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특급 그래플러 하빕, 최강 타격가와 붙는다면?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입력 2017. 11. 12.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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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UFC 라이트급 누르마고메도프. ⓒ 게티이미지

UFC 라이트급에서 최강 그래플러를 꼽으라면 단연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28·러시아)를 들 수 있다.

케빈 리(25,미국)라는 젊고 파워 넘치는 레슬러도 있지만 그래플링만 놓고 보면 누구도 누르마고메도프보다 먼저 꼽기 어렵다. 그만큼 누르마고메도프가 옥타곤에서 보여준 파워 그래플링은 무시무시하다.

누르마고메도프가 무서운 것은 상대가 어떤 스타일이든 따지지 않고 모두 평등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사실. 어릴 때부터 익혀온 레슬링, 삼보, 유도 등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테이크다운에 성공한 뒤 무겁게 압박한다. 그 과정에서 주짓수, 레슬링 등 상대의 그라운드 기술은 무시되기 일쑤다.

체급 최고 파워를 바탕으로 바윗돌처럼 눌러버려 타격가든 그래플러든 똑같이 케이지 구석에서 구긴다. 누가됐든 누르마고메도프에 상위 포지션을 내주면 똑같은 운명을 맞이한다.

타격가들에게는 재앙이다. 그래플러끼리도 수준 차이가 있는데 타격가는 벗어날 방법이 없다. 때문에 특급 타격가와 누르마고메도프의 대전설이 나올 때마다 UFC 팬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잠깐 언급됐던 누르마고메도프와 페더급 레전드 조제 알도(30·브라질)의 대결은 아쉽기 그지없다.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 카운터에 허망하게 패하며 커리어에 흠집이 생긴 알도는 누르마고메도프를 디딤돌 삼아 2차전을 노렸다.

하지만 누르마고메도프가 “작은 선수를 괴롭히기 싫다”는 의사를 표명하면서 불발됐다.

어찌 보면 미스매치나 다름없다. 알도가 페더급 최고의 선수 중 하나지만 누르마고메도프는 상위 체급 최고의 파워 그래플러다. 가뜩이나 상성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 체급 위의 선수들도 감당 못하는 누르마고메도프의 힘을 알도가 견디어내는 그림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붙어봐야 안다”는 의견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알도는 뛰어난 타격 못지않게 테이크다운 디펜스가 매우 좋다. 단순히 좋은 수준을 넘어 전 체급을 통틀어 역대 최강급으로 꼽힐 정도다.

테이크다운에 일가견 있는 쟁쟁한 그래플러들에게 몸을 잡히고도 어렵지 않게 뿌리치거나 잠깐의 틈을 이용해 탈출한다. 다리 한쪽을 완전히 잡힌 상황에서 여유 있게 타격을 하는가 하면, 아주 잠시 등이 바닥에 닿는 순간에도 용수철 같은 탄력으로 다시 일어난다.

천하의 ‘전투호빗’ 프랭크 에드가(36·미국)가 알도에게 유독 약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알도를 테이크다운 시키지 못한다면 본의 아니게 타격전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에드가는 파워 그래플러까지는 아니지만 괴물 같은 체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는 선수다. 타격에도 일가견이 있어 부지런히 치고 빠지며 타격과 테이크다운 옵션을 섞어준다.

대부분 상대가 이런 에드가의 전천후 옵션에 시간이 지날수록 녹아난다. 그런 에드가의 테이크다운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만으로 알도가 얼마나 괴물 같은 테이크다운 디펜스를 보여 왔는지 알 수 있다.

의외로 누르마고메도프와 맥그리거와의 대결도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둘은 서로의 이름값 때문에라도 대진이 이뤄지게 된다면 큰 관심이 쏠릴 수 있겠지만 파이팅 스타일 면에서도 큰 기대를 모은다.

맥그리거는 전형적인 펀처다. 대부분 공격옵션을 펀치를 통해 풀어간다. 재미있는 것은 그는 그래플러 스타일을 만나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타격을 낸다는 점이다. 페더급 최고의 레슬러 중 한 명이었던 채드 멘데스(32·미국)와의 대결이 딱 그랬다. 당시 맥그리거는 멘데스를 맞아 이른바 ‘너는 넘겨라. 나는 때리겠다’ 마인드로 경기에 나섰다.

UFC 라이트급 챔피언 맥그리거. ⓒ 게티이미지

맥그리거는 멘데스의 테이크다운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펀치와 킥을 냈다. 그러한 플레이에 대한 대가로 여러 차례 멘데스에게 태클을 허용한 후 바닥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맥그리거는 테이크다운을 의식해 타격마저 위축되는 대다수 스트라이커와 달리 끝끝내 결정적인 타격으로 경기를 끝냈다. 맥그리거표 자신감이 제대로 통한 승부라 할 수 있다.

물론 누르마고메도프를 상대로 그렇게 하다가는 말 그대로 큰일 난다. 멘데스보다 더 크고 힘이 센 누르마고메도프의 상위 압박에 한 번 걸리면 그라운드가 썩 좋지 않은 맥그리거로서는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그림은 맥그리거가 ‘모 아니면 도’식으로 누르마고메도프의 그래플링을 의식하지 않고 접근전에서 한 방을 꽂는 것이다.

두 경기 모두 누르마고메도프가 적극성을 띠고 준비를 더 잘했으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져 있을 수도 있다. 알도전은 물론이고 맥그리거와의 맞대결 역시 토니 퍼거슨(35·미국)과 잡혔던 경기를 무사히 치르고 승리를 따냈다면 급물살을 타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누르마고메도프는 경기를 자주 치르는 스타일도 아니거니와 잔부상이 많아 중간에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무슬림 종교 행사 라마단 문제까지 안고 있어 좀처럼 일정을 잡기 힘든 인물이다. 팬들은 그에게 많은 것을 보고 싶어 하지만 누르마고메도프의 향후 행보는 한 치 앞도 예측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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