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타일] 이 낡은 골목이 왜 이렇게 핫할까

송정 2017. 11. 1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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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망원 잇는 1km 거리 골목
맛은 기본 독특한 인테리어까지
스타 셰프 샘킴 레스토랑도

━ 푸드 트립 │ 망원동 요즘 뜨는 동네? 맛집 거리다. 이런 도심 핫플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푸드트립’, 이번엔 망원동이다.

이발소·철물점·전당포·재활용센터·건강원·책대여점. 가게에 앉아 무심코 바라본 창 너머 보이는 간판은 정겹다. 마치 슬리퍼를 끌고 나와 단골 가게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게 바로 서울 망원동의 매력이다. 행정구역상 합정동에서 망원동으로 이어지는 1㎞ 거리를 사람들은 망원동이라고 부른다.

망원동 가게들은 공통점이 있다. 좁고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다. 나무의자는 삐걱거리기 일쑤고, 옆 사람과 함께 앉아야 하는 공용 좌석이 대부분이다. 주차도 어렵다. 하지만 망원동에선 이러한 불편함마저 즐길 수 있는 장점이 된다.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신선함과 1980년대 주택가의 정겨움이 공존하는 묘한 매력 때문이다.

인스타서 핫한 카페가 옹기종기

망원동 가게는 옛날 주택이나 상가 겉모습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저마다의 개성을 담아 꾸몄다. 망리단길의 프랑스빵집 ‘오브니’ 외관. [송정 기자]
망원동 푸드트립은 망리단길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시작하면 좋다. 박남커피·망원동내커피·자판기·호시절·딥블루레이크·커피가게동경 등 쟁쟁한 카페가 많아서다. 망리단길 중간에 자리한 ‘박남커피’는 망원동이 지금처럼 뜨기 전인 3년 전 문을 연 이 동네 터줏대감이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와 손으로 쳐서 만든 거품을 얹은 카페라테가 인기다. 망리단길 위쪽 끝에 있는 ‘망원동내커피’는 마치 옛날 동사무소나 경로당에나 걸렸을 법한 나무 간판이 일단 눈길을 끈다. 이 앞에서 찍은 사진이 인스타에서 핫플레이스로 통할 정도다. 커피 맛도 훌륭하다. 정준 대표는 “망원동이 주는 소소하면서 젊은 감성이 우리 카페의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두툼한 버터를 끼운 식빵과 사각형 모양의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로 유명한 ‘서울커피’, 핑크색 자판기로 입구를 만들어 인스타에서 일찌감치 화제가 된 ‘자판기’, 카페 6층 옥상의 루프톱에서 망원동을 내려다보며 커피콩 모양의 빵을 맛볼 수 있는 ‘817워크샵’ 등도 망리단길 메인 도로와 바로 옆으로 난 좁은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베트남·인도네시아·일본 … 골라 먹는 재미

발리에서 공수한 소품으로 꾸민 발리 밥집 ‘발리인망원’. [송정 기자]
망원동은 웬만한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국적의 요리를 파는 작은 식당이 많다. 인도네시아·일본·베트남 같은 아시아 요리는 기본이고, 화덕피자나 채식주의자를 위한 카레를 파는 작은 식당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박남커피 골목에 있는 ‘발리인망원’은 미고랭·나시고랭 같은 인도네시아 음식을 판다. 박남커피와 나란히 있는 ‘가지식당’도 단골이 많은 곳이다. 유리창에 망원동 대표 맛집을 그려넣은 지도와 가지 모양의 그림이 있어 가지식당으로 불리는데, 햄버그스테이크(함박스테이크)와 채식주의자를 위한 카레 등 조미료를 넣지 않은 건강한 메뉴를 판다. 이곳에서 두 블록 정도 북쪽으로 걸어가면 오른쪽 건물 2층에 일본 가정식 밥집 ‘로사미나미’가 있다. 일본 그릇과 디퓨저 등도 판매해 마치 일본의 작은 소품가게에 온 듯한 분위기다. 로사미나미에서 두 블록 더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 골목에 벽을 온통 노란색으로 칠한 베트남 요리 전문점 ‘프롬하노이’가 있다.

술집도 작지만 개성 넘쳐

망리단길의 주요 맛집을 그려넣은 ‘가지식당’의 창문. [송정 기자]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려면 망원동은 피하는 게 좋다. 워낙 술집 규모가 작고 테이블 간격이 좁아 오랜 시간 앉아 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대신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좋다. 이런 술집을 찾는다면 망리단길에서 하모니마트 쪽 합정동으로 옮겨가야 한다. 컴컴해지면 문을 여는 심야식당들이 여기 모여 있다. 이 길에서 가장 인기인 곳 중 하나가 하모니마트 맞은편에 있는 ‘과일가게’다. 조그마한 정사각형 간판에 과일을 끼운 꼬치 그림과 알루미늄으로 된 옛날식 문이 보인다면 여기가 바로 그곳이다.

합정역 쪽으로 세 블록 걸어가면 오른쪽에 남색 벽에 하얀색 간판을 단 ‘형제집’이 있다. 망원동에선 제법 유명한 주점으로, 맥주·위스키·사케·소주 등 다양한 국적의 술을 판다.

청담동 못지않은 세련된 맛집도

독특한 모양의 건물 2층에 자리한 스타 셰프 샘킴의 ‘오스테리아 샘킴’. [송정 기자]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싶다면 10분만 더 걸으면 된다. 형제집에서 한 블록 더 걸어가면 왼쪽에 양화공원이 보이는데, 이 골목으로 난 낮은 언덕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망원동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타난다. 2016년 가을 ‘마포 한강 푸르지오’ 입주와 함께 도로와 건물을 정비해 도로가 넓고 건물은 높다.

이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하얀색 3층 건물에 베이글카페 ‘포비’가 있다. 갓 구워낸 베이글에 직접 만든 크림치즈를 발라 커피와 함께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제대로 식사하고 싶다면 포비와 대각선으로 마주한 건물에 있는 레스토랑을 추천한다. 스타 셰프 샘킴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샘킴’이다. 천장이 높은 실내는 통유리창과 오픈 주방으로 꾸며 더 넓게 느껴진다.

푸드 트립 망원동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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