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인터넷진흥원 5대째 낙하산 원장
김석환 KISA 5대 원장의 13일 취임식 일성이다. 그는 “KISA의 전문성을 높여 보안 문제 예측 능력을 향상하고 인터넷·정보보호 산업을 키우겠다”고 했다. KISA는 랜섬웨어·디도스 같은 사이버 보안 문제에 대비하는 등 민간 보안 영역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이다.
그런데 이런 곳의 수장이 된 김 원장의 경력은 방송 일색이다. 동서대 객원교수인 그는 부산 민영방송 KNN 대표, PSB 부산방송 보도국장, 한국방송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19대 대통령선거 때는 문재인 캠프 방송 분야 미디어특보단으로 활동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는 부산대 동문이다. 김 원장의 취임사가 못 미더운 것도, 그에 대한 전문성·낙하산 논란이 큰 것은 당연하다.
그나마 백기승 직전 원장은 유일하게 임기 3년을 채웠지만 2014년 임명 때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청피아’ 논란을 빚었다.
백 전 원장은 퇴임을 앞둔 지난 9월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3년 전 KISA 원장 면접을 준비하면서 ICT(정보통신기술)와 정보보호가 구체적으로 뭔지, KISA가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자질 논란이 거듭 제기되니, 공모와 심사 과정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생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랜섬웨어 피해 실태와 경로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고용진 의원), "사이버보안을 책임지는 기관의 위상을 확립하라”(변재일 의원)는 질타가 KISA에 쏟아졌다.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북한 해킹 부대의 발호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에 대처할 공공기관 수장에 매번 비(非)전문가를 앉히는 인사 파행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하선영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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