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코는 다 똑같은데"..축산 악취 규제 지역마다 제각각

2017. 11. 1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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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민가서 200m만 떨어지면 돈사 허용..강진은 5배인 1km로 '엄격'
청주, 학교기숙사 규제 대상서 제외..충북과학고 주변 축사 33개 난립

(전국종합=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악취와 소음, 질병을 유발하는 축사를 둘러싼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규제는 제각각이다. 일부 지자체 규제는 너무 느슨해 환경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축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요구하는 주민들과 이전할 부지가 마땅하지 않다고 버티는 축산업자 간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민원을 우려해 신규 축사 건립을 불허하는 지방자치단체와 법적 기준을 갖춘 만큼 허가해 달라는 축산업자 간 갈등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마련하겠다며 관련 조례를 개정, 민가와 축사 사이의 거리를 일정 수준 유지하도록 조처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축사 규제 권한이 지자체에 있는 데다 지자체에 따라 규제가 제각각이어서 혼란을 부추기고, 갈등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가 가축 사육 제한 거리를 일선 지자체에 권고하고 있지만 제한거리가 현실성 없을 정도로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기숙형 학교인 충북과학고 학부모들이 행정기관의 무분별한 축사 허가로 학생들이 교육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집단반발하고 나섰다.

학교 주변에 이미 15개의 축사가 있는데, 추가로 18개의 축사 건립 허가가 나면서 이 학교가 축사에 포위됐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청주시는 10가구 이상이 거주하는 민가에서 500m 이내인 지역에는 한우·젖소 축사 건립을 불허하고 있는데, 학교 기숙사는 공동주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축사 신축 허가를 무더기로 내준 게 화근이었다.

학생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기숙사를 축사 규제 대상에서 빼버린 것으로, 그만큼 관련 조례가 허술한 셈이다.

학부모들은 축사 건립 허가를 취소하고 제한구역을 더 확장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청주시는 조례를 근거로 이미 허가한 축사는 취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축사를 허가할 때 민가에서 얼마나 거리를 둬야 하는지를 규제하는 가축사육 제한구역 설정 기준은 전국의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다.

충북 지자체 중에서는 한우 축사와 민가와의 이격거리가 100m에 불과한 곳도 있는데, 제천시와 보은군, 옥천군, 영동군이 해당한다. 민가에서 100m만 떨어지면 축사를 설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악취 피해가 소 축사보다 더 심한 돈사의 경우 괴산군은 2㎞, 증평군은 1.5㎞로 엄격한 거리 제한을 둔 반면 단양군과 충주·제천시는 500m에 불과하다.

거리 제한이 제각각인 것은 충북뿐이 아니다.

충남 공주시는 한우·젖소 축사를 주거밀집지역에서 1㎞ 안쪽, 돼지의 경우 1.7㎞ 안쪽에는 짓지 못하도록 강하게 규제하는 데 비해 보령시는 한우 300m, 젖소 400m, 돼지 1㎞의 제한거리를 설정하고 있다.

전남 강진군과 영광군은 민가에서 1㎞ 이내 지역에는 돈사 건립을 불허하고 있다. 돈사와 민가 사이의 거리를 200m로 허술하게 규정한 여수시와는 5배 차이가 난다.

축산업자들이 규제를 피해 축사를 옮기면서 인근 지자체 주민들이 덤터기를 쓰면서 지자체간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충북 진천군 초평면의 한 축산업자는 올해 초 분뇨 악취를 호소하는 이웃 주민들을 피해 축사 이전을 결정했는데, 그 부지가 증평군 접경지역과 300m에 불과해 진친군과 증평군의 '축사 전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다행히 이 축산업자가 새로운 부지를 확보,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이웃 지자체 주민들에게 '악취 폭탄'을 떠넘기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모든 지자체가 축사 제한거리를 통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환경부는 악취 측정 결과를 반영해 2015년 축사 제한거리 권고안을 만들었는데 민가와의 이격거리가 한우·젖소 축사 50m, 돈사 400m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가축분뇨 악취로 주민 불만이 터져 나올 때마다 "우리 조례는 환경부 권고안보다는 훨씬 강력한 수준"이라고 반박하는 지자체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련 조례를 개정할 때 규모가 비슷한 다른 지자체 조례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광역 시·도 내에서도 가축사육 제한거리가 시·군마다 들쭉날쭉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단체장 의지에 따라 제한거리가 제각각이고, 일률적으로 정비하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에서 여론을 수렴, 법으로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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