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왜 한국 돈이 비싸지고 있는 걸까?

이승선 기자 2017. 11. 1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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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환율 하락 추세' ..J노믹스 등 복합 작용

[이승선 기자]

 

최근 달러에 대해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말 1145.4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17일 1100원 선이 붕괴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나흘째 하락하며 전날보다 3.9원 내린 1097.5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093.0원까지 하락하며 연저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자체보다 하락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의 강세는 비교 대상이 되는 외국 통화들과 비교할 때 유독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이후 한 달 반 동안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4%나 올랐다. 같은 기간 호주 달러가 3.2%, 영국 파운드화가 1.7%, 일본 엔화가 0.2%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달러 대비 가치가 오른 유로화, 말레이시아 링깃화도 상승폭이 각각 0.1%, 1.3%에 불과하다. 원화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중국 위안화와 싱가포르 달러화도 각각 0.3%, 0.2% 절상되는 데 그쳤다.


▲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97.0원으로 개장한 뒤 결국 1097.5원으로 마감했다.ⓒ연합뉴스


'J노믹스' 시대의 달라진 환율 정책에 주목


이처럼 원화가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 대해서 시장에서는 경제 회복세, 북한 리스크 완화, 펀더멘털 반영, 정부의 정책 변화 등 여러 요인을 꼽고 있다.  

경제 회복세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1.4%로 지난 2010년 2·4분기(1.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거론한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3.6%라는 뚜렷한 경기회복세를 보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수출 대기업들의 영업 이익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국이 인위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한 환율 하락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북미간의 '말폭탄'으로 고조됐던 북한 리스크는 두 달째 소강 상태다. 외국인의 투자가 늘면서 달러 유입이 크게 증가해 원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 기축통화로 평가받는 캐나다 달러를 무한도, 무기한이라는 조건으로 빌릴 수 있는 상설 통화스와프를 캐나다와 체결했다는 16일 발표가 나온 것도 원화 강세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환율정책이 수출 대기업을 위한 고환율 정책을 지지하던 이명박 정부 등 과거 보수정권과  상당히 달라진 점이 중요한 배경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달러 약세에) 과도한 쏠림이 없는지 시장을 면밀히 보겠다"고 구두 개입성 발언을 했지만, 시장 개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시장도 별로 경계하지 않는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구두 개입에 잠시 주춤하던 환율은 이날 장 막판에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장중 1100원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외환당국이 다시 "환율 하락 속도가 지나치다.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달러 매수에 나서는 등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행동에 나서면서 1101.4 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스무딩 오퍼레이션 규모 자체가 과거와 달리 상징적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하면서 17일 종가로 1100원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고, 결국 이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정부의 외환시장 정책이 환율 하락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 방향으로 변한 배경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을 환율 조작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지정한 미국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환율 하락을 막으려는 정책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쪽에서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J노믹스(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는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어도 환율 하락을 방어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내수 확대 의지가 강한 문재인 정부는 환율을 낮춰 내수 구매력을 높이고 내수기업의 비용부담을 줄이는 방향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환율 하락이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존의 우려와 달리 수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이 크게 늘면서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올 연말 한국은 2년 만에 세계 수출국 6위 자리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올 1~8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3751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6.4% 상승했다. 세계 10대 수출국 중 수출액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 수출 호조세는 주력 품목인 반도체·선박·석유화학·석유제품 등에서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1~8월 전년 동기 대비 54.2%, 선박은 37.5% 수출이 늘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추가 핵실험 등 돌발 악재가 없는 한 앞으로도 원화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유력하다.


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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