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고두심, 성형 배우에게 일침 "너만의 향기 잃는 것"

김지혜 기자 입력 2017. 11. 12. 13:57 수정 2017. 11. 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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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배우는 시인이야. 자기 가슴을 잘 다스려야 정제된 연기가 나오는 거거든. 술수를 써서 연기하는 건 한 두 작품은 가능해. 하지만 대중의 수준이 높아졌잖아. 진짜가 아니면 절대 마음을 움직일 수 없어. 나도 그래서 한평생 노력하고 있는 거고."

배우 고두심이 인터뷰에 자리에 나온 것은 십수 년 만이었다. 1년 평균 2편씩 드라마를 한 탓에 TV를 틀면 익히 볼 수 있는 얼굴이지만 '국민 엄마'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고두심은 인터뷰 자리에서 신작에 대한 자랑은 물론이고, 55년 연기 생활의 명과 암, 흥미로운 캐스팅 비화도 전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후배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충고와 조언이었다. 여느 배우라면 와닿지 않을 이야기지만 실력과 연륜을 겸비한 대배우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달랐다. 무엇보다 연기로 솔선수범을 보이며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고두심이기에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처럼 다가왔다.

고두심은 김혜자, 김해숙과 더불어 '국민 엄마'의 대명사로 불리는 배우다. 20대 후반부터 작품에서 '엄마' 역할을 해왔던 만큼 수많은 아들, 딸을 뒀다. 그동안 거쳐 갔던 자식이 몇 명쯤 되는지를 묻자 흥미로운 답이 나왔다.  

"사실 잘 기억이 안 나요. 요즘엔 얼굴이 변해서 나오는 배우들이 워낙 많잖아. 희한하게 예쁜 애들이 꼭 고치더라고. 마음 같아서는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어요. 얼굴에 손대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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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을 향한 말이라도 쉽지 않은 일침이다. 그러나 의미 있는 조언을 이어갔다. 

"제 윗대만 해도 나문희, 김용림, 정혜선 등 선배들의 얼굴은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개성이 뚜렷했어요. 그런데 우리 밑 세대의 배우들은 얼굴이 비슷비슷해서 구분도 쉽지 않더라고요. 어디 한군데에서 (성형수술을)했는지... 다 각자의 얼굴에 개성이 있고, 자신만의 향기가 있는 건데... 얼굴을 고친다고 연기가 달라지는게 아닌데 안타깝죠. 배우는 자신만의 향기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배우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흥미로운 캐스팅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바로 전설의 영화인 '애마부인'의 타이틀롤을 맡을 뻔한 사연이었다.

"안소영 씨가 연기했던 애마부인 역할이 제게 캐스팅 제안이 왔었어요. 그런데 겁탈당하는 장면이 너무 세서 엄두를 못 내겠더라고요. 사실 '애마부인'보다 아까웠던 것은 '성춘향'이었어요. 당시 '춘향전'은 스타의 등용문이었거든요. 중학교 때 고전무용을 해서 사극에 자신이 있었고, 무엇보다 얼굴이 한국형이라 캐스팅이 될 줄 알았어요. 한복을 입고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제가 보기와 달리 가슴이 좀 커요. 막상 한복을 입어보니 맵시가 안 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카메라 테스트에서도 자신감을 잃고 제대로 못해서 떨어졌죠. 얼마나 속상하고 분하던지. 하하."

한평생 함께한 수식어 '국민 엄마'에 대한 자부심과 부담감을 밝히기도 했다. 고두심은 "가요계로 따지면 이미자, 조용필 씨는 '국민'이라는 타이틀에 합당하지만, 연기자 고두심에게 '국민'이라는 수식어는 과분해요."라고 겸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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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맏며느리'('전원일기'), '제주도의 고두심'(제주도 출신의 스타)이라는 수식어도 그랬던 거 같아요.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도 제주도, 제주도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길 수가 있으니 늘 조심스러웠죠. 우리 직업적 특징이 '자유인'이라는 건데... 어떻게 보면 내가 맡아온 엄마, 며느리라는 역할 때문에 행동에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 있죠.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당연한 거니까 할 말은 없지만 때때로 버겁다 느껴질 때도 있었답니다."

고두심의 영화 출연은 무려 7년 만이다. 스스로 "영화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다."고 밝힐 정도로 애써 피해왔다.

"대형화면에 대한 공포가 있어요. 드라마도 그렇긴 하지만 영화는 기록이 더 오래 남는 느낌이라. 내 연기가 어떻게 기록되는가에 대해 두려움이랄까. 물론 연극 무대도 공포가 있지만, 그건 여러 번 하면서 단점을 개선해나갈 여지가 있잖아요. 무엇보다 기록이 남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내가 이렇게 했구나' 하고 기록이 남을 것을 생각하니 피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그녀를 움직인 것은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고두심은 영화 '채비'에서 30대의 발달 장애아들을 둔 엄마 '애순'으로 분했다. 아들보다 하루라도 오래 사는 것이 소원인 애순은 암에 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아들이 홀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에 매진한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였어요. 요즘은 자극적이고 세고 감각적인 영화가 인기라지만, 가족의 힘을 그린 이 영화의 메시지가 마음을 움직이더라고요. 관객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또 아들 역할에 평소에 관심 있게 지켜보던 김성균 씨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꺼이 하겠다고 했죠. 게다가 조영준 감독을 만나보니 작품에 대한 마인드나 감독으로서의 자세가 참 좋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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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심은 공중파 방송 3사의 연기대상(MBC '춤추는 가얏고', KBS '꽃보다 아름다워', SBS '덕이')을 모두 석권한 최고의 연기파 배우다. 영화 부분에서는 수상 경력이 없는 것이 아쉽지 않을까.

"얼마 전에 나문희 선배가 '아이 캔 스피크'로 여우주연상을 타는 것을 보면서 제가 다 기쁘더라고요. 영화도 감동적으로 봐서 언니에게 "재밌게 잘 봤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어머, 그래?"라고 소녀처럼 반응하시더라고요. 좋은 작품을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겠죠. 상이라는 게 인정을 받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긴 하지만 이제 그런 것에 연연하지는 않게 된 것 같아요." 

최근작 중에서 인상적인 작품으로는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꼽았다. 고두심은 "김혜자, 나문희, 윤여정, 김영옥, 박원숙, 신구, 주현, 고현정, 조인성 등 좋은 배우들과 작품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신나게 했던 것 같아요. (연기) 잘하는 배우들하고 함께 하니까 이런 희열도 있구나 싶었고요. 따뜻하면서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채비'를 기점으로 영화 출연에 물꼬를 트는 것이냐고 묻자, "좋은 작품만 있다면야 안 할 이유는 없죠."라는 반가운 대답을 내놓았다. 

2018년에는 '국민 엄마'의 스크린 맹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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