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해빙, '신 번영축' 선언..文대통령, 경제에 훈풍

마닐라(필리핀)=최경민 기자 2017. 11. 15. 05: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文대통령 아시아 순방]中과 봄맞이, 아세안 J커브 추진 본격화
【마닐라(필리핀)=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솔레어 호텔에서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중에 개최된 아세안 기업투자서밋(ABIS)에 특별연설자로 참석해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2017.11.13. amin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7박8일 동남아시아 순방이 중국과 관계 정상화, 아세안 신시장 개척 가능성을 열면서 한중관계 냉각 등으로 그간 어려움을 겪은 기업계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문 대통령은 '교량국가의 균형외교'라는 전략을 제시했다. 외교안보 면에선 동북아의 '3각 대립구도'를 완화해 북핵을 해결하는 균형외교의 초석을 놓았다. 동시에 신남방정책을 통해 우리 경제의 G2(미·중) 의존도를 낮추는 교량외교의 첫 걸음도 뗐다. 한반도에서 동남아, 멀게는 인도까지 잇는 이른바 아·태지역 'J커브' 구축이다.

지난 8일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인도네시아 국빈방문,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필리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 정상회의의 일정을 소화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와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번 순방의 두 가지 목표가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 아세안에 대한 신남방정책 추진이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는 "봄이 온다"며 단계적인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아세안에는 '2020년까지 2000억 달러 수준의 교역'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미·중·일·러 수준의 협력관계를 약속했다.

가장 큰 성과는 역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다. 박근혜정부 때 끊겼던 '신뢰의 끈'을 회복하는 실마리를 잡았다. 청와대 측은 한·중관계 악화의 시발점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이미 끝난 얘기다. 다음 단계의 대화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리 총리와의 회담 결과는 더 고무적이다. 문 대통령이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제외정책, 미세먼지 협의, 한국산 제품 반덤핑 수입 규제 등 세부적인 의제를 갑자기 거론했음에도 화해 무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다음달 방중에서 해당 의제들은 본격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참모는 중국과의 회담에 대해 "100점"이라 자평했다. 구체적으로 현대기아차와 LG화학 등 주요기업들과 관광·서비스 업계가 중국발 '봄바람'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균형외교와 신남방정책에 숨은 키워드는 경제다. 문 대통령은 균형외교 개념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하고 함께 공동 번영해 나가는 관계로 매개하는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던 바 있다. 동북아 정세의 키워드를 핵무기와 같은 '안보'에서, 환동해 및 환서해공동체와 같은 '경제'로 전환시키는 게 전략적 목표다. 러시아에도 연해주 지역 개발을 골자로 한 신북방정책을 제시했다. 균형외교는 대북정책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신남방정책을 통해 외교지평을 주변 4강에서 아세안까지 넓히는 시도 역시 경제적 의미가 크다. G2에 대한 지나친 외교·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아세안과 교역 목표로 제시한 2000억 달러가, 중국과의 교역량(2100억 달러) 수준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의 FTA(자유무역협정) 개정요구, 중국의 사드 보복을 통해 경제적으로 강대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의 한계를 인식하고 마련한 출구다.

신남방정책의 경우 인도까지 포괄한다. 문 대통령은 내년 인도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 인도까지 연결된다면 러시아의 연해주에서부터 아세안·인도를 아우르는 이른바 'J커브' 모양의 축이 완성된다. 열쇠는 '소프트파워'다. 중국·일본의 물량공세와 차별화해 문화 및 인적 네트워크 구성 등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에 대한 1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펀드 약속과 함께 "임기 중에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세안 개별 국가 맞춤형 전략을 모아 문재인 정부의 ‘아세안 독트린'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닐라(필리핀)=최경민 기자 brow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