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게스트하우스 체험해보니.. 청춘들의 만남과 소통 메카

sway 입력 2017. 11. 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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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다!’

지난 10일 부산 동구에 위치한 오렌지게스트하우스. 20∼30대 청춘 10여명이 게스트하우스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각자 준비한 간식과 술, 음료를 꺼내고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평택에서 왔어요. 이번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는데 근무지가 부산이라 방 알아보던 차에 들렸어요.”

“서울에 살고요. 대학후배가 내일 모레 부산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겸사 여행왔어요”

각자의 소개를 끝내고 잠시 어색함이 찾아왔지만 그것도 잠깐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하는 청춘들은 같은 또래라서 그런지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술잔이 돌면서 서먹한 분위기 대신 이야기의 꽃이 피어났다.

저마다 다른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온 이들이었지만 처음 본 사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일부터 다시는 보지 못할 인간관계라는 점이 더 솔직함을 불러오는 것 같았다.

한 달 동안 전국을 떠돌며 노숙여행을 하다 마지막으로 부산을 찾은 오태수(25)씨는 유쾌한 말투로 하지만 내용은 진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배우를 꿈꿨던 오씨는 생활고로 안해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병원과 공사장에서도 일했고 콜라 공장에서도 일해봤다고 했다.

하지만 생활고로 인해 결혼을 꿈꿨던 여자친구와 이별을 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홀로 계신 어머니 마저 여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자 여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하루는 추운날에 길바닥에 누워서 잠을 잤는데 일어나보니 입이 휙 돌아가 있는거에요. 큰일났다 싶어서 바로 한의원에 달려갔죠”라며 “입 한 번 돌아가고 나니 왜 내가 이러고 있는 건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여행 하면서 많은 분들 만나 좋은 말씀을 들으니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라고 웃었다.

◆“넌 어디서 왔니?” 청춘들 사이에서 인기

20∼30대 청춘들이 여행 또는 개인적인 용무로 국내 곳곳을 방문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또 숙박비가 하루 2만∼4만원으로 저렴한 것도 인기에 한 몫한다. 서울을 포함한 부산, 대구 등 주요 도시는 물론 전주·제주·여수 등 관광도시의 게스트하우스는 성업 중이다. 

다양한 사람이 게스트하우스에 모이다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도 한다. 숙박비와 상관없이 사람과 대화하고자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이들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중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간 뒤 미군으로 입대해 다시 한국에서 복무 중인 다소 특이한(?) 경력을 가진 윤모(28)소위는 “미국의 국군의 날을 맞아 휴가 차원으로 부산에 왔다”며 “기왕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씨는 다소 반미감정을 가지고 있던 오모(21·여)씨와 아웅다웅 토론을 하면서 친해지기도 했다.

며칠 뒤 군 입대를 앞둔 이모(21)씨 역시 군 복무 전에 여행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자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이씨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것은 처음인데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내일은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찾는다. 어떤 컨셉의 게스트하우스인지 기대된다”고 했다.

◆다양한 재미를 가진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 역시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젊은 계층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홈파티나 야경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기자가 묵은 오렌지게스트하우스 역시 평일에는 오후 8시마다 부산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와 전통시장으로 야경투어를 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인솔 아래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함께 오르며 서로의 이야기를 한다. 숙박객이 붐비는 주말에는 대규모 홈파티를 진행해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흥을 불러 일으킨다

오렌지게스트하우스 대표인 박진용(28)씨는 “부산에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전국 각지의 사람을 만나고 싶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며 “기왕이면 부산에서 잊지못할 추억을 여행객들에게 주고자 야경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게스트하우스가 청춘들에게 급속도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 부터다. 오늘날 전국 게스트하우스의 모습은 제주도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로 홀로 여행을 떠난 20∼30대 청춘들은 숙박비가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찾기 시작했고, 여러 명이 한 방을 쓰면서 여행정보를 공유하거나 함께 다니는 ‘청춘의 메카’로 거듭났다.

또한 다양한 게스트하우스가 생기면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콘텐츠와 여행지에서 운명같은 남녀의 만남을 위한 ‘짝 찾기’ 콘텐츠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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