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 JSA장병들이여! 어깨를 펴라

양낙규 2017. 11.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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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군 병사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을 놓고 대응사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 논란으로 최전방에서 북한군의 눈빛을 보며 부동자세로 24시간 근무하는 JSA 장병들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결론부터 말하자. 귀순병사를 구조한 JSA 경비대대 한국군 대대장인 권영환 중령 이하 경비대대 장병들의 행동은 메뉴얼에 따른 용감한 행동이었다.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사건발생 시간은 13일 오후 3시 14분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때는 북한군 초병 3명이 긴급히 뛰어가고 북한군 1명이 지프차를 타고 MDL을 넘어오려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북한군 4초소 부근 배수로에 지프차 바퀴가 빠졌고(3시 15분) 차량탈출이 불가능해지자 차량을 버리고 우리 측으로 달려오는 상황이었다. 이때 뒤쫓아 온 북한군 경비병 등 4명이 귀순병을 향해 권총과 AK 소총 40여발 발사했고, 이 과정에서 귀순병은 심각한 총상을 입었다. 귀순자에 대한 북한군의 총격이 발생한 지 16분 뒤인 오후 3시 31분 우리 군은 폐쇄회로(CC)TV에 녹화된 화면을 통해 귀순자 위치를 최종 확인했다. 단 몇 분 만에 벌어진 상황이다.

JSA 경비대대 장병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바로 유엔사 교전규칙이다. 유엔군 교전규칙은 '확전방지'가 목적이다. 유엔사 교전규칙은 JSA 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할 경우 ▲적발 즉시 경고와 함께 신원확인 ▲이에 불응하거나 도주할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다. JSA 장병들은 유엔사 교전규칙이 적용돼 초기 대응사격을 할 수 없었지만 구조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권영환 중령 이하 경비대대 장병들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50m, 북측 초소는 60여 m 떨어진 곳까지 낮은 포복을 뛰어 들어갔다. 은폐ㆍ엄폐할 장소도 없었다. 움직임은 그대로 노출돼 북한군이 다시 조준사격이 충분히 가능한 지역이었다. 귀순자 신병을 확보한 것은 3시 56분이다. 사건이 발생한지 42분 만에 구출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사격실력이 떨어져 대응사격도 못한 채 구출작전에 나섰을까. JSA 장병들이 사용하는 권총탄의 량은 육군전체 권총탄의 90%를 차지한다. 그만큼 권총사격만큼은 군내에서도 인정하는 실력자들이다. 이들 사이에서는 365일 훈련하는 부대, 24시간 훈련이 끊이지 않는 부대로 유명하다. 이들은 북한군을 1m 거리 코앞에서 마주하는 곳에서 경계근무를 설 때면 주먹을 쥐고 팔을 약간 굽히고 부동자세로 서 있다. 이 자세가 바로 권총을 바로 뽑을 수 있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장병들은 선발방식부터 다르다. JSA는 훈련소에서 병사를 가장 먼저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가장 우수한 병사를 JSA에 배치하기 위한 방편이다. 면접 때도 본인이 오기 싫다면 부대에서도 선발대상에서 제외시킨다. 그만큼 JSA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의 자부심도 뛰어날 수 밖에 없다. 장교들도 근무평정, 평판조회 등을 검토한 후 3배수로 선발한 후보 중 최우수 장교만 선발한다. 사소한 행동으로도 남북간 군사적충돌이 가능한 지역인 만큼 까다로운 선발기준은 기본이다.

언론에서 대응사격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질타하는 것은 JSA 경비대대 장병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전쟁 이후 정전협정에 따라 JSA 내 작전지휘권은 유엔사가 갖고 있지만 한국군이 경비를 담당하는 만큼, 유엔사가 무력사용과 자위권 행사 판단과 권한을 한국군 대대장에게 넘겨야 한다는 뜻도 담겨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쪽으로 총알이 넘어왔다면 비조준 대응사격이라도 하는 것이 국민의 일반적인 생각이 아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한 것도 이런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JSA들이 북한군 앞에서 풀이죽거나 낙심해 어깨가 처질까 걱정이다. 북한군 귀순 병사가 각종 검사에서 수치상 다소 호전됐다고 한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귀순병사가 완쾌 된 이후 JSA를 찾아가 북한군 코앞에서 권영환 중령과 보란 듯 포옹을 하며 자유를 만끽했으면 한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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