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생각하면 수능 연기가 맞는데.. 59만 수험생 대혼란

김형원 기자 2017. 11. 1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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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5.4 지진]
"예정대로" 발표 뒤 4시간 만에 번복.. 자연재해로 연기된건 처음
수험생 "리듬·긴장감 한순간 무너져".. 재수생 "3수하는 심정"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교시 국어 영역이 시작되기 약 12시간 전인 15일 저녁 8시 20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 들어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수능을 일주일 뒤로 미루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직후인 오후 3시 50분쯤 "예정대로 수능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지 4시간 만에 번복한 것이다. 1992년 시험지 유출 사건으로 대입 학력고사가 미뤄진 적이 있지만, 1994학년도 수능이 시작된 이래 연기 사태가 빚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수능 수험생은 59만3000명이다. 수험생 가운데 일부는 "수능일에 맞춰서 그간 컨디션을 조절해왔다"면서 패닉에 빠졌다. 대학과 고교 교사들은 "이제 뭘 어쩌란 것인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

◇대입 일정 일제히 밀려

정부의 수능 연기 결정으로 대입 일정은 일제히 밀리게 됐다. 수능 이후 치러질 예정이던 대학별 면접·논술 고사는 연기될 수밖에 없고, 고교 학사일정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교육부는 수능 연기에 따른 세부 대입 일정을 16일 오후 발표할 예정이다.

끝난줄 알았는데… 버린 수능책 찾는 학생들 -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수능이 연기된 15일 경기 남양주 인근 한 기숙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버렸던 참고서·문제집 등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이날 일부 수험생은 시험 준비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해 버렸던 책들을 수능 연기 발표 후 다시 찾느라 학교와 아파트 쓰레기장을 뒤졌다고 한다. 서울 대치동 등 학원가에선 ‘수능 일주일 특강’ 광고를 내며 학생들 모집에 나섰다. /독자 손병욱씨 제공

서울시내 9개 대학 입학처장단은 교육부의 수능 연기 발표 직후 대학별 고사 일정을 논의했다. 경희대는 이날 18일로 예정됐던 논술고사를 25일로 일주일 미루기로 결정했고, 나머지 대학들은 향후 일정에 대해 교육부와 조율할 예정이다.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서울 지역에서만 10여개 대학이 18일 논술고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수능 연기로 일정이 꼬일 수밖에 없다"며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능 채점에 20일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12월 6일로 예정됐던 성적통지일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일선 학교와 학원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단 16일 수능 고사장으로 지정된 전국 1180개 고교, 포항 지역의 모든 학교는 휴교한다. 포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학교(고사장 제외)들은 학교장 재량에 따라 등교 여부를 개별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교 여부·등교 시간은 수능 연기와 상관없이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학생들은 애초 학교로부터 고지받은 대로 16일 휴교하거나 등교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충북지역의 한 교사는 "교육부는 당초 고지한대로 휴교하라지만, 교육청에서는 등교하라고 다른 소리를 한다"며 "이 밤중에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큰 혼란에 빠졌다"고 말했다.

◇"수능일 맞춰 컨디션 조절해왔는데…"

이날 밤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에는 '재수학원 종강날'이라며 온 교실 가득 버려진 프린트물·문제집 사진이 돌았다. 고3 수험생 김한결(18)군은 "수능 당일을 목표로 쌓아온 리듬과 긴장감이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라고 했고, 재수생 이모(19)씨는 "일주일 더 미뤄지니 마치 삼수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도 있다. 수험생 김희은(18)양은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진 만큼 헷갈리는 개념을 차분히 되짚어 보겠다"고 했다. 교육부의 발표 시점 이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포항 수험생인데 불안해서 미칠 것 같습니다. 수능 딱 하루만 연기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선 교사들도 교육부 발표 이후 제대로 된 지침을 전달받지 못했다. 이대영 서울 무학여고 교장은 "아까 낮에는 수능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해놓고, 이 밤에 갑자기 연기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주식시장 예정대로 10시 개장

수능 일정을 연기한 것과는 관계없이 16일 주식·외환 시장은 당초 예정대로 평소보다 1시간 늦은 오전 10시에 열리고, 시중은행도 오전 10시부터 영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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