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늘어난 女공무원, 야간숙직 '열외' 유지해야할까?

정용부 입력 2017. 11. 18. 06:00 수정 2017. 11. 2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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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숙직'은 남성의 전유물?.. 여직원도 참여하는 추세
전 직원 참여하는 구는 2곳, 희망에 따라 5곳.. 18개 구는 미참여

'야간 숙직'은 남성의 전유물?... 여직원도 참여하는 추세
전 직원 참여하는 구는 2곳, 희망에 따라 5곳... 18개 구는 미참여

▲ 서울시 영등포구의 당직상황실 모습/사진=영등포구 제공
여성 공무원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남성 직원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숙직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 공무원 비율이 높아진 만큼 남성 공무원 비율은 줄어드는데 숙직을 전담하는 남성 공무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어 숙직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파이낸셜뉴스>가 서울시 25개 자치구(區)를 대상으로 야간 숙직 근무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여직원이 야간 숙직에 참여하는 구는 25개 구 중 강남구·강북구·구로구·광진구·마포구·양천구·영등포구 등 총 7개로 밝혀졌다. 자치구마다 '당직 근무 및 비상근무규칙'을 달리하면서 그동안 객관적인 집계를 나타내는 수치는 없었다.

이 중에서도 여직원이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전 요일 숙직에 참여하는 구는 구로구와 영등포구 등 2개 구이며 강남구는 월~수요일에, 강북구·양천구·마포구는 매주 목요일에, 광진구는 희망하는 요일에 야간 숙직근무를 하고있다.

당직 근무는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일직'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근무하는 '숙직'으로 나뉜다. 보통 5~9급 공무원이 4~5명씩 조를 이뤄 불법 주정차, 소음, 동물 사체 처리 등의 각종 민원을 처리하고 때에 따라 현장에 출동하는 단속과 순찰을 한다. 숙직 직원에게는 별도의 수당이 지급된다.

현재 각 구청 당직 규정 내 숙직 근무에 대해 여성 공무원을 편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각 구청은 여직원의 동의를 받고 직원과 근로자 대표 격인 구청장이 상호 협의해 숙직 근무를 시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건강은 물론 여성의 모성 보호와 일·가정 양립 지원을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임산부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시간과 휴일에 근무할 수 없다.

▲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최근 3년간 여직원의 수가 급격히 늘었다./그래픽=정용부 기자

■숙직은 남성 전유물? 높아진 피로감에 불만도 증폭
그간 숙직은 남성 직원의 전유물이었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상당 부분 맡아 왔고 야간에 벌어질 수 있는 위험성 등을 감안해 사회적 배려와 편의제공 차원에서 남성직원들만 숙직을 해 왔던 것.

그러나 여직원의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남성직원들의 숙직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현원 통계에 따르면 5급~9급 여성직원은 2013년 1만2868명에서 2016년 3336명이 늘어난 1만6205명이다. 반대로 같은 기간 남직원은 2만0707명에서 2만0651명으로 56명이 오히려 줄었다.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근무하는 여직원은 전체 46%에 이른다.

남직원의 숙직 근무 주기가 가장 빠른 곳은 서대문구·성동구·송파구·양천구·중랑구다. 이들은 40~45일에 한 번 꼴로 야간 숙직을 선다. 강남구·관악구·구로구·금천구·성북구·영등포구·중구는 75~80일에 1일 꼴로 숙직이 돌아온다. 각 구청마다 인원과 성비가 달라 차이가 있지만 서울시 전체 남성직원들의 숙직근무 평균 주기는 59.8일에 하루 꼴이다. 이를 여직원을 포함해 전체 직원이 숙직근무를 하는 것으로 가상해 계산하면 숙직 근무 주기는 120일 가량 되는 셈이다.

사태가 이지경이 되다 보니 피로 누적과 업무량 과다로 고충을 토로하는 남직원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가사와 육아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것 처럼 남성직원들은 여직원의 숙직 참여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일선에선 강남구·강북구·광진구·마포구·양천구가 여성 직원 중 희망자를 모집해 숙직근무에 참여토록 했고 구로구와 영등포구는 임신·출산이나 건강상 문제 그리고 5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여직원을 제외한 여직원 전원이 숙직근무를 서고 있다.

▲ 자치구마다 차이를 보이는 여직원 숙직근무 참여, 남직원의 숙직 근무 주기가 가장 짧은 곳은 양천구·서대문구·성동구·중랑구·송파구로 나타났다./그래픽=정용부 기자

■전 직원 참여하는 구는 2곳, 희망에 따라 참여하는 구는 5곳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여성 숙직 근무를 처음으로 배정 한 곳은 2007년 강북구다. 당시 19명이 자원해 두어 달에 한 번꼴로 숙직을 섰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수가 줄어 매달 약 4~6명이 참여한다.

양천구의 경우 2016년 직원들이 모인 토론 자리에서 한 남직원이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김수영 구청장이 제안해 전격 도입됐다. 이에 따라 현재 57명이 숙직근무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가 특정 요일에만 근무를 참여하면서 그 실효성을 두고 비판이 일기도 했다. 숙직을 선 다음 날은 비번이다. 그러므로 목요일에 숙직을 선 직원은 금·토·일요일을 쉴 수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뷔페니즘'(뷔페+페미니즘, 자신이 유리한 것만 골라 택하는 페미니즘)이라 불리며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현재 여직원이 목요일에만 숙직을 서는 구는 강북구와 양천구·마포구다. 광진구는 9명의 여직원이 신청해 자신이 희망하는 요일에 근무를 설 수 있다. 강북구와 광진구·양천구의 여직원은 6~7개월에 한 번, 마포구는 최근 시범사업을 벌여 현재 6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모두 남성의 근무 부담을 덜어주긴 역부족이다.

한 관계자는 "초기에 비해 여직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 신청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향후 여건에 따라 인원수와 숙직 요일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요일을 남녀가 모두 근무하는 구는 구로구와 영등포구다. 영등포구는 지난해 11월 남녀 공통 숙직 근무를 단행했다. 이전에 남직원이 40여 일에 한 번 섰다면 현재는 남녀 모두 80여일에 한 번 주기가 돌아와 근무 부담을 줄였다.

구로구는 현재 여직원이 남성보다 56명이 더 많은 275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6년 1월 내부 건의 사항을 수렴해 남녀가 모두 참여하는 것으로 바꿨다. 그 결과 구로구는 여성이 참여하기 전 남직원의 근무 주기가 60일에 1번 꼴이었다면 현재는 75일에 한 번 꼴로 돌아온다. 여성은 88일에 한 번 숙직 근무를 선다.

특히 구로구의 경우 휴무일 규정을 개선해 여성직원의 참여를 유도했다. 일반적으로 숙직 근무자는 근무 종료 시각이 속하는 날 전일 휴무하거나 숙직 종료일이 속하는 날이 토요일 또는 공휴일일 경우 다음 정상 근무일부터 7일이내에 1일을 지정하여 휴무를 한다. 이와 달리 구로구는 근무 종료일에서 7일 이내에 1일을 자유 지정하도록 정해 직원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영등포구는 남녀가 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하여 당직 통합편성 운영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양성평등 정책 수립 및 집행을 위해 직원 의식을 높이고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보람과 성취를 느낄 수 있는 조직문화를 꽃피우겠다”고 밝혔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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