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다가온 조두순 갇힌 청송교도소 가보니..불안에 떠는 청송 주민들

안별 기자 입력 2017. 11. 19. 03:00 수정 2017. 11. 19. 07: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0년 12월, 그가 버스 옆자리 앉을까 소름끼쳐"
출소반대 청원 50만명 넘었지만 소용 없어
담당 교도관 "교도소 안에서 자기 뉴스도 챙겨보고 있다"

“악마,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합니다”

8세 아동의 목을 졸라 기절시켜 성폭행한 조두순이 3년 후인 오는 2020년 12월 출소한다는 소식에 전국적인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 글에 50만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 잊혀 있던 조두순이 다시 이슈화되면서, 가장 긴장하고 있는 이들은 조두순이 수감된 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 청송교도소 인근 주민들이다.

최근 청송교도소를 찾아 마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교도소 인근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한 주민은 “(조두순이) 반성한다고 하던데, 반성의 모습은 3살짜리 애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며 “3년 뒤 조두순이 여기서 버스표를 사고 버스를 탈 텐데, 만약 아무것도 모르고 옆자리에 앉는 것을 상상하면 너무나 무섭고 두렵다”고 떨었다. 청송지역 주민들 대부분이 “가뜩이나 청송에 강력범들이 많이 수용돼 있어 불안한 상태인데 조두순까지 곧 나온다니 너무 불안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한 고등학생(여·17)은 “조두순이 누군지 몰랐는데 요즘 뉴스에 계속 나와 알게 됐다”며 “(조두순이 출소하는) 그 해 12월엔 버스 터미널 근처에도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사를 짓는다는 청송의 한 주민(78)은 “탈옥 방지도 중요하지만 3년 후에 어떤 특별한 관리도 없이 나온다는 게 문제”라며 “3년 후 조두순이 나오는 날 내 고향인 이곳에서 내 손녀가 (조두순에게) 당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 재범을 일으키지 않게끔 관리·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송 지역 교도소 인근의 버스터미널./안별 기자

8살 나영이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 출소 3년 앞으로 다가와

청송 주민 “조두순 얼굴 모르는데 버스 옆자리 앉는다면 끔찍”

조두순은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에서 등교 중이던 당시 8살 ‘나영이(가명)’를 인근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목 졸라 기절시키고 성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나영이의 생식기와 항문이 파열됐다. 당시 검찰은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징역 12년 형을 선고했다.

잔혹한 범행에 비해 가벼운 형이 선고되면서, 이에 분노를 느낀 국민들은 지난 9월 6일부터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을 시작했다. 17일 현재 50만7000여명이 넘는 국민이 이에 동의했지만, 청와대의 답은 들을 수 없다. 청와대는 ‘30일간 20만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에 대해 30일 안에 책임 있는 관계자가 답한다’는 원칙을 세워뒀는데, 조두순 청원은 지난 10월 6일까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형시켜야 한다”, “두 발로 못 걷게 해야 한다” 등 국민들의 분노 어린 댓글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법무부는 2009년 사회적으로 격리가 필요한 범죄자들이 형기를 마쳤을 경우 추가 수용하는 ‘보호 수용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이중처벌 및 인권 논란이 일면서 법제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수많은 청원에도 많지만 법적으로 조두순을 계속 가둬둘 근거가 현재로선 없다.

조두순이 갇혀 있는 청송교도소의 공식 명칭은 ‘경북북부 제1교도소’다. 이곳의 조두순 담당 교도관에 따르면 현재 조두순은 교정 프로그램 등을 거치면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반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교도관은 “조두순이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땐 얘기도 잘 안 했지만, 이제는 곧잘 입을 열곤 한다”면서 “자세한 상황은 사생활·인권문제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교도소에서 매일 한 시간 운동

자기 뉴스도 챙겨보는 조두순

교도관에 따르면 현재 조두순은 다른 수용자들과 다르지 않은 일과를 보내고 있다. 수용자들의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1식 4찬(주식 쌀100%, 총열량 2500㎉)의 식사를 한다. 그리고 공휴일을 제외한 매일 1시간 이내의 실외운동을 하고 있다. 또 독방에 설치된 TV를 통해 통합교화방송 주간방송계획에 따라 편성된 뉴스, 드라마 등을 시청하고 있는데, 자신에 대한 뉴스도 직·간접적으로 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소 후 피해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교도소 측은 조두순이 따로 특이행동을 보이거나 하지 않고 조용히 수용 생활을 하는 중이라고 알렸다.

조두순이 갇혀 있는 경북북부제1교도소 외문./안별 기자

법무부는 ‘청송’이라는 이름 때문에 지역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청송군 주민들의 명칭 변경 요구를 수용해 2010년 8월 ‘청송교도소’를 ‘경북북부 교도소’로 변경했다. 경북북부 교도소는 예전부터 중범죄자들을 관리해왔다. 범죄자들의 징역이 확정되면 “그래서 내가 청송으로 가는 것이냐, 아니냐”고 먼저 물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경북북부 교도소의 뒤편 해발 1046m의 광덕산이 버티고 있고, 다른 3면은 하천으로 둘러싸여 있어 고립돼있다. 교도소로서 최적의 입지다. 1980년 설립된 이후 도주에 성공한 수용자는 한 명도 없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