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남은 지방선거, 홍준표 대표의 '근거 있는 자신감'

2017. 11. 1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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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71
홍 대표, 여의도연구원 자료로 "지지율 폭등"
한국갤럽 조사는 3% 포인트 상승에 그쳐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 낮아 보수정당 유리
여권선 대통령 지지도 근거로 "무난한 승리"

야당의 절박감과 정치의 의외성 고려해야
서울시장·인천시장·경기지사 후보는 불투명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낮에 우리나라에 왔다가 8일 오후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7일 오후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짧은 글을 하나 띄웠습니다. 당연히 트럼프 뉴스에 치여 눈길을 끌지 못했습니다.

“오늘 여연 현안 정례 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예상외로 폭등했습니다. 이 추세라면 선거 전까지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도 아무런 무리가 없을듯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당내 청산작업에 대한 국민, 당내 책임 및 활동 당원에 대한 지지도 절대적이었습니다. 혁신하면 국민들 지지도 올라간다는 것을 실감한 하루입니다. 영남 지역의 지지도 거의 회복이 되었고 수도권의 지지도 상승추세입니다. 혁신, 우혁신만이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국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여연은 자유한국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을 말합니다. 11월 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이후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도가 크게 올랐다는 뜻입니다. 11월 8일 당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홍준표 대표에게 기자들이 붙었습니다.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얘기를 좀 해 달라.

“안 된다. 나 고발당한다. 절대 안 된다.”

-보도 안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보도를 안 해서 되는 게 아니고 나 고발당한다.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높아졌다는 건 무슨 얘긴가? 간단히라도 말해달라.

“내가 거 선거를 해 보니까 당 지지율 1% 높이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힘들다. 그런데 어제 페이스북에 썼던 대로 폭발적으로 올랐다. 방미 성과와 친박 핵심 청산 두 개다. 방미 성과, 친박 핵심 청산 그 두 개로 인해 폭발적으로 올랐다.”

-수치는?

“예를 들면 내가 25%를 선거전까지 한다고 했다. 왜 25%냐. 지방선거는 투표를 해보면 (투표율이) 50%밖에 안 된다. 지방선거는. 그런데 당이 25% 지지율을 고정적으로 받게 되면 우리 당 지지율로 투표장만 많이 가면 승산이 있는 게임이 된다. 당 지지율 굳이 높을 필요가 없다. 야당은. 그래서 내가 25%로 목표를 정했는데 목표를 상향 조정하겠다 이 말이다. 6개월 남았으니까 혁신우혁신해서 목표를 대폭 상향 조정하겠다 이 말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명'을 발표하고 있다. 홍 대표는 “당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자유한국당 당적 문제를 정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대단한 자신감이지요? 그런데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실제로 얼마나 올랐을까요? 매주 정례 여론조사를 하는 한국갤럽의 11월 둘째 주(7일~9일) 결과가 10일 오전 발표됐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7%, 자유한국당 12%, 바른정당 7%, 국민의당 5%, 정의당 5%였습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3%포인트 상승했고 다른 정당들은 모두 1%포인트 이내로 오르고 내렸습니다.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조금 올랐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는 얘깁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그런데도 홍준표 대표가 ‘폭발적인’ 상승을 주장하는 근거는 뭘까요? 홍준표 대표는 10일 대구에서 ‘아시아 미래 포럼 21 릴레이 정책토론회’라는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6개 광역단체장을 사수할 수 있을까? 자신감의 근거는?

“우리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는 시중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하고는 판이하게 다르다. 여론조사기관의 조사를 우리는 아예 안 믿는다. 그들이 확보하는 무선회선이 20만개라고 들었다. 우리 여연이 확보하는 무선회선은 1200만개다.

지난 총선 때 언론에서 자유한국당 180석이라고 보도할 때 여연 보고는 128석이었다. 여연 여론조사는 민주정책연구원도 와서 배워간다. 벌써 여론조사를 한 지 18년이 됐다. 이번 대선 때 최고 여론조사기관이 홍준표 후보 11%라고 할 때 우리는 이미 20%를 넘어섰다.

최근 방미하고 친박 청산하고 여론조사에서 폭등했다. 결과를 이야기하면 선관위에서 나를 고발한다고 하니 이야기 안 하겠다. 친박 청산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찬성한다. 대구 경북 지역 당원 여러분도 절대적으로 찬성이다. 그래서 내년에 광역단체 6개는 국민들이 해 줄 것으로 믿는다. 6개 못하면 나는 집에 가야 하니까.

부·울·경이 밀리다가 최근에 우리가 뒤엎었다. 상승추세에 있다. 지방선거는 어차피 투표율 50% 왔다 갔다 한다. 25% 지지율만 되면 우리 쪽 지지자들이 얼마나 투표장에 투표하러 가느냐 운동만 하면 승산이 있다. 그래서 25% 목표치를 세웠다. 그런데 최근 목표치를 상향 수정했다. 여론이 그만큼 좋아지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본래 허세가 좀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그의 말대로 폭발적으로 오를 것인지는 한국갤럽을 비롯해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가 앞으로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의 말 중에는 꽤 일리가 있는 대목도 있습니다. 투표율 50%인 선거에서 25%만 득표하면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 그렇습니다. 간단한 산수입니다.

실제 선거에서는 어떨까요? 투표율이 낮은 선거에서는 지지자들을 투표장에 많이 끌고 갈 수 있는 정당이 정말 유리할까요?

예 그렇습니다.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에서는 보수 정당이 확실히 유리합니다. 세대별 투표율은 고연령층이 확실히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 선거 결과도 그렇게 나타났습니다. 먼저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을 살펴볼까요?

1995년 6월 27일 68.4%

1998년 6월 4일 52.7%

2002년 6월 13일 48.8%

2006년 5월 31일 51.6%

2010년 6월 2일 54.5%

2014년 6월 4일 56.8%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때만 예외적으로 높았고 그 뒤로는 대체로 50% 초반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1996년 15대부터 2016년 20대까지 63.9%, 57.2%, 60.6%, 46.1%, 54.2%, 58.0%로 지방선거보다 높았습니다.

선거 결과는 어떨까요? 영호남 갈등이라는 지역 변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 역대 지방선거 수도권 광역단체장 당선자

지방선거 서울시장 인천시장 경기지사 1995년 6·27 조순(민주당) 최기선(민자당) 이인제(민자당) 1998년 6·4 고건(국민회의) 최기선(자민련) 임창열(국민회의) 2002년 6·13 이명박(한나라당) 안상수(한나라당) 손학규(한나라당) 2006년 5·31 오세훈(한나라당) 안상수(한나라당) 김문수(한나라당) 2010년 6·2 오세훈(한나라당) 송영길(민주당) 김문수(한나라당) 2014년 6·4 박원순(새정치) 유정복(새누리당) 남경필(새누리당)

1995년 제1회 6·27 지방선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복귀와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민련 창당이라는 야당발 태풍 속에 치러졌습니다. 정치 경험이 없는 조순 서울시장이 탄생했고 서울의 25개 구청장 가운데 23개를 민주당이 쓸어담았습니다. 그런데도 인천시장은 민자당의 최기선 후보, 경기지사도 민자당의 이인제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1998년 제2회 6·4 지방선거는 당시 공동여당이었던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압승이었습니다. 심지어 최기선 인천시장이 자민련 공천으로 당선됐습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했을까요? 1997년 12월 18일 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이 2월 25일 취임했고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온 국민이 힘을 모으던 시기였습니다.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정권을 넘겨준 한나라당은 맥을 쓸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이례적 정치 환경에서 나타난 매우 특이한 결과였다는 얘깁니다.

그 뒤 2002년 제3회 6·13 지방선거와 2006년 제4회 5·31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이 서울시장·인천시장·경기기사를 모두 다 이겼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대한 민심의 이반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민심 이반은 투표율 저하로 나타났습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투표장에 몰려나가 표를 찍었고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대거 기권한 것입니다.

2010년 제5회 6·2 지방선거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 추모 분위기 속에 치러졌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시장은 한나라당의 오세훈 후보가 당선됐고, 경기지사도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2014년 제6회 6·4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 직후 치러졌습니다. 그렇지만 인천시장은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 경기지사도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신기하지 않습니까? 결국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에서는 고연령층의 지지를 받는 보수 성향의 정당이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홍준표 대표의 말이 맞는다는 얘깁니다.

2018년 6월 13일에 치러지는 제7회 지방선거는 어떨까요? 아직 각 정당의 후보 구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출마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시장은 박원순 현 시장의 3선 도전(그는 2011년 보궐선거로 처음 서울시장에 당선됐습니다)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두, 박영선, 우상호, 이인영 의원(가나다순)이 도전을 검토 중입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주변에서는 김용태, 나경원, 지상욱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 차출설이 있습니다.

인천시장은 자유한국당에서 유정복 시장의 재선 도전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깝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친박이었다가 탈당해서 바른정당에 몸담은 이학재 의원 이름도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남춘 윤관석 홍영표 의원과 홍미영 부평구청장,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 등이 후보군입니다. 국민의당에서는 문병호 전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경기지사는 더 불투명합니다. 현재 바른정당 소속인 남경필 지사의 재선 도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안팎에서는 원유철 의원,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별 근거는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전해철 의원의 양강구도에 양기대 광명시장 등이 도전장을 내고 있습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선거 지형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야 전망할 수 있겠지만,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제가 최근 만나 본 더불어민주당 중진 정치인 두 사람은 여당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근거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견고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국 단위 선거인만큼 대통령 지지도가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둘째, 홍준표 대표의 한계입니다.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이 정치적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며 티케이 지역(대구·경북)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이나 중부권, 심지어 피케이 지역(부산·울산·경남)에서도 힘을 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럴까요? 두 사람 모두 워낙 신중하고 정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의 의견을 신뢰합니다. 그런데 저는 여당의 승리를 장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와 선거가 본래부터 가진 역동성 때문입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쓴 책 <사피엔스>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역사는 이른바 2단계 카오스다. 카오스계에는 두 종류가 있다. 1단계 카오스는 자신에 대한 예언에 반응을 하지 않는 카오스다. 가령 날씨는 1단계 카오스다.”

“2단계 카오스는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카오스다. 그러므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정치도 2단계 카오스다. 소련 연구가들은 1989년 혁명을 예측하지 못했고, 중동 전문가들은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을 예측하지 못했다.”

“예상 가능한 혁명은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선거에서도 이런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1985년 2·12 총선에서는 민정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신민당 돌풍’이 일었습니다. 1992년 총선도 민자당이 200석 이상으로 압승할 것이라는 바로 그 전망 때문에 민자당은 여소야대의 참패를 당했습니다. 지난해 2016년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이 야권 분열로 180석 정도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기 때문에 방심한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기권하거나 국민의당을 찍었습니다. 반대로 야당 지지자들은 야권 참패의 절망적 상황을 저지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결과는 우리가 모두 아는 대로입니다.

2018년 6·13 지방선거는 어떨까요? 혹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가 높기 때문에 여당이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이완시켜 의외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으로 보수 정당이 예상외의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없을까요?

홍준표 대표가 개헌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룬 이유는 개헌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같이 할 경우 투표율이 올라가고 지방선거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입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나라의 장래가 달린 개헌을 미룰 정도로 지금 자유한국당 처지가 절박하다는 얘깁니다. 절박함은 이변을 낳을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지지율 폭등’ 발언은 패배 의식에 젖은 당 지지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일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바닥 민심에 어떤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치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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