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경계선지능 소녀의 엇갈린 현재

대전CBS 김정남 기자 2017. 11. 1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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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아이들이 있다.

지능지수(IQ) 70에서 85 사이, 정상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놓인 '경계선지능'의 아이들이다.

유나와 희수가 갖고 있는 경계선지능은 지능지수(IQ) 70에서 85 사이로 지적장애보다는 높지만, 정상지능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대전가정법원에서는 늘고 있는 경계선지능 청소년 등을 위해 최근 상근전문진단가를 법원에 배치, 아이들에 대한 진단과 상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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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선 아이들⑥] 경계선지능, 달라질 수 있는 기회를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아이들이 있다. 지능지수(IQ) 70에서 85 사이, 정상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놓인 '경계선지능'의 아이들이다.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에서도 경계에 서 있다. 대전CBS는 경계선지능 청소년의 실태를 6차례에 걸쳐 살펴보고 대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아이들…80만명
② 'IQ 76' 은주는 어쩌다 거리를 헤매게 됐나
③ 사기대출에도 성폭력 당해도…"장애인이 아니어서"
④ 병역·취업도…"이대로 어른이 되는 게 무서워요"
⑤ 경계선지능을 두 번 울리는 '노오력'이란 말
⑥ 동갑내기 경계선지능 소녀의 엇갈린 현재 (끝)

(사진=pixabay)
# 경계선지능을 갖고 있는 유나(19)는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생활을 꿈꾸고 있다. 행정학과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생겼다.

가정과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범죄에 연루돼 법원까지 드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긴 어렵다.

막막함 속에 방황하던 유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법원을 통해 받은 진단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방향을 잡았다.

# 동갑내기 희수(가명)의 가장 큰 걱정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유나와 같은 경계선지능 청소년인 희수는, 일반적인 교육은 버겁고 특수교육은 장애인이 아니어서 받지 못했다.

직업교육장을 통해 자립을 시도하고 있지만 다른 청소년들이 배우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면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유나와 희수가 갖고 있는 경계선지능은 지능지수(IQ) 70에서 85 사이로 지적장애보다는 높지만, 정상지능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하지만 성년을 앞둔 두 청소년의 현재는 확연히 달랐다.

경계선지능 청소년. 어떤 지원이 뒷받침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아이들'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적절한 도움을 받으면 나아질 수 있지만, 반대로 방치될 경우 문제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관련 연구에서도 기존의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을 통해서는 이들에게 맞는 교육적 효과를 볼 수 없다며 경계선지능을 위한 교육정책 대안을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pixabay)
경계선지능 청소년의 성장과 자립을 돕기 위한 특화형 기관 및 지원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성혁 대전남자단기청소년쉼터 팀장은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은 장애범주에 놓기도, 그렇다고 일반 청소년 영역에 놓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결국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면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인데, 이 아이들만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맞는 안전망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가정법원에서는 늘고 있는 경계선지능 청소년 등을 위해 최근 상근전문진단가를 법원에 배치, 아이들에 대한 진단과 상담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인지적 발달과 사회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김성식 대전가정법원 판사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과 치료를 해주는 것이 사회적비용을 줄이고 이 사회를 좀 더 발전시키는 데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늘고 있는 속도가 가파르다는 것인데, 지금으로서는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 온 청소년 일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남미애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빈곤, 학습, 결손, 가정 등 종합적인 문제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모나 가정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사회적인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창화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고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도 받을 수 있는 지적장애와 달리, 경계선지능의 경우 오롯이 부모와 가정의 책임으로 향하면서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기현 대전시의회 의원은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원 대책과 컨트롤타워가 지역사회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지역사회 정신건강 지지기반과 학교 간 연계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계에 선 80만 명.

이들을 엄연한 사회의 일부로 인정하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대전CBS 김정남 기자] jn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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