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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부담에…유니더스 눈물의 매각

신헌철,안병준 기자
신헌철,안병준 기자
입력 : 
2017-11-13 17:47:37
수정 : 
2017-11-14 1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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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에 팔린 콘돔 1위社
국내 최대 콘돔 제조사이자 세계 조달시장 1위를 달리기도 했던 유니더스가 결국 매각됐다. 유니더스는 13일 최대주주인 김성훈 대표가 보유주식 300만주(발행주식의 34.9%)를 바이오제네틱스투자조합 등에 매도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매각설이 흘러나온 지 1년여 만에 45년 업력의 국내 최대 콘돔 제조업체가 창업주 일가의 손을 떠나게 된 것이다. 창업 2세인 김 대표가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 데는 막대한 상속세 부담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15년 말 창업주인 김덕성 회장이 별세하면서 아들인 김 대표는 주식 304만4000주를 일시에 물려받게 됐다. 가업 상속작업을 미처 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시 주가 수준으로 100억원이 넘는 지분을 일시에 상속받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물려받은 주식에 대한 상속세만 50억원 넘게 내야 할 처지가 됐다. 김 대표는 이후 세무당국에 10년 연부연납 신청을 하면서 주식을 담보로 공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속세 부담은 분할 납부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전언이다. 김 대표를 포함한 등기이사 3인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연봉은 80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적자로 인해 배당도 할 수 없었으니 세금을 마련할 재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과세표준액 30억원을 넘는 상장 주식의 경우 상속세율이 50%에 달한다. 현 정부는 최고세율을 6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상속 후 10년간 가업을 유지하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이용할 수 있으나 김 대표는 지난 11일 보유 주식을 0.98%만 남긴 채 주당 6667원에 처분하기로 계약했다. 계약일 전날 종가보다도 싼 가격이었다.

유니더스는 1973년 서흥산업으로 출발해 2000년에 지금 사명으로 바뀌었다. 국내 최초 콘돔업체인 동국물산에 다니던 김덕성 회장이 부도난 회사를 인수해 국내 최대 콘돔 제조사로 키워냈다. 200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2003년 중국에 생산공장도 지으면서 연간 생산 가능물량인 11억개를 돌파했다. 제조 물량의 70%는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는 등 한때 성장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2013년 무렵부터 콘돔 원재료인 라텍스 가격이 오르자 원가 경쟁력을 갖춘 동남아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도 이어졌다. 이로 인해 2014년 이후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엔 매출액 153억여 원에 10억6000만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유니더스는 지금도 부채비율이 10.3%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차입 경영과는 거리를 둬온 업체였다. 상장 이후엔 그 흔한 유상증자 한 번 하지 않았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발행도 없었다. 본업만으로 외길 승부를 보려던 기업이었던 셈이다.

 회사 매각에 대해 유니더스 관계자는 이날 "시장 상황이 많이 변한 데다 (대주주의)상속세 납부 문제도 회사를 매각한 한 요인인 듯하다"면서도 말을 아꼈다. 다만 김 대표의 처남인 정도식 부사장은 자신의 지분 11.6%를 매각하지 않았고 회사를 떠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 본인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유니더스 지분 18.3%를 인수하게 된 바이오제네틱스투자조합에는 기술투자회사를 표방하는 위드윈홀딩스와 조명업체인 씨티엘 등이 출자했다.

[신헌철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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