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일본 도쿄에서 '원격 근무' 실험을 하는 이유는?

하선영 2017. 11. 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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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무료로 이용하는 공유오피스 '텔레워크 라운지'
구글 "직접 원격근무 경험해봐야 장점 알 수 있어"
구글이 일본 도쿄에서 운영하고 있는 '텔레워크 라운지'의 모습. [하선영 기자]
15일 일본 도쿄의 번화가 롯폰기(六本木)를 지나가던 직장인들이 삼삼오오로 한 사무실을 구경하고 있었다. 복합 문화 건물 '롯폰기 힐스' 빌딩 1층에 위치한 이곳은 지난 1일 미국의 IT(정보기술) 기업 구글이 만든 원격 근무 전용 사무실 '텔레워크 라운지'다. 구글은 원격 근무와 재택 근무가 왜 효율적이고, 특히 도쿄에 이런 사무실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기 위해 라운지를 한 달간 임시 운영하고 있다.
일본 도쿄 롯폰기 힐스에 위치한 '텔레워크 라운지'에서는 누구나 편하게 일할 수 있다. [하선영 기자]
기자가 성별과 연령대에 관한 설문조사에 응답하니 사무실로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다양한 사무 공간을 비롯해 클라우드 계정, 구글이 만든 노트북인 크롬북도 무료로 빌려쓸 수 있다.

텔레워크 라운지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있다.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모바일 워크' 공간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한데 모여앉아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공유오피스다. 혼자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각자 일하는 분위기라서 넓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조용했다. 국내에도 이같은 공유오피스는 있지만 대부분 한 달에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내야지 이용할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곳은 '위성 오피스 근무 구역'이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춘 회의실과 완벽한 방음이 되는 1인용 사무실 등이 있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료와 부엌 시설도 사무실 한 켠에 있다. 이곳에서 이틀째 일하고 있다는 IT 컨설턴트인 나카타니 아키코(中谷晶子)는 "조용하면서도 편리한 시설이 가장 큰 장점"며 "일본에서는 프리랜서가 아닌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원격 근무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책꽂이·램프 등 거실처럼 꾸며둔 공간과 아이들을 데리고 일해야 하는 공간도 있었다.
구글의 텔레워크 라운지에서는 일주일에 3회 이상 원격 근무에 관한 다양한 세미나가 열린다. [하선영 기자]
이날 저녁에는 일본의 대형 문구업체 고쿠요와 구글의 협력사 관계자들이 나와 '원격 근무 환경에서도 원활하게 일하는 방법'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텔레워크 라운지에서는 일주일에 3회 이상씩 이같은 원격 근무의 사례와 효율적인 운영책을 주고받는 행사가 열린다.

휴일 없이 운영되는 이곳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하루에 300명 정도씩 방문하고 있다. 야마모토 유우스케(山本裕介) 구글 마케팅 매니저는 "실제로 텔레워크를 체험해봐야지만 직원부터 CEO까지 회사 전체의 근무 형태에 대한 의식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접 경험해야만 원격 근무의 장점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일본 도쿄에서 운영하고 있는 '텔레워크 라운지'의 모습. [하선영 기자]
일본은 최근 들어 국가적으로 원격 근무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가장 큰 계기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이다. 출퇴근 인구를 대폭 줄여서 올림픽 기간 도쿄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매일 92만 명이 도쿄를 찾으면서 만성적인 교통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원격 근무를 장려하기 위해 올해부터 3년간은 매년 7월 24일을 '원격 근무의 날'로 선포했다.

재택 근무 제도를 도입하거나 관련 장비를 구입하는 기업들에게는 세제 혜택도 주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여성이 결혼·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문제도 원격 근무 제도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이같은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기업들도 관련 제도를 늘리고 있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 회사인 도쿄해상은 지난달부터 원격 근무 제도를 임직원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900여곳 이상의 기업이 '원격 근무의 날'에 공식적으로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도쿄=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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