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결제 大國' 중국.. 거지도 스마트폰 구걸한다
택시기사·노점상들도 '환영'
QR코드만 대면 결제 가능해.. 시골 할머니도 스마트폰 쇼핑
위폐·강도 우려도 줄어들어
日, 이제야 맥도널드 카드 결제.. '현금 위주 사회' 위기감 커져
중국 남부 대도시 선전의 택시 기사 쉬자량씨는 요즘 택시 강도를 당할까 걱정하지 않는다. 종일 영업해도 현금을 받는 일이 거의 없어진 덕분이다. 쉬씨는 "이게 다 휴대폰 결제 덕분"이라며 "노인이나 어린 학생 말고는 현금 내는 손님들이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밤만 되면 강도를 당할까 두려웠지만 이젠 차 안에 현금이 별로 없으니 마음 졸일 일이 없다"면서 "위폐 걱정할 일도 사라졌다"고 했다.
중국 사회에서 휴대폰 결제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택시 기사나 거리의 노점상들이 현금을 노린 강도를 두려워하거나 가짜 돈에 속는 것을 걱정하던 일이 옛일이 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011년만 해도 중국은 '현금 제일 사회'였다. 모바일 결제 규모는 1000억위안(약 16조6000억원) 수준이었고, 1인당 신용카드 보유 장수도 미국(2.9장)의 10분의 1가량(0.31장)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 규모는 60조위안(약 1경원)에 육박하면서 미국의 50배 규모로 성장했다고 중국 시장조사 업체 아이리서치(iResearch)는 분석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평생 신용카드란 걸 만져본 적 없는 중국 시골의 촌로들도 이제는 휴대폰으로 장을 본다"며 "중국 사회가 신용카드 단계를 생략하고 현금 없는 사회로 직행하고 있다"고 했다.
불과 수년 만에 중국 대륙이 모바일 결제 천하가 된 가장 큰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라고 SCMP는 전했다. 모바일 결제앱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알리바바의 즈푸바오나 텐센트 위챗페이는 복잡한 인증 과정 없이 정사각형의 QR코드만 스캔하면 몇 초 만에 결제가 끝난다. 대형 할인점이나 일반 상가뿐 아니라 길거리 노점에서도 휴대폰 결제가 가능하다. 심지어 즈푸바오나 위챗페이로 구걸하는 걸인들의 모습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 올라올 정도이다.
상인들 사이에서도 현금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손님이 건넨 지폐가 위폐인지 확인하려고 불빛에 이리저리 비춰보거나 손으로 여기저기를 만져볼 필요도 없고, 거스름돈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현금을 안 받으려는 가게들이 늘면서, 당국이 '현금 거부 업체' 신고 전화를 개설할 정도이다. 중국이 모바일 결제 강국이 된 데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까다롭지 않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둔감한 사회 분위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바다 건너 일본은 중국의 이런 변화가 부러운 처지라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전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널드에서 드디어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현금 일변도의 사회 분위기가 얼마나 완고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뉴스였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한·중·일의 현금 사용 비율은 2015년 기준으로 일본 65%, 중국 50%, 한국 10% 수준이다. 중국은 최근 2년간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한국과의 격차가 훨씬 더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일본이 이처럼 스마트 결제 시스템 도입이 더딘 것은 강도나 위폐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국가인 데다, ATM(현금 인출기)을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또 일본 자영업자들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커녕 카드 결제 시스템 도입을 위한 비용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1일 광군제 행사 하루 만에 28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할 만큼 중국의 온라인 쇼핑 시장이 모바일 결제를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일본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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