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정상회담] 시주석 "文대통령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출발선상에 선 北核문제

조은효 2017. 11. 1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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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 다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11일 한중정상회담 시작에 앞서 밝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다낭(베트남)·마닐라(필리핀)=조은효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취임 후부터 쭉 지켜봤는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측근들에게 문 대통령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기엔 문 대통령이 '한반도 전쟁 불가론',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지난달 말 한·중 양국이 15개월만에 전격적으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갈등을 봉합하고, 조속한 관계 정상화로 방향을 튼 것도 시주석의 문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와 호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런 분위기는 11일(현지시간)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그대로 뭍어났다. 지난 7월 독일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개막 직전 베를린에서 첫 정상회담을 할 때와는 분위기가 천양지차였다. 당시 잔뜩 굳은 표정으로 경색된 한·중 관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들어냈던 시주석은 이날은 웃으며 문 대통령을 바라봤다. 이날 드레스코드는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넥타이였다. 관계 정상화로 가는 마지막 탐색전인 이번 회담에 임하는 문 대통령의 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동시에 한·중 관계가 빠르게 해빙될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文대통령 "잃어버린 시간 만회하자"
먼저 말문을 연 사람은 시 주석이었다. 시 주석은 "오늘 우리 회동은 앞으로 양국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측의 협력과 리더십 발휘에 있어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한 양국은 각자 경제사회 발전, 양자 관계의 발전적인 추진, 세계 평화의 발전에서 광범위한 공동의 이익을 갖고 있다"며 한중 양국의 공통분모를 부각한 뒤 "중·한 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관건적 시기(중대한 시기)에 있다"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매경한고(梅經寒苦)라고 '봄을 알리는 매화는 겨울 추위를 이겨낸다'는 중국 사자성어도 있다"며 "한·중 관계가 일시적으로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한·중 간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수 있게 양측이 함께 노력하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번 회담이 움츠러져 있었던 양국간 정치·경제·문화·인적교류 등 제반 분야의 협력들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모두 발언을 마무리했다.

■북핵해법·대화개시엔 간극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회담시간은 20분을 넘겨 50분간이나 진행됐다. 이로 인해 뒤이어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중·일 정상회담 일정에도 차질을 줄 정도였다. 순차통역이 아닌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던 것을 감안하면 다자회의 막간에 이뤄진 양자 정상회담 치고는 꽤 오랜시간 대화를 나췄다고 볼 수 있다.

시주석은 "특히, 저와 문 대통령이 상호왕래를 통해 한중관계 개선을 이끌어가자"고 제안했다. 지난 7월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도 문 통령과 대화를 거부해온 시주석이 본격 핫라인 구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부분이다.

양측은 현 한반도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핵문제가 외교적.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부분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북핵문제 해법이나 대화재개 부분에 있어선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핵해법을 둘러싼 각국간 의견 조율이 이번 한.중 관계 복원과 함께 다시 출발선상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시주석은 이날 기존에 주장해 온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입장을 문 대통령에게 재차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어떻게 답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이번 동남아3국(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순방에 앞서 이뤄진 싱가포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이 시점, 우리가 (먼저)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말할 수는 없다. 먼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현재로선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드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주석은 사드에 대한 중국측 입장을 재차 언급하며 "중대한 이해관계의 문제에 관해 양국은 모두 반드시 역사와 중·한 관계, 양 국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중·한 관계가 계속해서 정확한 방향과 장기적으로 안정된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중국 신화통신의 보도는 지난달 31일 양국간 관계개선 정상화를 합의한 종래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당시 합의에 대해 '좋은 출발, 새로운 시작'이라고 한 시주석의 발언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측은 한·중 관계개선에 걸림돌이 될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인도·태평양 구상에 한·미동맹이 역할할 것이라는 문구나 3불(不)입장(사드 추가배치 없다·미국의 MD편입안한다·한미일 군사협력 없다)은 일체 논하지 않았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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