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건축물 80%가 지진 무방비..부산 내진설계 13.7% 불과

손동우,용환진,추동훈 2017. 11. 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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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5.7% 경북 20.9%, 지진 빈발 남동권 안전 위협
1천만 인구 서울지역 건물도 18.5%만 내진설계 적용돼
6.0이상 강진 발생땐 희생자 속출..대책 강화해야

◆ 포항 지진 충격 ◆

무너진 아파트 살펴보는 李총리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규모 5.4의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를 찾아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 건축물 내진(耐震) 설계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지만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은 여전히 지진 피해에 무방비로 놓인 국내 건축물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건축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자신이 사는 아파트나 일하는 빌딩은 과연 지진에 안전한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내진설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건축물대장을 뽑아보는 것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집합건축물대장, 단독주택 등 일반건축물은 일반건축물대장을 발급받으면 된다. 건축물대장 표제부 뒷부분을 보면 내진설계 적용 여부 칸이 마련돼 있다. 내진설계가 돼 있으면 '적용', 없으면 '미적용'이라고 표시된다. 또 국토연구원 산하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운영하는 '내진설계 간편조회 서비스'에 들어가서 건물 주소를 입력해 내진설계가 적용됐는지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서울시민인 경우엔 내진 성능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시스템'에 들어가서 집주소와 건축물 기본정보를 입력하면 규모 6~8 수준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붕괴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에 준공한 지 41년 된 5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매일경제신문 기자가 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시스템'을 이용해본 결과 지진 발생 시 붕괴 가능성이 80% 이상이라며 내진 보완이 시급하다는 충격적 진단 결과가 나왔다.

국토부는 아파트나 건물을 매매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올해 1월부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내진설계 적용 여부를 표시하는 항목을 마련했다. 지난 7월부터는 공인중개사가 건물을 매매하거나 임대할 때 건축물의 내진설계 적용 여부와 내진 능력 등을 확인해 매입자나 임차인에게 설명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그러나 서울시내 10여 개 아파트를 대상으로 건축물대장을 발급해본 결과 내진설계 적용 여부가 빈칸으로 돼 있는 경우가 다수였다. 국토부가 규정을 바꾼 올해 1월 이후 건축허가 혹은 건축신고를 한 건물에만 내진설계 기재가 우선적으로 됐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건물 내진설계 여부를 조사해 건축물대장에 기재하고 있지만 자료가 방대해 다 채우려면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축물 중에서 내진설계가 된 건물이 많지 않다는 사실은 더욱 문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국 내진 대상 건축물 273만8172동(棟) 중 내진설계가 이뤄진 것은 56만3316동(20.6%)으로 나타났다. 현재 내진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건물이 5개 중 4개라는 뜻이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가장 취약했다. 대상 건물 21만8415동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것은 13.7%(2만9903동)에 불과했다. 강원(15.8%)과 대구(15.7%)도 지진에 취약한 건물이 많았다. 경주와 포항 등 지난해부터 지진 피해가 큰 경북 지역 내진율은 20.9%였다. 서울 역시 내진설계가 확보된 건물이 18.5%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내진 설계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으로 전체 대상 8663동 중 34.9%인 3020동에 내진설계가 적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내진설계 적용의 예외 영역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10월 기준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건물은 45.9%가 내진설계 기준을 충족했지만, 단독주택은 14.5%만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술정책연구실장은 "새로 지은 건물이나 대형 인프라는 내진설계나 관리가 그나마 잘된 편이지만, 노후 주택이나 상가 등 소규모 생활 시설은 지진 위험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16년 말 기준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성능 확보 현황' 자료를 보면, 국내의 공공시설물 10만5448개 가운데 내진 성능이 확보된 건물은 4만6111개로 내진율이 43.7%였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학교 시설의 내진율은 23.1%에 불과했다. 전체 2만9558개 건물 가운데 6829개만 내진 성능을 확보한 것이다. 비주거용 건축물의 상황이 훨씬 심각한 셈이다.

우리나라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이 리히터 규모 6.0~6.5 정도에 맞춰져 있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내진설계는 규모 5.5~6.0 기준으로 대부분 돼 있는데 지진 충격이 점점 커지는 모습"이라며 "우리나라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 충격이라 할 수 있는 규모 7.0까지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손동우 기자 / 용환진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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