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수습사원에 "석달간 6000만원 매출 올려라"

임경업 기자 2017. 11.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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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內 성폭행 논란 부른 '경직된 기업 문화' 도마에]
실적 밀어붙이기에 스트레스.. 할당 못채우면 수습기간 늘어
정직원 月5000만원 매출 올려야.. 부진한 사원엔 휴일 산행·교육
영업직 근무연수 1년 반에 불과
한샘측 "조직 문화 개선하겠다"

여성 신입 사원 사내 성추행·성폭행 논란이 불거진 국내 1위 가구 업체 한샘의 과도한 실적 밀어붙이기와 경직된 조직 문화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샘은 수습 사원들에게 3개월 동안 6000만~9000만원을 달성하라는 매출 목표치를 제시하고 실적 부진자를 상대로 휴일 산행이나 교육을 실시해 신입 직원들이 상당한 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한샘이 지난 5년 사이 외형적으로는 급성장을 했지만, 내부 조직 문화와 사내외 소통에 사회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한샘도 대대적인 조직 문화 개선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샘이 70년 창업 후 40년 넘게 성장을 이끌어온 영업 관행을 단시일 내에 개선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커지면 그 회사를 보는 사회적 시각이 훨씬 엄격해진다"면서 "외형 성장에 걸맞은 도덕적 기준과 소통 통로를 마련하지 않으면 회사가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습 사원 3개월 영업 할당 6000만원…영업직 평균 근속연수 1년5개월

한샘은 2012년 연결기준 매출 7832억원에서 지난해 1조9345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내수 부진과 세계적인 가구 업체인 이케아와의 경쟁 속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룬 셈이다. 유통 업계에서는 한샘의 성장 비결로 가구의 품질과 함께 강력한 영업력을 꼽는다. 가구 업계 한 관계자는 "한샘을 영업 사관학교라고 부를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샘은 영업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올 상반기 기준 한샘 영업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녀 모두 1년5개월로 2년이 채 안 된다. 그만큼 실적 압박이 심하다는 얘기다. 한샘에 1년 반 동안 근무했던 A씨는 "입사 동기 20명 중 절반이 1년여 만에 퇴사했다"고 했다.

성폭행 논란이 불거진 리모델링 부문에서도 신입 사원들에게 과도한 영업 목표치가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습 사원으로 입사 후 첫 달 1000만원, 둘째 달 2000만원, 셋째 달 3000만원으로 석 달 누적 6000만원을 채워야 정직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3개월 안에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수습 기간이 최대 6개월까지 늘어난다.

1년 반 동안 근무했던 B씨는 "정직원이 되어도 매달 5000만원 이상 개인 매출을 올려야 한다"며 "이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토요일 새벽 산을 타거나 아침에 회사에 나가 교육을 받아야 했다. 이 교육을 피하기 위해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했다"고 했다.

한샘 전 직원들은 "이런 실적 압박과 경직된 기업 문화 속에 교육·인사 담당자를 비롯해 회사 상급자들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다"고 했다. 예를 들어 리모델링 부문의 경우 신입 사원이 영업 현장에 배치되면 상급자들이 지역 인테리어 업체 수십 개를 배정해준다. 신입 사원들은 이 업체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데, 상급자가 한샘 제품을 쓰지 않는 영세한 업체를 배정해주면 영업 목표치를 채우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샘은 이들 주장에 대해 "매출 목표치를 준 것은 맞지만, 신입 사원들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영업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했다고 불이익을 주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적이 낮은 직원들에게 교육 등으로 심리적 압박을 줬다는 점에 대해선 "강제성이 없었고 직원 전체가 단결해 분발하자는 의도였다. 직원들이 부담스러웠다면 앞으로 이런 관습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기업 문화 개선에 팔 걷어붙인 한샘

위기감을 느낀 한샘은 지난 8일 보도 자료를 통해 과거 관행을 뿌리 뽑는 기업 문화 개선 작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최양하 회장은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경영진부터 반성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 나가며 더 높은 윤리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8일 당일에 대표이사에게 불합리한 사내 문화를 직접 알릴 수 있는 '핫라인'을 개설하고 대표이사 직속으로 기업문화실을 신설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이 한샘의 기업 문화를 진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샘 관계자는 "경영진은 지나치게 실적에 매여 사원들끼리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사라진 것이 여러 사건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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