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환율 1100원선 14개월 만에 붕괴..당국 "속도 너무 빨라" 우려

임지선·고영득·이호준 기자 2017. 11. 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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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원·달러 환율 1097.5원으로 마감

원화 가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국제유가와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타는 와중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원화 가치 상승)를 보이면서 ‘3고 현상’이 경제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산업계에서는 수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내수와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단기간에 급격한 쏠림을 막기 위한 외환당국의 현명한 대처가 요구되는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떨어진 1097.5원에 마감했다. 외환당국이 예의주시 중이라며 구두개입에 나서 낙폭을 줄였음에도 이날 종가는 지난해 9월29일(1098.8원) 이후 약 1년2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사흘 동안 20.6원 내려갈 정도로 하락세가 가파르다.

원화 강세 이유로는 우선 국내 경기가 좋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6%(전기 대비 1.4%)로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3.2%로 올렸다. 대외적으로 북한발 리스크가 낮아지고 한·중관계가 풀리는 기류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안 처리가 불확실해질지 모른다는 소식에 미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된 점도 원화 가치 상승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6일 전해진 한·캐나다 통화스와프 전격 체결 소식은 한국의 금융 안전망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제 호조와 국내 경기 회복세 강화 등은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하락 기조가 유지될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국내외 경기 흐름을 보면 기조적으로는 원화 강세 요인이 조금 더 우세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미국 세제개편안 등의 변수가 있어서 단기적으로 1100원 선을 회복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원화 가치 상승은 양면적이다. 수입 단가를 떨어뜨려 소비자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고 내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부담이 되는 수준이 아니어서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수출 기업들 사이에선 한국산 제품의 수출 가격경쟁력 저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통상 압박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수출 기업들은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경기지표 호조를 수출이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은 정부의 경제운용에도 부담이다.

소형 주방기기를 미국에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체 대표는 “대부분 환율을 1100~1150원 선에 맞춰서 수출단가를 책정하는 상황”이라며 “1100원이 무너지면 당분간 마진이 줄어드는 수준이지만 향후에도 환율 하락이 계속되면 수출할수록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손익 분기점 평균 환율은 1045원 수준이다. 하지만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지더라도 시장이 안정화돼서 예측 가능성만 높아지면 수출 가격은 바이어들과 협상이 가능하다”며 “중소기업 수출의 경우 대부분 원자재를 들여와 중간재를 수출하는 형태여서 외환시장이 안정되면 수출입 균형을 통한 위기 관리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이날 “환율 하락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단기 쏠림 현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지선·고영득·이호준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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