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 수장' 래틀 "조성진은 젊고 위대한 건반의 詩人"

입력 2017. 11. 19. 14:05 수정 2017. 11. 1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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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틀&베를린필 마지막 내한공연 기자회견.."악단 새 항해 응원"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19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격려하는 모습. 2017.11.19 [금호아시아나재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구 상에 특별한 재능을 지닌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또 한 명의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와 연주하는 게 그리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 이 젊고 위대한 건반의 시인과 연주하게 된 것에 대해 너무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사이먼 래틀(62)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은 1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협연자로 처음으로 합을 맞춘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02년부터 세계 최강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을 이끈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19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내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11.19 [금호아시아나재단 제공]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 필은 이날과 이튿날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연다. 베를린 필의 내한은 1984년 카라얀과 첫 한국 공연 이후 이번이 6번째다.

특히 이번 내한공연은 차기 런던심포니(LSO) 음악감독으로 내정된 래틀과 함께하는 베를린 필의 마지막 내한공연,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의 협연, 작곡가 진은숙이 래틀의 위촉을 받아 쓴 신작 '코로스 코르돈' 연주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화젯거리가 만발했다.

래틀도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이토록 훌륭한 한국인 음악가들과 함께 앉아있을 수 있어 매우 기쁘다"는 소감부터 밝혔다.

손 부상을 당한 중국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 대신 투입된 조성진은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며 베를린 필 협연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어 프랑크푸르트, 홍콩을 거쳐 이날 서울 무대에 오르게 됐다.

래틀은 이 과정에서 세계적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추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메르만은 오래된 친구이자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입니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피아니스트에게 매우 비판적이죠. 이 친구가 조성진에 대해 칭찬했을 때 '어디 아픈가' 생각을 했어요.(웃음) 지메르만이 '조성진은 정말 좋은 피아니스트고, 꼭 한 번 들어봐야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함께 연주하게 돼 기쁘게 생각해요."

그는 조성진과 지메르만에 대해 "고요하고 잔잔하면서 내적으로 들여다보는 음악을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라며 "세대를 뛰어넘은 형제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성진 역시 베를린 필과의 첫 협연에 대해 "첫 리허설 당시 내가 DVD를 보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설 다"며 "지휘자가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유튜브 등으로 보는 걸 즐기는데, 그걸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9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베를린 필과 첫 협연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11.19 [금호아시아나재단 제공]

래틀은 이튿날 연주되는 신작 '코로스 코르돈'을 쓴 작곡가 진은숙에 대해서도 "센세이셔널한 보석함 같은 작곡가"라고 극찬했다.

"그의 음악엔 너무도 많은 소리와 아이디어가 담겼기 때문입니다. 직선적인 그의 음악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역량이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일하기가 너무 좋습니다. (현대 작곡가 거장) 리게티의 세계를 누가 이어받을 것인지 생각해 왔는데, 어쩌면 진 작곡가가 그 이상을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02년부터 베를린 필을 이끈 래틀은 내년 이 악단을 떠나 런던심포니로 자리를 옮긴다.

그는 16년간 의욕적으로 베를린 필의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콘서트홀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베를린 필은 박물관이 되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하며 '21세기형 오케스트라'를 만들기 위한 여러 노력을 펼쳤다.

매 시즌 새로운 현대음악을 초연하고 '스타워즈'와 같이 친숙한 영화 삽입곡을 무대 위에 올렸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온라인으로 실황 중계하는 '디지털 콘서트홀'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빠트릴 수 없는 중요 업적이다.

이 때문에 래틀 이후의 베를린 필은 130년이 넘는 전통과 강건함 속에 역동과 젊음도 함께 숨 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래틀은 베를린 필과의 마지막을 앞둔 소감에 대해 "오케스트라가 새 항해를 떠나게 된 것에 설레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슬픈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관계는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는 관계입니다. 베를린 필과 작업하면서 레퍼토리, 오케스트라의 색깔, 지역사회의 교류 등 여러 면에서 유연성과 활동 범위 확장을 이뤄냈다는 점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베를린 필이 이제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지니게 됐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후임 지휘자(키릴 페트렌코)와 떠나는 새 항해를 관객 입장에서 응원하고 싶어요. 후임 지휘자께서도 저와 함께 호기심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편, 베를린 필은 이날 조성진이 협연하는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외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20일에는 진은숙의 '코로스 코르돈'과 함께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을 연주한다.

베를린 필은 이번 공연의 최종 리허설을 음악도의 길을 걷고 있는 젊은 청년들을 초청해 '오픈 리허설'로 진행한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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