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슈+] "빨갱이 세상이 오고 있다"..'지하철 이념전쟁' 열 올리는 태극기부대

김범수 2017. 11. 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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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열차 안, 술냄새를 풍기는 한 60대 남성이 소리를 질렀다.

이날 9호선 열차에서의 소란은 국회의사당역에서 탑승한 10여명의 60대들이 다른 승객들에게 좌석 양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며 시작됐다.

최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극성 지지자들이 국립현충원이나 마포구에 위치한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잦아져 동작역(4·9호선)과 월드컵경기장역(6호선)이 있는 노선에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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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국회 지나는 2·9호선서 文정부 행보·사상검증 시비/공공질서 저해.. 자제 목소리

지난 1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열차 안, 술냄새를 풍기는 한 60대 남성이 소리를 질렀다.

“빨갱이 세상이 오고 있다.”

이를 지켜 보던 김모(24)씨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깡패랑 다를 게 뭐가 있냐?”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최근 지하철에서 종종 발생하는 이런 갈등은 촛불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재판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소란으로 시작돼 문재인 대통령 지지 여부, 사상 검증 등으로까지 확대되어 지하철이 몸살을 앓는 지경이다. 

 
지난 1일 태극기를 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지하철 9호선 열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9호선 열차에서의 소란은 국회의사당역에서 탑승한 10여명의 60대들이 다른 승객들에게 좌석 양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며 시작됐다. 이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태극기를 들고 있었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뒤에는 한 명씩 “박근혜 대통령은 무죄다”, “문재인은 가짜 대통령이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못마땅하게 여긴 한 승객이 제지하자 태극기를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지지하는 정치인을 말해보라고 외쳤다. 위협을 받은 시민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지한다고 말하자 이들은 “그딴 매국노를 어디서 입에 올리느냐”고 고함을 쳤다.

최근 홍 대표가 주도해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게 불만인 듯했다. 이들은 세월호 리본을 단 한 승객에게 “젊은 것들은 선동이나 당하고 안보의식이 부족하다”며 훈계를 하기도 했다. 

출근길에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는 박모(30)씨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얼마 전 곤욕을 치렀다. 태극기를 들고 있던 60대 정도의 남성으로부터 대뜸 “박근혜 대통령이 죄가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고, “그렇다”고 대답하자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들었던 것. 박씨는 “종종 술을 먹고 정치관을 빌미로 욕을 하거나 때로는 몸싸움을 벌여 보기 좋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소동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동선 상에 있는 지하철 2·9호선에서 주로 벌어진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중앙지법과 가까운 교대역이 2호선에, 국회와 각 정당 사무실 인근인 국회의사당역이 9호선에 있다.

최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극성 지지자들이 국립현충원이나 마포구에 위치한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잦아져 동작역(4·9호선)과 월드컵경기장역(6호선)이 있는 노선에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최근 6호선 열차 안에서 지지자들이 “훌륭하신 박정희 대통령이 독재자라고 먹칠되는 것은 좌파 세력 때문”이라며 “우리를 구원해주신 박정희 대통령의 따님이신 박근혜 대통령은 결백하다“고 외치기도 했다. 지난 13일 박 전 대통령 동상 기증 증서 전달식이 열린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서 동상 설치를 두고 진보·보수 양측이 충돌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 한 관계자는 “태극기를 든 노인들이 소동을 벌인다는 신고가 하루에도 수 차례 들어온다. 최근에는 6호선에서도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했다”며 “과격한 행동 발견시 지체하지 말고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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