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누아르' <악녀> <미옥>.. 아쉬운 점도 닮았다
[오마이뉴스 글:이정희, 편집:김윤정]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미옥>은 주연 김혜수의 열연과 동시에, 영화로서의 치명적인 약점을 보여준 작품인 듯싶다.
<미옥>은 지난 6월에 개봉한 <악녀>에 이어 여성 캐릭터를 원톱으로 내세운 느와르 액션 스릴러 영화다. 두 영화 모두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19금 장르 영화'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적나라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악녀>가 현란한 살상신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미옥>은 적나라한 성접대의 장면을 보여준다. <악녀>에 홀로 건물 몇 층에 포진해 있는 양아치 무리를 피 칠갑을 하며 홀로 싸워내며 주인공임을 드러내는 숙희(김옥빈 분)가 있다면, <미옥>에는 그와는 정반대로 화면으로 벌어지는 그 '성의 향연'을 지휘하는 마스터로서의 미옥, 아니 나현정이 있다. 캐릭터의 활약상 그 양상은 다르지만, 영화는 그렇게 여주인공의 대단한 능력을 전면에 드러내며 존재감을 설명한다.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
아마도 <악녀>도 그렇고, <미옥>도 영화의 만듦새나, 배우의 열연보다 더 '폄하'되는 이유에는 그 도발적인 등장의 여주인공들이 자신에게 닥친 운명에 허무하게 '수동적'으로 반응하고 끌려들어 가고 파멸에 이른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본질은 어쩌면 '모성'보다는 '수동성'에 더 방점이 찍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모성이거나, 사랑한다는 것이 시대가 달라졌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어서는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사랑'을 하고, '어머니'가 된 여성이, 그 상황에 '주체'가 되지 못한 채, 끌려들어가 '휘발'되어 버린다는 점이 본질이 되어야 한다. 어쩌면 이건 애초에, 여성을 전면에 내세웠으면서도, 여성이 누아르, 혹은 액션 스릴러의 주인공이 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만든 이의 편견이, 멋들어지게 여성으로부터 시작된 영화를, 여성의 운명적 비극으로 막을 내리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원초적 의심을 품게 만든다.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
그럼에도 <미옥>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각자 자신의 욕망이 구체적인 세 인물이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치킨 게임이라는 점이다. 도대체 왜 이선균이 조폭을? 했지만, 왜 이선균이어야 했는지가 설명되는 이선균이 분한 상훈의 비극적 순애보라 쓰고 '소유욕'이라 해석되는 사랑. 그런 이선균의 사랑을 도발한 이희준이 분한 최대식의 폭력적인 자기 보신욕, 그리고 이런 이들의 욕망이 도화선이 된 나현정이 된 미옥의 '안락한 전향욕구'라 쓰고 위장된 모성이라 읽힐 수 있는 이 세 욕망의 접점은 흥미롭다. 이들은 '조직'의 일원이지만, 막상 그들의 '행동' 동인에는 '조직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개인적 욕망으로 추돌하는 그들 앞에 조직은 소모적으로 소용될 뿐이다.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
그간 김혜수의 전작이었던 <차이나타운>, 그리고 <악녀>, 그리고 <미옥>은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누아르 장르라는 차별성을 앞세워 관객을 공략했다. 하지만, 그 '전면'에 내세웠다는 홍보성을 뛰어넘어, 여성의 자기 주도성을 내적으로 이해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어쩌면 그건 그 누구 한 사람의 오류나 오인이라기보다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사는 여성'에 대한 시대적 이해가 부족한 지점의 소산이라 보는 게 맞을 듯싶다. 그런 면에서 이들 영화가 흥행에 부진을 겪는 지점 역시 과연 그런 전면에 내세운 여성의 캐릭터에 대한 짧은 이해 때문인지, 아니면 어쩌면 아직도 사람들에게 여성이 전면에 나선 누아르에 대한 이질적임 때문인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고민해볼 여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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