.

<배명재·최인진·최미랑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