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독재자, 끝이 보인다

손진석 기자 2017. 11. 16.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짐바브웨 군사 쿠데타 발발, 37년 집권한 무가베 가택연금.. 軍 탱크 몰고 국영방송국 장악]
- 최고령 독재자
41세 어린 부인 그레이스에게 대통령직 물려주려다 반발 사
새벽 2시 무가베 저택 인근 총성.. 수도 하라레 중심가에선 폭발음

세계 최고령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통치하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15일(현지 시각)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37년간 집권해온 무가베는 정권을 잃고 물러날 위기에 처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짐바브웨 군(軍)은 이날 새벽 수도 하라레에 있는 국영방송국 ZBC를 장악하고 성명을 발표했다. 군인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사회적·경제적으로 나라를 비탄에 빠뜨린 무가베 주변 인물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하겠다"며 "무가베와 가족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들의 안전은 보장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41세 연하 부인에게 대통령 넘겨주려다… - 15일(현지 시각) 군사 쿠데타로 물러날 것으로 보이는 짐바브웨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왼쪽) 대통령과 41세 연하의 부인 그레이스가 지난 8일 파티 때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무가베가 그의 부인 그레이스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고 시도한 것이 군을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무가베는 평소 “100세까지 (대통령을)하고 싶다”고 말해왔지만 날로 건강이 악화되자 아내 그레이스에게 정권을 넘겨주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AFP 연합뉴스

이들은 "짐바브웨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만든다는 우리의 계획을 완수하면 원래 위치로 복귀하겠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등은 "군대를 움직여 실질적인 통치권을 장악한 사람은 콘스탄틴 치웬가 총사령관"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주민들은 이날 오전 2시쯤 무가베의 저택 인근에서 30~40발의 총성을 들었고, 하라레 중심가에서도 큰 폭발음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무장 병력과 탱크가 하라레 곳곳에 배치됐다.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거리에 등장한 탱크 - 15일(현지 시각)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거리에 무장 군인들이 탱크 옆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이날 새벽 무가베의 저택 인근에서 수십 발의 총성이 들렸고, 하라레 중심가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 /AP 연합뉴스

미국 대사관을 비롯한 현지 외교가는 직원들에게 출근하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것을 지시했다. 무가베는 가택연금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이웃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이컵 주마 대통령은 "무가베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무가베가 군부에 의해) '집에 갇혀 있긴 하지만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무가베가 41세 연하의 부인 그레이스(52)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고 시도하면서 군부를 자극한 것이 쿠데타의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사진 왼쪽)무가베의 호화 버스 - 호화스럽게 개조해 무가베가 타고 다니는 버스 실내. (사진 오른쪽)금·대리석으로 만든 무가베 의자 - 표범 가죽, 금, 대리석, 다이아몬드 등으로 만들어진 무가베의 의자. /짐바브웨인디펜던트 등

무가베는 지난 6일 정치적 라이벌인 에머슨 음난가과(75) 부통령을 전격 경질했다. 다음 달 그레이스를 부통령으로 임명하기 위해서다. 해외로 도피한 음난가과는 "나중에 짐바브웨로 돌아가 무가베에 맞서겠다"고 했다. 국방장관 출신인 음난가과를 따르는 치웬가 장군은 14일 "혁명을 이루기 위해 군부가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곧바로 군사행동에 들어갔다.

무가베는 한때 독립운동가로 추앙받았다. 교사였던 그는 영국의 식민 통치에 맞서 싸우다 1963년부터 12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러나 1980년 독립할 때 초대 총리에 오른 다음부터 독재자로 돌변했다. 1987년 무제한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제로 개헌하고 스스로 대통령에 올라 집권해왔다.

1990년대 이후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짐바브웨 국민이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동안에도 무가베는 호화 생일 파티를 벌여 원성을 샀다. 인권 탄압, 부정부패를 일삼는다는 비판도 따라다녔다. 뉴욕타임스는 "2년 전부터 고령으로 시력에 문제가 생긴 무가베가 부인 그레이스에게 권력을 넘겨주기 위해 정적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고조됐다"고 보도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