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을 마무리하는 시를 사색하다 가 을 시 집詩集

이승연 2017. 11. 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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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막바지로 접어든 요즘, 서점 판매대엔 시집이 즐비하고 SNS를 통한 신인 시인들의 등단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 쓰기·낭독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소개되고 있다. 그야말로 ‘시(時)의 계절, 가을’이란 말이 절실히 와 닿는다. 빨갛게 물든 단풍잎 하나를 책갈피로 만들어 꽂아두고 싶은 책 한 권이 그리워진 이들을 위해 ‘가을에 읽기 좋은 시집’을 준비했다.

▶가을엔 시를 읽겠어요

지난 10월25일, 인터파크도서는 ‘최근 3주간 시 분야 서적 판매량이 전월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1월1일부터 10월16일까지 시 분야 베스트셀러 누적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가 올해 들어 가장 많이 판매된 시집으로 나타났다. 인터파크도서 송현주 시·에세이 MD는 이에 대해 “어렵고 현학적인 시보다는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시집의 판매가 꾸준한 편이다. 또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젊은 시인들의 시집 출간도 많았다”라고 설명한다.

시집 판매량의 꾸준한 증가와,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시집, SNS 시인들의 증가…. 사회 전반적으로 ‘시 읽는 문화’가 확산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증거들이다. 가을을 맞이해 ‘시’를 주제로 한 각종 독특한 행사들 역시 화제다. 스타트업 ‘잼있는인생’에서는 지난 11월5일, 시 전시회 <무료詩식회>를 진행했다. <무료詩식회>는 인스타그램 ‘잉글이드의 습작’을 통해 소소한 순간들에 감정을 곁들인 시를 선보이고 있는 시인 ‘잉글이드’의 이야기를 주제로, 감성적인 시와 다양한 잼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전시 프로그램은 기존의 미술 전시회나, 시 낭독회와는 다른 개성을 띤다. 긴 테이블 위에 놓여진 각 그릇에는 음식 대신 시 엽서들이 담겨 있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시 30편을 ‘詩식’하고, 그릇에 잘 담긴 시를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지난 11일 홍대입구에 위치한 경의선 책거리에서는 <국내 최초 시 버스킹 프로젝트 - 詩장보기>(이하 ‘詩장보기’)가 열렸다. 이번 프로젝트는 페이스북 페이지 ‘詩장’에서 진행한 행사로, 14인의 시인들이 거리에 나와 적극적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직접 소통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날 행사 내부 프로그램으로 시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詩장 난전’(시집 판매, 시 읽어주기, 시화전, 즉흥 백일장 등)과 ‘다詩 부르기’(시장사람들의 공연) 등이 준비돼, 시인들과 독자들이 함께 호흡하고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버스킹’ 시간이 펼쳐졌다. 또한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서촌에 위치한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주목해보자. 이곳은 서점의 주인이자 시인인 유희경 씨가 직접 시를 권하고, 판매하는 독립서점으로, 정기적으로 시 쓰기 수업과, 낭독회 등의 행사가 열린다. 오는 15일에는 ‘wic+itta 낭독회-니카노르 파라, 나와 반목하는 시들’이 열릴 예정으로, 그밖의 다른 행사나, 책방 소식은 위트 앤 시니컬 공식 트위터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Editor’s Pick 내게 맞는 시집 찾기

▷가을에 읽기 좋은 시

'가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김태광 지음/ 시너지북 펴냄

사랑하고, 또 사랑에 아파하고 있는 이들에게 시집 <가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는 그 어떤 말보다도 큰 공감과 위로가 되어준다. 마음 속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적어 내려간 70편의 사랑시.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태광은 작가 특유의 감수성과 서정적 문구로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써 내려갔다. 책은 ‘사랑’을 한 경험이 있는 누구나 공감할 내용들이 사진과 함께 어우러져 독자들로 하여금 시를 음미하고, 사랑했던 이를 생각하는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시계절, 도레미파솔라詩' 이지연 지음/ 좋은땅출판사 펴냄

시가 좋아서 시를 썼다는 저자 이지연은 아름답고 따뜻한 내면의식이 독자들의 마음을 빗방울처럼 두드린다.<시계절, 도레미파솔라詩> 속 그녀의 시를 통해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시가 너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로가 되는 시간

'달의 위로' 안상현 지음/ 지식인하우스 펴냄

세상 속에서 철저히 외톨이가 된 날, 사랑에 아파 눈물짓는 날, 사무치는 그리움에 잠들지 못하는 그런 날들이 있다. 감성 에세이 <달의 위로>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자, 이 글을 읽는 나(독자)의 이야기이다. 하루에 한두 줄씩 적어두었던 문장들을 SNS에 올렸던 저자 안상현. 그는 이러한 소통 공간을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점차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다독이기 시작했다. 무심한 듯 툭툭 던져지는 짧은 글들이 때론 친구처럼 때론 연인처럼 마음의 온기를 채워준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성호승 지음/ 박현서 그림/ 경향BP 펴냄

누구도 삶에 치여서, 사랑에 지쳐서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책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저자이자 작가 성호승은 삶에 지쳐, 사랑에 지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사랑이 끝난 후의 마음도 사랑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감내해야 할 몫’이라 여기는 그의 글은 그래서 더 깊고 여운이 길다. 책은 지금 당신을 괴롭게 하는 그 상처에 딱지가 앉아 아문 후에는, 어떤 일에도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전한다.

▷수많은 독자들이 선택한 시집

'간격의 미' 백가희 지음/ 쿵 펴냄

관계와 삶, 그리고 일상을 특별하게 보여주는 애틋한 시어들. 백가희 작가가 전작 <당신이 빛이라면>을 통해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진한 언어로 이야기했다면, 이번에 새로운 시집을 통해선 마치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시들을 선보인다. 지금을 사는 우리를 위한 위로, 가족을 향한 각별함, 같은 시기를 힘겹게 보내는 청춘을 위한 이야기. 그리고 일상적 모습을 시로 표현하는 저자만의 시선과 상상력이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눈사람 여관>의 저자 시인 이병률이 다섯 번째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를 선보였다. <눈사람 여관> 이후 쓰고 발표한 60편의 시들. 설명할 수 없는 생의 절박함과, 바닥이 보이지 않는 슬픔을 응시하는 깊고 저린 감정도 내포한다. ‘시인의 말’을 통해 저자는 ‘마음속 혼잣말을 그만두지 못해서 그 마음을 들으려고 가는 중입니다’라고 밝힌다. 실제로 시인이 툭툭 내뱉은 혼잣말이 담장을 쌓아 올리듯 겹침과 포개짐을 반복하며 거듭 질문을 낳고, 끝내 시로 완성됐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인터파크 도서, 포토파크, 텀블벅, 위트 앤 시니컬 공식 트위터,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04호 (17.1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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