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국당 "아침에 신문 보기 겁난다"..여당도 "검찰에 목 내놓은 꼴"

박순봉·이효상 기자 2017. 11. 1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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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홍준표 “망나니 칼춤식 정치보복” 비판도…“검찰, 존재 이유 증명” 분석

자유한국당의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소속 의원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탓이다.

홍준표 대표는 “완장 차고 망나니 칼춤이나 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류여해 최고위원은 “자고 일어나면 신문 보기가 불안하다. 어제도 오늘도 동지가 한 명씩 사라지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고 했다.

당 지도부 발언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분노와 공포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검찰발 사정한파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최경환·원유철·이우현 등 소속 의원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한국당은 겉으로는 당내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거친 발언으로 비판하면서도 내심 사정한파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국당 한 재선 의원은 “문재인 정권은 적당히 야당을 견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없애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며 “특수활동비뿐 아니라 전방위적 사정정국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최근 홍종학 후보자 이야기가 워낙 뉴스에 많이 등장하니 홍준표 대표가 뉴스에서 한자로 ‘홍(洪)’이 나올 때마다 본인 이야긴 줄 알고 깜짝깜짝 놀란다”고 전했다. 사정정국이 이어지자 뉴스에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걸 걱정한다는 의미다.

수사 대상에 여당 측 인사들이 섞여 있는 것도 한국당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여권이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베어 내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식 사정 드라이브를 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처음엔 친이계들을 치는 줄 알고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까지 가면 끝나겠다고 생각했는데 특수활동비 수사를 보니 그런 구분이 있는 것 같지 않다”며 “걸리는 대로 전방위 사정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 인사들도 수사 대상에 가끔씩 들어가는 걸 보면 문재인 정부가 참 영악한 것 같다”고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여당은 거수기로 만들고, 야당은 궤멸시키려는 것 아니겠냐”며 “청와대가 국회 전체의 힘을 빼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기류는 아니다. 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이 검찰 수사로 불명예 퇴진하고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여당 의원들에게도 흘러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검찰 칼끝이 언제든 여당을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옛날 같으면 청와대가 컨트롤을 해서 중재를 할 텐데 지금 검찰은 걸리는 족족 수사를 할 수 있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국회의원들이 검찰에 목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출신 한 의원은 “검찰 입장에서는 경찰·검찰 수사권 조정도 있고, 변창훈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는 만큼 내·외부적으로 힘을 보여 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법조계 출신 의원은 “검찰이 스스로 살기 위해, 자기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수사를 주도하는 측면이 강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한 초선 의원은 “개혁 대상인 검찰에 수사권 칼날을 다 쥐여주고 마구 휘두르게 한 다음에 수사권을 뺏겠다고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들이 여의도 수사에 박수를 치고 있는 만큼 국회가 검찰권을 견제하자는 말도 꺼내기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박순봉·이효상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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