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20명..담당 환자수부터 줄여주세요

신찬옥 2017. 11. 1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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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끝나고 기숙사에 가보면 다들 꾸벅꾸벅 졸면서도 국사 공부나 미국 간호사시험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고 있어요. 어떤 방송사에서 '간호사 24시'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했는데, 병원에서 기숙사는 찍지 말라고 했대요. '간호사들이 편하게 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요. 가끔은 누워 있는 환자들보다 우리가 먼저 죽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지방 대학병원 중환자실 25년 차 간호사는 "노인 인구가 늘면서 환자 중증도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다. 제가 3년 차 때도 힘들었는데, 지금 3년 차와 업무 강도를 비교해보면 1.5배쯤 세진 것 같다"며 "죽도록 일하는데 임금은 그에 미치지 못하니 차라리 다른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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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중증 환자 늘어..살인적 업무량 줄이려면 유휴간호사 복귀책 필요

◆ 레이더 뉴스 / 간호사들이 말하는 해법 ◆

"업무 끝나고 기숙사에 가보면 다들 꾸벅꾸벅 졸면서도 국사 공부나 미국 간호사시험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고 있어요. 어떤 방송사에서 '간호사 24시'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했는데, 병원에서 기숙사는 찍지 말라고 했대요. '간호사들이 편하게 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요. 가끔은 누워 있는 환자들보다 우리가 먼저 죽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어느 3년 차 간호사의 말이다. 간호사들의 인터뷰는 한숨과 눈물이 절반이었다. 3년 차도, 10년 차도, 25년 차도 마찬가지였고 '빅5'로 불리는 큰 병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파서 결근한다고 하면 '죽더라도 병원에 출근해서 죽으라'는 말이 나온다는 척박한 간호 환경,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간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1인당 환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간호등급 가산제'로 병원을 평가한다. 간호사를 많이 고용하면 가산금을 주는데, 실지급액은 임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병원으로서는 간호사를 고용하지 않는 것이 이득이다. 이 같은 부담 때문에 병원들이 중증 환자를 피하는 등 환자를 가려서 받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담당 환자 수를 줄이려면 간호사가 늘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유휴 간호사를 복귀시키고 야간근무 수당을 지급하는 등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방 대학병원 중환자실 25년 차 간호사는 "노인 인구가 늘면서 환자 중증도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다. 제가 3년 차 때도 힘들었는데, 지금 3년 차와 업무 강도를 비교해보면 1.5배쯤 세진 것 같다"며 "죽도록 일하는데 임금은 그에 미치지 못하니 차라리 다른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안팎의 행정평가와 국가 기준이 강화되면서 간호사 업무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26년 차 응급병동 간호사는 "상급 종합병원 인증마크를 받기 위해 4년마다 평가를 받는데, 500가지가 넘는 평가기준을 맞춰야 하는 이때가 대표적인 퇴직 시즌"이라며 "현실에 맞지 않는 평가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지방 종합병원에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으로 발령 난 25년 차 간호사가 업무 부담을 이유로 퇴직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진료보조인력 PA(Physician Assistant) 제도도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전공의의 수련 환경을 개선한다는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고 일부 과에 전공의가 모자라자 대신 간호 인력을 활용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PA 간호사는 '의사 가운'을 입고 처방과 오더를 내리는 등 불법 의료행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PA 없으면 병원이 안 돌아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신입 간호사에게 "발령을 빨리 받으려면 PA를 지원하라"고 권유할 정도다. 업계에서는 PA가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 중 95%가 간호사다.

백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PA는 원치 않는 전공의 업무를 하며 실수를 할지 모른다는 극심한 압박감과 불법 의료행위에 따른 처벌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며 "간호사가 모자라다면서 PA로 돌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PA를 간호사 고유 업무로 복귀시키고, 필요하다면 전문간호사 제도를 활용해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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