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의 향기]평화주의자의 후손 아베는 왜 '우익 괴물'이 되었나

입력 2017.11.11. 03:01 수정 2017.11.12. 14:30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실례지만, 신조 씨는 도쿄에서 나고 자란 '도련님'이지요. 간 씨나 신타로 씨와 전혀 다릅니다."

일본 시모노세키시 인근의 절 조안(長安)사 주지 아리타 히로타카(有田宏孝·77)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이렇게 평가한다.

일본 교도통신의 사회부 기자, 서울 특파원 출신인 저자는 아베 총리가 말하지 않는 할아버지 아베 간의 실상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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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삼대/아오키 오사무 지음·길윤형 옮김/336쪽·1만5000원·서해문집

[동아일보]

아베 신조 총리의 할아버지인 아베 간과 1921년 결혼한 아내 시즈코. 이 미남·미녀 부부가 긴자를 걸으면 행인들이 모두 쳐다봤다고 한다. 위키미디어 커먼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실례지만, 신조 씨는 도쿄에서 나고 자란 ‘도련님’이지요. 간 씨나 신타로 씨와 전혀 다릅니다.”

일본 시모노세키시 인근의 절 조안(長安)사 주지 아리타 히로타카(有田宏孝·77)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이렇게 평가한다. 아베 가문의 제사를 지내는 이 절에는 신조의 글을 새긴 석비가 세워져 있다. 신조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의 제사를 지낼 때 바로 아리타가 불경을 읊는다. 그러나 저자가 만난 아리타는 신조의 할아버지인 아베 간(安倍寬)이나 아버지 신타로는 존경하지만 신조에게는 차갑다.

아베 총리 역시 각종 인터뷰와 저서에서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에 대한 존경을 드러내지만, 친가에 대한 언급은 극히 드물다. 국회 의사록에 남겨진 아베 총리의 유일한 언급은 “친할아버지는 아베 간이라는 분이다. 반(反)도조 (히데키) 정권의 입장을 일관되게 지켜온 의원이었다”고 한 것뿐이다.

일본 교도통신의 사회부 기자, 서울 특파원 출신인 저자는 아베 총리가 말하지 않는 할아버지 아베 간의 실상을 추적한다. 그를 기억하는 고향 주민들과 주변 인물을 인터뷰했다. 아베 가문은 일본 혼슈 최서단의 옛 헤키촌에서 대대로 양조업을 하며 대지주로 살았다. 이곳에서 만난 지역 노인들은 간이 서민의 어려움을 헤아린 ‘신과 같은 존재’였다고 평가한다.

헤키촌 촌장에서부터 야마구치현 의원, 중의원 의원을 지낸 간의 정치 활동이 남긴 흔적에서 돋보이는 건 평화주의자와 반전주의자의 면모다. 그의 아들 신타로 역시 반골 정치가였던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고, 균형 감각을 갖춘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의 자이니치(재일교포)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평화헌법’ 옹호론자였다.

아베 총리가 극우파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세습정치’의 산물이라고 분석한다. 일본에서 국회의원 부모, 조부모의 지역구에서 당선된 정치가를 ‘세습의원’이라 부른다. 지난달 제48대 중의원 선거 당선자의 23.4%가 세습의원이었다. 아베 총리는 외할아버지 기시를 존경했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러다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에 입성한 뒤 ‘우익 괴물’이 됐다. 아베 가문의 일대기는 일본 현대사를 압축해 보여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