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 엇갈린 두 주장.. "다주택 한정" vs "근본적 손질"

세종=이성규 신준섭 기자 입력 2017. 11. 1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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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 증세 주장하는 측
“부동산 가격 고공비행 땐
8·2대책 후속카드로 써야”

보유세 전반 검토 의견 측
“조세 형평성 안맞는 데다
실효성 적고 반발만 커”

양측 의견 팽팽히 맞서자
조세특위, 공론화 방식 검토

한국의 부동산 세제는 비정상이다. 보유세는 선진국의 5분의 1 수준이나 거래세는 10배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연내 출범할 청와대 직속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조세특위)는 개혁의 주요 대상으로 부동산 보유세를 거론한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 내에서 개혁의 방향은 제각각이다. 보유세를 올릴지, 말지를 놓고 기본적 시각부터 갈라진다. 증세를 할 때 다주택자 등을 겨냥해 ‘핀셋 증세’를 할 건지, 일괄적으로 세율을 올리는 ‘보편적 증세’를 할 것인지를 두고도 팽팽하게 충돌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 내에서조차 의견이 제각각인 점을 감안해 조세특위 관계자들이 공론화 방식을 적극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보유세 증세 결정의 변곡점을 내년 4월로 보고 있다. 증세 논의 과정에서 다시 ‘김동연 패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핀셋 증세를 주장하는 쪽은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지난 8월 발표한 8·2 부동산대책 후속 카드로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세청·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 기준으로 상위 1%의 땅을 보유한 13만9000명이 소유한 주택의 수는 90만6000채에 달한다. 1인당 평균 6.5채다. 부동산 가격이 고공비행을 한다면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올려야 한다는 게 핀셋 증세론자의 견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개최된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토론회’에 참석해 “필요하다면 초(超)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조세특위에서 보유세의 전반적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부동산 보유세는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와 지방세인 재산세로 나뉜다. 재산세는 물건별로, 종부세는 인별로 합산 부과된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다주택자 등 특정세력만 대상으로 강화할 수 없다. 특히 조세특위가 다룰 주제는 조세형평성 제고, 조세부담률 같은 큰 그림이다. 이를 감안하면 일부 고소득 다주택자만 표적으로 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계는 조세특위에서 보유세 전반을 검토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싣는다. 핀셋 증세는 노무현정부의 ‘종부세 실패’를 재현할 뿐 조세개혁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유세 전반에 높은 세금을 매기면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 자체가 근절되고, 소득분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10일 국회 토론회에 강연자로 나선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는 “보유세를 전반적으로 올리되 부가가치세를 낮추면 투기를 근절하면서 80∼90% 국민에게 세수 인상분을 상쇄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종부세만 올리면 ‘돈 많은 게 죄냐’는 반발이 반드시 나온다. 다주택자 중 일부는 억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14일 “종부세를 높여봤자 담뱃값 올리는 수준의 세수 효과도 없다”며 “부동산시장을 면밀히 보지 않고 섣불리 수를 쓰는 것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사회적 문제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숨 가쁘게 보유세 증세 행보를 보이는 동안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정부는 내년 4월까지 지켜보자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정부는 8·2 대책에서 양도세 중과세 시행 시기를 내년 4월로 잡았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소급해 바로 시행하자는 입장이었지만, 김동연 부총리가 내년 4월로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는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시행 전에 집을 내놓도록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총리의 기대대로 다주택자가 정부 정책에 손을 들면 사회적 논란과 계층 간 갈등이 예상되는 보유세 인상 카드를 조기에 쓸 필요가 있느냐는 게 기재부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런 소극적 태도에는 조세정책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정책 기술자’로 전락했다는 관료들의 불만도 섞여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조세정책은 기재부가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세특위가 국무총리실 산하가 아닌 청와대 산하에 설치되면서 다시 김 부총리가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세종=이성규 신준섭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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