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수 높여주면 커뮤니티 개방하겠다더니"..태도 돌변한 재건축 조합

정다슬 2017. 11. 14. 08: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 특별건축구역 적용
대신 커뮤니티 시설 외부 개방 약속
서울시 "커뮤니티 개방 안하면 강제이행금" 경고
한강변 최고급 아파트, 위반건축물로 등재될까
신반포3차·경남, 반포주공1단지도 커뮤니티 개방 약속
약속은 '조합'이, 이행은 '입..
△민간아파트 최초로 특별건축구역을 적용받아 재건축된 ‘아크로 리버파크’(옛 신반포1차)는 특별건축구역 적용 조건으로 커뮤니티 개방을 내걸었지만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서초구청으로부터 최근 강제이행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아크로 리버파크 단지 전경. [사진=대림산업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지난 10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대림 아크로리버파크’. 신반포1차를 재건축한 단지로 2016년 입주해 현재 매맷값이 3.3㎡ 7000만원에 달하는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 1,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당초 이 아파트는 재건축 과정에서 민간 아파트로서는 처음으로 한강변 경관 관리를 위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높이 제한 완화 등 여러 혜택을 제공받은 곳이다. 대신 당시 조합은 커뮤니티 시설을 인근 주민에게 개방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아파트 입주민 전용 출입구와는 별도로 커뮤니티 시설만을 위한 전용 출입구도 따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방문한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기 위한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이 단지의 입주민은 “비밀번호를 알아야 출입구를 열 수 있고 입주민 전용카드가 있어야 스카이라운지 입장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강변 고급 재건축 단지가 규제 완화를 받기 위해 커뮤니티 개방을 약속했지만 제도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으면서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등 한강변 재건축 추진단지들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받으며 공공개방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아크로리버파크 사례를 볼 때 이같은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결국 서울시와 서초구는 커뮤니티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면 아크로리버파크를 위반건축물로 보고 ‘강제이행금’을 부과하겠다며 강수를 내밀었다.

◇서초구 “개방 안하면 강제이행금”…年 수백억 나올 수도

△아크로 리버파크 104동 커뮤니티센터 30층 스카이라운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2단계 인증작업을 거쳐야 한다. 사진 왼쪽은 커뮤니티센터에 들어가기 위한 비밀번호 입력장치, 오른쪽은 스카이라운지에 들어가기 위한 입주자 전용카드 인식 장치. [사진=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는 최근 아크로리파크 입주자대표회의에 ‘건축법 위반사항 시정명령’이라는 제목으로 공문을 보내 “건축법 제79조에 따라 (아크로리버파크를) 건축물 대장에 위반건축물로 표기하고 시정명령하니 조속히 위반사항에 대해 자진 시정하고 그 결과를 제출해달라”는 요청했다. 아울러 구는 “위반사항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관령 법령에 따라 연 2회 범위에서 시정될 때까지 이행강제금이 매년 반복적으로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법은 위반건축물의 경우 지방세법에 따라 해당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10분의 1 범위에서 강제이행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의 공시지가는 2017년 기준 3.3㎡당 3487만원으로 강제이행금이 부과될 경우 수십억원대의 강제이행금이 입주자대표회의에 부과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체 1612가구가 이를 분담한다고 하더라도 1가구당 수천만원씩 비용이 드는 셈이다.

이렇게 되자 입주자대표회의는 커뮤니티 시설을 개방하겠으니 구체적인 개방 방법을 마련할 때까지 유예기간을 달라는 회신을 보냈다. 그러나 시정 기간이 지났지만 커뮤니티 시설 개방을 두고 입주민 간 반발은 여전히 크다. 입주민이 시설 관리비를 부담하는데 왜 외부인에게 개방해야 하냐는 의견에서부터 외부인이 단지를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면 보안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특히 대림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초고급 아파트인 만큼 외부인에게 개방할 경우 입주민 만이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이 떨어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아크로 리버파크 30~31층에 마련된 스카이라운지 모습. [사진=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실제 지난 9월 입주자대표회의는 커뮤니티 시설 외부 개방과 관련, 입주민 의사를 물었으나 1612가구 중 투표에 참가한 1072가구 중 1014가구가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은 불과 50가구에 불과했다. 일부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외부인이 ‘사실상’ 이용하지 못하도록 이용요금을 올리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재건축 조합이 구청에 제출한 외부인의 커뮤니티 시설 이용요금은 입주민의 120% 수준이다. 게다가 주택법은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은 영리 목적의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분양 전 고지해 갈등 차단해야”

커뮤니티 시설 외부 개방은 비단 아크로리버파크만의 일이 아니다. 신반포 3차·경남 통합재건축조합,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역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공공개방 커뮤니티 시설 조성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용적률 규제 및 층고 제한 완화 등을 적용받아 그만큼 재건축 사업성이 높아진다. 아크로리버파크는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건축된 최초의 민간 아파트로 각 세대별 층고도 기존보다 30cm 높고 최고층도 38층까지 높일 수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특별건축 이행계약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며 “이행계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아크로리버파크 뿐만 아니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받은 신반포 3차·경남, 반포주공 1·2·4단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국토법과 건축법에 따라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서초구청에 보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공동주택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새로 짓는 아파트 커뮤니티시설은 인근 주민과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크로리버파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실제 개방 과정에서는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건축구역 지정으로 사업이 좋아지면서 커진 과실은 조합 및 조합원들이 가져가지만 이를 이행할 책임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지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분양자들의 경우 분양 당시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강남권 재건축 트렌드는 오페라하우스, 스카이브릿지, 워터파크 등 초고급 커뮤니티 시설과 한강 조망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여타 아파트 단지와 차별화하는 것”이라며 “공공성을 강조하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지금까지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은 입주민만이 이용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만큼 분양 전 커뮤니티 공유 범위를 확실히 고지해 분쟁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별건축구역이란:

조화롭고 창의적인 건축물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건축법에 의해 특별히 지정되는 구역.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건폐율이나 건축물의 높이와 일조권 등 건축 규제가 완화된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