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남구청장 1년 수사에 '요양병원' 불똥.."먼지떨이 수사" 반발

박준호 2017. 11. 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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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19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11.03. bluesoda@newsis.com

강남구-참예원재단, '구립요양병원 시설운영비' 갈등
구·재단 모두 배임죄 해당 안된다 주장…"환자만 피해"
수사 장기화…타깃도 신연희 구청장→재단으로 변경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올해 초부터 경찰이 수사 중인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배임 의혹 사건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경찰이 먼지떨이식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신 구청장 비리 관련 단서를 잡기 위해 병원 측을 회유·압박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괘씸죄로 병원까지 무리한 별건 수사로 엮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구청과 병원 양쪽 모두 수사의 진정성에 대한 불신이 거센 상황이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신 구청장이 구립 행복요양병원의 민간위탁 운영기관인 참예원 의료재단에 업무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구청 측에 약 19억원의 손실을 끼친 배임 혐의를 잡고 1년 가까이 수사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자체 첩보를 토대로 내사에 착수해 올 1월부터 수사로 전환했다고 한다.

통상 수사기관이 정관계 비자금이나 재벌 비리처럼 대형 사건 유형이 아닌데도 기초지방자치단체장에 불과한 구청장 관련 단일 사건 수사를 1년 가까이 끌고 가는 건 거의 전례를 찾기 어렵다.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은 2014년 4월 개원한 서울 최초 노인성 질환 전문 구립병원으로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으로 건립했다. 구는 2011년 9월 한화건설, 고암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SPC(민간사업시행사) 형태의 강남실버케어㈜에 병원시설관리 업무를 위임하고 시설운영비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병원운영관리 업무를 맡을 민간위탁 의료기관으로 참예원의료재단을 지정했다.

강남구와 참예원의료재단 간 시설운영비 납부를 둘러싼 갈등은 수년 전부터 불거졌다.

구는 개원 초반부터 병원 시설운영비 명목으로 연간 7억5000만원을 재단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반면 재단 측은 위·수탁계약서에도 명시되지 않은 시설운영비 지불을 강남구 대신 떠안는 건 불합리하다며 거절했다. 갈등 끝에 강남구는 2014년 약 4억원, 2015년과 2016년 각각 7억5000만원 등 약 19억원의 시설운영비를 실버케어에 지급했다.

경찰은 신 구청장이 계약 때 협약서(계약서)에 시설운영비 지불 관련 내용을 명확히 명시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구에 거액의 금전적 손실을 끼친 만큼 구청장 과실에 따른 배임 혐의로 처벌하는 데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범죄구성요건이 갖춰지지 않자 고심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측에 따르면 시설운영비 지불 관련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았지만 수탁자 모집공고문에는 기재했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없어 문제될 게 없고, 재단이 낸 사업계획서와 개원 후 재단 측에서 두 차례 보내온 공문에도 시설운영비를 납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재단 측이 협약서의 허점을 악용해 시설운영비 납부 의무를 고의로 회피한다는 게 강남구청의 주장이다.

강남구청의 한 관계자는 "재단 측에서 계약할 땐 시설운영비를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놓고 뒤늦게 지불 시기를 수차례 연기하더니 납부가 곤란하다는 입장으로 돌변했다"며 "결국 구청에서 혈세로 시설운영비를 대신 지급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단 측은 행복요양병원이 공익 목적으로 건립된 만큼 공공보건의료법과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따라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는 공공병원에 속하는데, 구청에서 시설운영비 지불을 강요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참예원은 "병원사업운영업체(계약기간 5년)일 뿐, 병원시설관리업체가 별도로 지정돼 있는데도 병원 내 일부 시설관리를 전가한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현재 강남구는 시설관리비 지불 문제 뿐만 아니라 인건비 횡령 의혹 등을 제기하며 재단을 상대로 각종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한 상태다. 구청 관계자는 "계약상으로는 일방적으로 위탁 해지가 가능하지만 나중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뒤탈이 안나도록 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구청과 의료재단 측 분쟁에 개입한 경찰이 단일 사건을 1년 가까이 끌어오면서 잡음도 일고 있다.

경찰 주변에선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무리한 수사가 꼬인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정도다. 얼마 전 신 구청장 제부의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특혜 입점 의혹까지 내사에 나선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구청장 개인에 대한 수사가 주변 친인척으로까지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서울=뉴시스】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출처: 병원 홈페이지).

강남구청의 모 국장은 사견을 전제로 "구청장을 대통령 명예훼손건으로 사법처리하고 또 다른 의혹들을 샅샅이 흝어보는 걸 보면 경찰이 새 정권을 의식해 뭔가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마저 든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신 구청장이 자신의 배임 혐의가 법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것을 알고 문재인 대통령 명예훼손, 구청 포상금 횡령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물타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임 수사를 의도적으로 종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신 구청장이 배임 사건으로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내 정치적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해석이다.

병원 관계자는 "처음부터 공공의료에관한법률로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 수사를 진행한 것은 표적수사를 받는다고 주장하는 신 구청장에게 정치적인 부활의 근거를 마련해 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경찰이 신 구청장뿐 아니라 의료재단에 대해서도 먼지떨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신 구청장에 대해 배임 혐의로 처벌이 쉽지 않자 요양병원 사업수주 과정에서 재단 측이 구청장에게 뇌물을 건넸을 개연성을 의심, 재단 측 자금 흐름을 샅샅이 훑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청 지수대는 올해 3월부터 전현직 재단 이사장은 물론 재단·직원 명의의 50개 이상 금융계좌, 법인카드 85개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 집행 내역과 카드 사용처 등을 집중 분석했다고 한다. 재단 이사장을 여러 번 소환한 것을 비롯해 수십명의 재단·병원 직원들을 피의자 또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참예원 재단의 '사무장 병원' 운영 의혹으로까지 수사를 무리하게 확대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모 참예원 재단 이사장은 2011년 4월 재단을 설립하기 전 2001년 세운 참병원을 4년 후 지인에게 매각했다. 이를 놓고 경찰은 사무장병원 운영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병원 매각 과정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했고 세금신고까지 다 마쳤다"며 "수사팀에선 당시 의료계의 사무장병원 등 관행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지만 매각이 투명하게 진행된 걸 보고 오히려 놀라던 눈치였다"고 전했다.

중대 사건이 아닌데도 경찰 내에서 서로 다른 기관이 '동시 수사'를 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참예원 의료재단법인이 채용한 병원 직원의 이중취업 의혹과 월급 횡령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일에는 참예원 의료재단과 법인이 운영하는 서울 시내 병원 4곳, 재단 이사장 자택 등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병원 안팎에선 구와 재단 간 분쟁이 장기화 될 경우 환자들만 괜한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재단쪽의 한 인사는 "만일 배임으로 강남구청장의 범죄 구성요건이 안 될 때 재단을 지금까지 괴롭힌 이 수사를 누가 책임질 수 있겠냐"며 "서울경찰청과 수서경찰서 양쪽에서 조사를 받다보니 수사관의 질문 내용도 비슷하다. 비효율적인 수사에 왜 재단이 시달려야 하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참예원은 외부감사, 전용계좌 개설·사용, 결산서류 공시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고 투명한 경영을 인정받아 의료법인 중 최초로 정부로부터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받았다"며 "경찰의 장기 수사로 재단운영이 힘들어지면 그 피해는 수백명의 환자가 입게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서울청 지수대 관계자는 "신빙성 있는 첩보를 토대로 내사에 착수했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계속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며 "현재 수사가 중반 단계인 만큼 연말 전에는 수사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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