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마시고 싶으세요?" 대학가에 등장한 '알 수 없는 음료'

우승원 2017. 11. 12.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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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에게 또 한 소리를 들었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탄산음료를 마시려는데, 도무지 무엇이 탄산음료인지 알 수가 없다.

음료수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마시고 싶은 걸 고를 수 없어 결국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품명은 물론이고 탄산음료인지, 이온음료인지, 커피인지조차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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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에게 또 한 소리를 들었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탄산음료를 마시려는데, 도무지 무엇이 탄산음료인지 알 수가 없다. 음료수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마시고 싶은 걸 고를 수 없어 결국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고작 음료 하나 고르는 것일 뿐인데도 말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겐 이런 ‘민망함’이 일상이다.

대부분의 캔음료 위에 표기된 점자는 ‘콜라’ ‘사이다’가 아닌 ‘음료’다. 정확한 품명은 물론이고 탄산음료인지, 이온음료인지, 커피인지조차 알 수 없다. 마시고 싶은 음료가 있을 때는 주변에 물어 이 음료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때론 선택을 포기하고 아무 음료를 마실 때도 있다고 한다.

서울여자대학교 인권프로젝트팀 ‘훈맹정음’은 시각장애인들이 느낄 이런 불편함에 주목했다. 훈맹정음 측은 11월 4일 점자의 날을 맞아 교내 자판기 10의 음료에, 이름에 맞는 점자 스티커를 부착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자판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판기에 붙어있는 점자와 음료 캔 위 점자를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진 출처=페이스북 페이지 '훈맹정음'

이 캠페인에 이화여대, 연세대 등 다른 대학교의 인권동아리들도 동참하며 ‘대학 동시다발 점자 확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자판기에 점자 스티커를 붙이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음료들이 보이는 창을 종이로 막았다. 종이에는 ‘음료’라고만 적힌 회색 캔이 줄지어 서 있다. 점자를 읽는 것만으론 어떤 음료인지 알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학생들이 직접 체험해보도록 한 것이다. 물론 종이를 위로 들추면 실제 음료가 어떤 것인지 볼 수 있다.

해당 캠페인에 참여하는 학교가 점차 많아지며 이에 호응하는 사람들 역시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건국대에 재학중인 A씨(22)는 “예전부터 관심을 가져왔지만 큰 불편함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라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승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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