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바꾼 시진핑 "잘 들립니까"..달라진 한·중 정상회담

김성휘 ,다낭(베트남)=최경민 기자 입력 2017. 11. 1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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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분 대 43분'.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 대해 '매경한고' 즉 매화가 추위를 이겨낸다는 구절을 말했다.

한국 취재진이 회담장을 나설 때 한 중국 외교부 직원이 출구로 안내하며 "회담 분위기 어떻게 봤느냐"고 영어로 물었다.

그러면서 "중국과 노스 코리아(북한)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정말 잘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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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7월 후 4개월만의 회담 풍경..文 대통령, 中 고사 인용
【다낭(베트남)=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1일 오후(현지시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7.11.11. amin2@newsis.com
【베를린(독일)=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전(현지시각)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17.07.06. photo@newsis.com

'75분 대 43분'. 시간은 짧았지만 분위기는 개선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월6일 독일 회담 후 4개월만인 지난 11일(현지시간) 베트남 다낭에서 마주앉았다. 7월 사드 갈등이 첨예했고 이번엔 관계회복 첫단추를 끼운 뒤다. 그래선지 팽팽한 긴장감까지 돌았던 4개월 전 첫 회담에 비하면 두 번째 회담은 시간이 짧았음에도 한 발 진전을 이룬 자리였다.

짧았지만 훈훈해진 분위기= 이날 회담은 시 주석 현지숙소인 다낭 크라운플라자 호텔서 열렸다. 예정된 30분보다 늘어 43분 걸렸다. 7월 독일 베를린 회담은 40분 회담을 예정했다가 75분가량 걸렸다. 시간은 이번이 짧았지만 조건은 나았다. 양국 사드 갈등이 첨예하던 7월, 시 주석은 "중국인들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팽팽한 긴장이 느껴졌다.

두 번째 정상회담 분위기는 한결 풀렸다. 문 대통령은 중국 고사를 인용,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 대해 '매경한고' 즉 매화가 추위를 이겨낸다는 구절을 말했다. 중국 시경 속 '매경한고 발청향(梅經寒苦 發淸香), 매화는 추위를 이겨낸 뒤 맑은 향기를 발한다는 대목이다.

시 주석도 우리 측을 배려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이 회담장 좌석에 앉은 사이에 입구에 서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측 배석자들과 일일이 웃으며 악수했다. 회담이 시작하고 문 대통령의 동시통역기가 준비되자 "잘 들리십니까"라고 두 세 번 직접 물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 통역기가 작동하자 "아주 좋습니다"라고 했다.

"노스 코리아? 아니, 사우스 코리아"= 두 정상의 패션도 이런 변화를 드러낸 듯 했다. 7월 문 대통령은 붉은 색, 시 주석은 파란 넥타이를 맸다. 이번엔 두 정상 모두 붉은 넥타이로 호흡했다. 시 주석 것은 푸른 무늬가 들어갔지만 붉은 기운이 강했다. 문 대통령은 두 차례 모두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 색을 일관되게 선택했다.

회담장 밖에도 인상깊은 장면이 있었다. 한국 취재진이 회담장을 나설 때 한 중국 외교부 직원이 출구로 안내하며 "회담 분위기 어떻게 봤느냐"고 영어로 물었다. "두 정상이 4개월 만에 재회해 따뜻한 태도를 보여준 것 같다"고 답하자 이 직원은 적극 공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노스 코리아(북한)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정말 잘 됐다"고 했다. 한국 기자가 "노스 코리아?"라 되묻자 "아니, 사우스 코리아. 우리에게는 양쪽이 다 똑같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직원의 실수이든, 짐짓 남북한을 섞어 말했든 대한·대북한 관계를 보는 중국 시각의 한 단면이 드러난 듯 했다.

7월은 마중물, 11월 징검다리= 비록 어색했지만 7월 정상회담이 없었다면 이날 회담도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두 정상은 당시 관계를 회복시키자고 원칙적으로 공감, 이에 따라 양측 고위급 접촉을 시작했다. 외교안보 라인이 분주히 접촉한 끝에 지난달 31일 관계회복 협의결과에 이르렀다. 두 정상은 문 대통령이 연내 중국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다시 만나기로 했다. 7월 회담이 한중 관계회복에 마중물이라면 이날 회담은 징검다리인 셈이다.

앞서 7월엔 시 주석이 중국 고사를 인용했다. 시 주석은 당시 "문 대통령께선 중국 국민에게 낯설지 않다. 자서전에서 장강후랑추전랑,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명언을 인용했다"며 "문 대통령께서 큰 정치적 소신을 밝혀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운명'(2011)에서 이 구절을 인용, "장강의 뒷물결이 노무현과 참여정부라는 앞물결을 도도히 밀어내야 한다"고 썼는데 시 주석은 이걸 주목한 것이다.

김성휘 ,다낭(베트남)=최경민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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