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트럼프가 남기고 간 7~8조원 '무기 명세서'

김관용 2017. 11. 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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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에서 미국산 무기 판매에 대한 관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방한 첫 공식 일정으로 찾은 캠프 험프리스에서부터 한국을 떠난 이후 공동언론발표문에서까지 이를 누차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무기 수출이라는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며 ‘비즈니스맨’ 다운 면모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트럼프 “韓, 수십억 달러 美 무기구입 고맙다”

그는 “미군의 군사력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고 7000억 달러의 군사 예산을 쓰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더 많은 전투기 등의 무기와 군사시설을 확충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측에서 미국에 많은 군사 시설물이나 무기들을 구입하기로 한데 감사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이 이미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장비를 주문하기로 했는데, 이미 (판매) 승인이 난 부분도 있다”며 “한국이 미국의 많은 군사 시설물이나 무기들을 구입하기로 한데 감사드린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최첨단 군사정찰자산 획득과 개발을 위한 협의도 즉시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최첨단 무기 도입·개발 발언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된 부분도 있고, 정찰자산도 포함돼 있는데 향후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떠나며 내놓은 공동언론발표문에 무기 구매 목록이 빼곡히 담겼습니다. 문 대통령이 2022년까지 국방예산을 상당한 규모로 증액하고자 하는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했는데 이는 F-35A 합동타격전투기, KF-16 전투기 성능개량, 패트리어트 PAC-3 성능개량, AH-64 아파치 대형공격헬기, 글로벌호크 고고도 정찰용 무인기, 이지스 전투체계 등입니다. 공동언론발표문에 무기체계 종류와 이름까지 기술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일종의 ‘청구서’ 같은 느낌입니다.

게다가 마크 내퍼 주한 미 대사대리는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며 “최근 주문이 완료된 무기에 F-35 전투기, 아파치 헬기, 해군 함정에 들어가는 이지스 레이더 시스템이 포함됐다”며 “해상초계기 P-8(포세이돈)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육군에 인도된 AH-64E 아파치 가디언 헬기가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7조~8조원 규모 무기 추가 구매…‘안보엔 공짜 없다’ 실감

조속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선 무기체계 보강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돈이 듭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이후 한국에게 남겨진 ‘무기 청구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대로 수 조원 대에 달합니다.

우선 한미 양국이 합의한 ‘조인트 스타즈’(Joint Surveillance and Target Attack Radar System)급 지상 감시 전략정찰기는 대당 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이를 4대 정도 들여올 경우 1조4000억~1조6000억원입니다. 또 우리 군은 2021년까지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를 들여오기로 했는데, 이에 더해 20대를 추가 구매하는 방안을 국방중기계획에 담았습니다. 투입 비용은 3조원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해군 이지스구축함에서 발사되는 탄도탄 요격 미사일 SM-3 블록(Block)-Ⅰ의 경우 한 발 당 약 237억 원이나 합니다. SM-3 도입 계획안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미사일 가격만 1조7000억 원에 이릅니다.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위)과 P-3C가 함께 비행하고 있다. [출처=미 해군 홈페이지]
이와 함께 해군의 해상초계기 구매 사업의 경우 기종이 사실상 미 보잉사의 P-8 포세이돈으로 사실상 내정된 상태입니다. 책정 예산은 1조~1조2000억원 수준입니다. 현재까지 예상되는 총 무기 구매 예산만 7조~8조원대에 달한다는 얘기입니다.

일각에선 이미 한국이 구매키로 한 무기체계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일일이 거론하며 추가 구매까지 유도한 이유는 국내 정치용으로 이를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무기구매는 미국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자국 군수산업에 대한 세일즈 외교를 통해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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