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칼럼]신태용 감독의 플랜A와 중심 잡는 선수 역할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7. 11. 1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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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병지입니다.

11월 A매치는 한국 축구대표팀에게 있어 큰 전환점이 됐음을 모두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매우 강한 상대인 콜롬비아와 세르비아를 상대로 1승1무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 그 이상으로 경기 내용, 선수들의 투지, 조직력 등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동 트기전이 가장 어두웠던 것일까요. 이번 11월 A매치에 대한 총평을 해볼까 합니다.

연합뉴스 제공

▶콜롬비아-세르비아전의 선수기용을 통해 확인한 것

콜롬비아전을 통해 가장 큰 수확은 선수들을 어떤 상황에서 쓸 수 있을지를 확인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당장 가장 큰 고민으로 봤던 풀백에서 오른쪽은 최철순, 왼쪽은 김진수와 김민우라는 경쟁력 있는 활약을 보였습니다. 김진수의 뛰어난 활동량은 측면 움직임이 많은 팀을 상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김민우의 경우 견뎌내는 힘이 좋아 유럽 팀들에게도 들어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러시아.모로코 경기에서 풀백에 대한 갈증이 2경기를 통해 많이 해소된 느낌입니다.

기성용의 파트너도 각각의 매력을 뽐냈습니다. 고요한의 경우 콜롬비아전에서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집중마크했던 것처럼 상대 플레이메이커가 있을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우영의 경우 상대가 힘과 높이가 있을 때 함께 부딪혀 줄 수 있다고 봅니다. 고요한의 경우 남미와 중남미팀, 정우영의 경우 유럽, 아프리카팀들을 상대로 쓸 수 있는 맞춤형 선수들이 아닌가 봅니다.

손흥민의 투톱 파트너로도 이근호와 구자철 모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우리보다 좀 더 공격적으로 나오는 팀의 경우 뒷공간이 열리게 되니 이근호를 투입해 뒷공간을 노리는 침투와 상대 측면을 괴롭히는 역할을 맡길 수 있습니다. 반면 구자철은 상대도 안정적으로,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고 나오는 팀의 경우 뒷공간이 많이 없기에 스스로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 진형 사이를 오가며 공간을 창출할 수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이번 평가전을 통해 확실한 4-4-2의 안착과 함께 상대에 따른 선수기용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지 확인했다는 점은 1승1무의 결과 그 이상의 성과입니다.

▶조현우의 반가운 발견… 선수가 잘하는 것을 끌어냈다

골키퍼 출신이기에 아무래도 골키퍼의 활약상을 눈여겨봤습니다. 특히 세르비아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가진 조현우는 제가 봐도 참 뛰어났습니다. 쉽지 않았겠지만 신태용 감독의 적극적인 결단이 다소 김승규로 조기 확정되는 듯 했던 골키퍼 포지션을 다시 경쟁 체재로 만들었습니다.

대구FC의 올 시즌 클래식 잔류를 만드는데 조현우의 공이 컸음은 K리그 팬들이라면 아실 겁니다. 상위권팀에게 수세에 몰렸을 때 조현우의 활약이 빛났고 이미 K리그에서 검증된 자원이었죠. 2015년 11월 첫 소집 이후 2년만에 A매치 데뷔전을 가졌다고 하는데 그사이에 K리그 경험을 쌓고 성공을 위한 준비를 찬찬히 해온 것 같아 뿌듯합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쉽지 않았지만 결국 버티니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고 덕분에 골키퍼 포지션은 서로에게 라이벌의식을 갖고 선의의 경쟁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빌드업의 완성도에는 좋은 모습 보였지만, 향후 멀리 정확히 보내는 킥능력을 보강한다면 조현우의 경쟁력은 대단할것으로 생각됩니다.

연합뉴스 제공

이번 11월 평가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칭찬받아 마땅한 것은 ‘선수가 잘하는 것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아닐까요. 칼럼을 통해 여러번 밝혔지만 월드컵까지 워낙 시간이 촉박하기에 새로운 것을 만들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습니다. 결국 선수가 잘하는 것을 끌어내야하는데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까 치열하게 고민했고 결국 투톱 시스템으로 4-4-2라는 포메이션을 정착시켰습니다.

이외에도 고요한이 잘하는 대인마크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 세계적인 선수인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완벽하게 지워내게 했고, 32세의 이근호도 다시 전성기를 맞게 했죠. 쉽지 않았던 골키퍼 조현우를 데뷔시킨 것도 분명 인정받아야죠.

▶그래도 높이 있는 공격수는 필요… 앞으로 4-4-2 다지고 20% 채워야

이번 평가전에서는 전형적인 No.9 유형의 공격수들, 높이 있는 공격수에 대한 실험은 많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어떤 일이 있을지 모릅니다. 행여 손흥민에게 문제가 생겼거나 세트피스, 크로스 등의 공격을 해야 할 때 활용할 공격수에 대한 대안도 필요합니다. 김신욱 등으로 대표되는 큰 공격수들에게도 향후 기회를 줘서 공격진에서의 플랜B를 생각하는데 움츠려드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향후 12월 동아시안컵, 내년 1월 전지훈련에서 해야 할 것은 좋은 경기력 보였던 플랜A인 4-4-2를 일단 더 다듬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다른 포메이션과 전술도 대비하여야 하지만 일단 잘하고 있는 것을 괜히 바꿨다가 실패하면 시간도 부족하고 큰일 나게 되겠죠. 조금 더 4-4-2를 다지고 이 시스템 안에서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도 주면서 각 포지션마다 역할, 공격지역에서의 세밀함, 선수들이 4:4:2 전술 안에서 패턴을 익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지금쯤 신태용 감독은 7~80%는 대표팀에 대한 구상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남은 20%를 채워가고 23명 중 어떤 선수가 들어가도 전술 안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향 평준화를 향후 동아시안컵과 전지훈련에서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번 11월 A매치는 그동안 한숨만 짓게 했던 대표팀이 이처럼 미래를 꿈꾸고 기대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 반갑습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선수들의 자신감이 되살아났고 국민들 역시 다시금 축구대표팀을 믿고 환호하며 지켜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아닐까요. 선수들은 관심과 환호를 받고 그 감사함을 경기장에서 풀어 내는 존재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김병지 칼럼 : K리그 최다출전자(706경기)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前선수는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병지 칼럼니스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이나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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