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홍합 통해 매년 미세플라스틱 1만1천개 먹는다

2017. 11. 1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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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내장째 먹어 그대로 섭취..수돗물에도 들어있어
물속 미세플라스틱은 '화학물질 칵테일'

[한겨레]

물벼룩 내장에 들어있는 미세플라스틱(형광을 띤 초록색 물질). 내장째 먹는 수산물을 통해 미세플라스틱과 그속에 포함된 유해화학물질이 몸속으로 고스란히 들어온다. 코린 리들, ‘오르브 미디어’ 제공.

수돗물에서도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미국의 비영리 언론기관 오르브 미디어(Orb Media)는 미네소타대학교 공중보건대학과의 공동조사를 통하여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의 14개 나라 수돗물 샘플 159개 중 83%에서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이 검출됐다고 9월 5일 누리집에서 밝혔다(1). 미세플라스틱의 잠재적 위해에 대해서는 그동안 가끔 뉴스에서 다루어졌는데 대부분 해양생태계의 오염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하천수도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지더니(2), 이번에 급기야는 매일 마시는 수돗물까지 오염된 것으로 확인되어 충격이 크다. 그래서인지 환경부는 9월 7일 국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 가서 그 조각을 먹은 물고기, 거북, 새 등 바다 생물이 죽거나 심한 부상과 질병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크고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가득 차 있는 바다 생물의 사체 사진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뉴스나 사진이 적지 않게 충격적이긴 하지만 사람의 문제로 곧바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는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을 사람이 직접 먹을 일은 없어도 미세플라스틱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 작은 크기 때문에 생태계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새롭고 직접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향유고래의 뱃속에서 발견된 다량의 플라스틱 쓰레기. 칸자나 애둘랴누코솔(푸껫 해양생물센터) 제공.

우선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동물성 플랑크톤처럼 아주 작은 생물을 포함하여 먹이 섭취방식이 서로 다른 다양한 생물체 안에서 발견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의 최근 조사를 보면, 경남 거제와 마산 일대의 양식장과 근해에서 잡은 굴과 담치, 게, 갯지렁이 가운데 97%인 135개 개체의 몸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3). 이는 큰 플라스틱 조각과 달리 생태계 먹이사슬의 밑바닥부터 광범위한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엔에 딸린 해양환경보호 과학 전문가그룹(GESAMP)이 2016년에 발간한 보고서 ‘해양환경 속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 동태 그리고 영향’(4)을 보면, 해양생물의 몸속으로 들어간 미세플라스틱 대부분은 소화기관에 머물다 배설된다. 따라서 내장을 제거하고 먹는 물고기를 통해서 인간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았지만, 내장까지 모두 먹는 홍합, 굴, 새우 등의 섭취를 통해 노출될 가능성은 있다. 이 연구에서 유럽인은 홍합과 굴 섭취를 통해서 해마다 평균적으로 1만 1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게 될 수 있다고 한다.

김포 대명포구 활어공판장에 덕적도 인근에서 잡아올린 참새우가 쓰레기 더미와 뒤섞여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그러나 내장을 제거하고 먹는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의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세포벽을 통과해 내장 이외의 조직까지 침투한다고 하니 내장을 제거하더라도 일부는 여전히 몸속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6년 5월 보고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5)에서 “나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태반과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 속으로 침투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내장 이외의 체내 조직에 박혀있는 미세플라스틱이 이미 관측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속에는 유해화학물질이 있다

플라스틱 조각을 반복적으로 섭취한 해양동물(물고기, 바닷새, 거북, 고래 등)은 소화기가 막히거나 손상되고, 소화 용량이 줄어 쇠약해지면서 성장이 둔화하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어느 정도 크기 이상의 플라스틱 조각에 의한 물리적 위험의 사례이다. 반면에 내장 혹은 그곳에서 다른 기관으로 이동한 미세플라스틱의 물리적 위험은 아직 잘 모르니 이를 알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굴과 홍합을 즐겨 먹는 나의 허파나 뇌에 미세플라스틱 알갱이들이 박히게 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그러나 물리적 위험이 전부는 아니다.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잠재적 위험도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플라스틱의 뼈대인 중합체 자체는 일반적으로 독성을 띠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에는 중합체 말고도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기능 보완을 위해 의도적으로 첨가제(가소제, 난연제, 자외선 안정제, 열-안정제, 염료, 충전제, 촉매, 용매 등)를 섞는데, 여기에 수천 종에 이르는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이 가운데는 독성물질, 발암물질, 환경호르몬, 중금속 등 다양한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플라스틱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예컨대 폴리스타이렌의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과 첨가제 중의 불순물도 종종 유해하다. 중합체의 원료물질인 단량체가 반응이 덜 된 채 남아서 유해할 수도 있다(예컨대 폴리스타이렌의 단량체인 스타이렌). 플라스틱 어린이 완구나 학교에 깐 인조잔디에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흔히 검출되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양식장 스티로폼 부이 떨어져 나온 미세 플라스틱 모습. 잘게 부서지면서 플라스틱의 표면적은 늘어나 각종 유해화학물질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된다. 이종호 ‘동아시아 바다 공동체 오션’ 제공

또한 하천이나 바닷물 속의 플라스틱은 물속에 녹아 있던 오염물질을 흡수하거나 흡착한다. 특히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잔류성과 생물 농축성이 있는 독성물질, 중금속 등은 플라스틱에 강하게 끌린다. 예를 들어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하나인 폴리염화바이페닐(PCBs)은 물속 농도보다 100만배 정도 높게 그 물속의 플라스틱에 농축된다. 이쯤 되면 하천이나 바닷물 속 플라스틱은 가히 ‘화학물질의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크기에 견줘 표면적이 넓어서 큰 플라스틱 조각보다 단위 무게당 오염물질을 훨씬 더 많이 붙잡을 수 있으니 더 진한 칵테일이라 할 수 있다(미세플라스틱 중에서도 화장품이나 치약 등 개인 위생용품 속의 미세 알갱이(microbeads)는 하수에 섞여 배출된 후 하수처리장을 거쳐 하천으로 방류된다. 이때 하수처리장에 머무는 동안 생활하수 중의 수많은 오염물질과 접촉하여 더 많은 수의 화학물질을 함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플라스틱은 생산될 때부터 이미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기도 하지만 폐기된 후 하천이나 바닷물에 도달한 플라스틱 특히 미세플라스틱에는 훨씬 더 많은 수의 유해화학물질이 추가된다. 즉, 플라스틱 조각이나 알갱이는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의 보유자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수돗물을 마시면 그 속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게 되며 당연히 그 속의 유해화학물질도 먹게 되는 것이다. 사실 미세플라스틱이 아니라도 수돗물에 많은 수의 유해화학물질이 미량이나마 녹아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미세플라스틱과 거기에 농축된 유해화학물질을 추가로 마시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몰랐다.

그러나 수돗물만은 아니다. 그 수돗물을 써서 씻고 조리한 음식, 하천에서 서식하는 물고기, 하천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하여 재배한 작물 등이 모두 미세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바다에서 나는 조개, 새우, 게, 생선 등 물고기나 김, 미역 등 다양한 해양수산물도 마찬가지이고. 사실상 거의 모든 식재료와 음료수가 포함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미세플라스틱과 그에 함유된 유해화학물질을 함께 먹고 있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이 남해 연안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하는 모습. 남해 일대에서 채집한 대부분의 수산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한국해향과학기술원 제공.

이 전체 과정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소비로부터 출발한 플라스틱이 글자 그대로 우리의 몸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이다. 플라스틱도 유해화학물질도 모두 석유에서 출발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석유를 에너지원이나 자원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그 폐기물까지 먹고 마시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과연 우리가 석유 시대를 사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석유 시대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현재까지도 석유 시대의 대표적 폐기물인 플라스틱을 얼마나 많이 섭취하며 그로 인해 어떤 위험이 초래될지 아직 깜깜이다.

하천과 해양생태계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앞으로는 오염된 물이 사용된 경작지, 공원, 산림, 하수 찌꺼기가 살포된 토양 등 육상생태계의 오염도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하천과 해양생태계의 교란에 비추어 보면 토양 및 육상생태계의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 실태가 밝혀지는 것은 실제 대책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두렵기까지 하다.

사전예방 강화해야

유엔환경계획은 2006년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지구적인 공동대책이 필요한 가장 새로운 핵심적 이슈로 지정했다. 이렇듯 미세플라스틱이 커다란 잠재적 위협이 되자 개인 위생용품 속의 미세 알갱이를 중심으로 정부의 규제나 기업의 자발적 생산과 사용의 금지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우리의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올해 들어 국내에 유통되는 치약과 화장품에서 미세 알갱이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사실 충분한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의도적으로 생산되는 전체 미세플라스틱 중에서도 개인 위생용품용은 아주 작은 비중(5% 미만)을 차지한다(6). 또한 큰 플라스틱의 분해나 마모(예컨대 타이어)가 가장 중요한 미세플라스틱의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자동차 타이어의 재질을 얼마나 빨리 마모되지 않는 것으로 바꿀 수 있을까?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는 일은 쉽지 않다.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거의 모든 곳에 플라스틱이 쓰이고 또 환경으로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은 그렇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대책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원심분리나 막(membrane) 분리,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 등 다양한 잠재적 처리기술도 없진 않다. 그러나 배출의 특성상 사후처리는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전예방을 당장 강화해야 한다.

즉, 의도적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하루빨리 금지하고 나아가 그보다 더 중요한 2차 배출원의 감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모든 플라스틱의 사용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사용된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최대화하도록 정부와 기업, 시민이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석유 시대를 사는 우리가 미세플라스틱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이다.

이동수/ 환경과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참고문헌

1) https://orbmedia.org/stories/Invisibles_plastics

2) D. Erkes-Medrano et al., “Microplastics in freshwater systems: A review of the emerging threats, identification of knowledge gaps and prioritisation of research needs,” Water Research, 75, 63-82, 2015.

3) http://news.jtbc.joins.com/html/017/NB11533017.html

4) GESAMP, “SOURCES, FATE AND EFFECTS OF MICROPLASTICS IN THE

MARINE ENVIRONMENT: PART 2 OF A GLOBAL ASSESSMENT,“ Report and Studies No. 93, 2016.

5) UNEP, “Marine plastic debris and microplastics ? Global lessons and research to inspire action and guide policy change,”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Nairobi, 2016.

6) D. Hirst, O. Bennett, “Microbeads and microplastics in cosmetic and personal care products,” Briefing Paper, House of Commons Library, UK, Number 7510, 4 Januar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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