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술 자주 마시면 주량 늘어난다는 말 사실일까?

윤영현 기자 2017. 11. 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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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잘 못 마시는 직장인 A 씨는 연말이 다가오면 걱정이 앞서기 시작합니다. 회식 자리와 동창 모임 등 술자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는 데다가 숙취도 심해 다음날까지 고통스러웠던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이 술을 권할 때마다 A 씨는 "주량이 약하다"며 피해 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비슷합니다.

정말 술을 많이, 자주 마시면 주량이 늘어나고 술을 잘 마시게 되는 걸까요? 오늘 SBS '라이프'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 장은선 소화기내과 교수 인터뷰를 통해, 주량에 관련된 속설들이 진짜인지 확인해봤습니다.

■ 주량이 적다?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효소가 부족하다!

술의 주성분은 물과 에탄올입니다. 위와 소장에서 흡수된 에탄올은 우리 몸의 해독 기관인 간에서 ADH(알코올 탈수 효소)에 의해 분해돼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됩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다시 ALDH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효소)에 의해 아세트산과 물로 분해된 뒤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일반적으로 '주량이 적다'는 표현은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거나 속이 메스꺼워지는 사람에게 쓰입니다. 이런 현상은 알코올보다 10~30배 독성이 강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남았을 때 나타나게 됩니다. 결국 주량은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효소인 ALDH의 양에 따라 결정되는 겁니다.

하지만 ALDH는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활성이 증가하는 효소가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ALDH 효소가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장은선 소화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의 14.5% 정도는 유전적으로 ALDH가 거의 없고 전체 국민의 50%가 ALDH가 없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술을 마실수록 주량이 늘어난다", 근거 있는 말일까?

그렇다면 "술을 마실수록 주량이 늘어난다는 말"은 전혀 근거 없는 말일까요? 전문가들은 술을 분해하는 방법에 따라 주량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우리 몸이 술을 분해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대부분 ALDH 효소를 통해 분해가 진행됩니다.

만약 술을 많이 마셔서 체내 알코올의 농도가 계속 높게 유지되면 간에서는 MEOS(Microsomoal ethanol oxidizing system) 효소가 활성화 됩니다. 또 우리 몸은 과산화소체 카탈라제(Peroxisome catalase)라는 효소로 술을 분해하려고 합니다. 이 효소들은 평소 알코올 분해에 관여하지 않다가 술을 마실수록 활성화됩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효소의 영향은 미미합니다. ALDH 효소가 알코올 분해 활동을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장 교수는 SBS와의 통화에서 "MEOS 효소가 활성화돼 주량이 늘었다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이 효소가 실제 알코올 대사에 관여하는 정도는 10%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난 진짜 잘 마시게 됐는데"…술 내성으로 주량 늘었다?

일각에서는 '술에 내성이 생겨서 덜 취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근거 없는 말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알코올에 내성이 생기면 술 섭취량과 빈도는 늘어날 수 있지만, 술을 분해하는 효소가 활성화되어 알콜 분해 처리 능력이 좋아지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겁니다.

장 교수는 "술을 많이 마셔서 내성이 생겼고 이로 인해 주량이 늘었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는 사실이 아니"라며 "잘 마신다고 느껴지는 날은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당일 몸 상태가 좋거나 과거에 비해 술을 마시는 요령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주량은 못 늘려도 술 마실 때 건강은 지키자!

술자리에서 건강을 지키려면 과음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또 술 마시기 전에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빈 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 농도가 평소보다 2배 정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또 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 됩니다. 술자리에서 물을 자주 마시면 마시는 술의 양을 줄일 수 있고 알코올 분해도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윤영현 기자yo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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