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0주년 맞은 여왕..남편 필립공만의 애칭은 '양배추'

서정민 입력 2017. 11. 11. 00:10 수정 2017. 11. 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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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이 11월 20일 결혼 70주년을 맞는다. 영국 로열 커플로는 첫 번째 플래티넘 웨딩을 맞는 두 사람 때문에 지금 영국은 기념주화를 발행하는 등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사진 중앙포토]
1947년 11월20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91)과 에딘버러 필립공(96). 올해로 두 사람은 결혼 70주년을 맞는다. 영국 여왕이자 영국 로열 커플로 첫 플래티넘 웨딩을 맞게 되는 두 사람. 안타깝게도 대규모의 성대한 기념행사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영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버킹엄 궁 대변인은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은 결혼 70주년을 맞아 가족·친구들만 참석하는 조촐한 축하행사를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은 결혼기념일에 가족과 친구들을 윈저 성으로 불러 디너파티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 초대받은 한 여왕의 친구는 영국 언론에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 모두 금혼식(50주년)과 다이아몬드 웨딩(60주년) 이상의 훌륭한 기념식은 생각할 수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2007년, 여왕 부부의 결혼 60주년 다이아몬드 웨딩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영국 왕실 가족. 앞줄 왼쪽부터 윌리엄 왕세손, 찰스 왕세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필립공, 찰스왕세자 부인 카밀라 콘웰 공작 부인, 해리 왕자. [중앙포토]
여왕과 필립공은 금혼식 때는 금마차를 타고 런던 시내에서 퍼레이드를 벌였다. 다이아몬드 웨딩 때는 결혼식 장소였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성대한 기념식을 열었다. 찰스 왕세자 부부를 포함한 왕실 가족 30명을 비롯해 당시 총리였던 고든 브라운,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존 메이저 전 총리 등 하객 2000명이 참석했다. 또 여왕 부부와 같은 날 결혼한 10쌍의 다른 커플도 초청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의 결혼 70주년 플래티넘 웨딩을 기념하는 주화가 발행됐다. [사진 중앙포토]
영국왕립조폐국(The Royal Mint)은 이번 플래티넘 웨딩을 맞아 5파운드와 20파운드짜리 기념주화를 발행했다. 주화 표면에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의 초상화, 뒷면에는 두 사람이 승마하는 모습과 함께 ‘Wedded love has joined them in happiness 1947~2017 (두 폐하께 행복을 가져다준 결혼과 사랑)’이라는 메시지가 새겨져 있다. 런던에서는 이밖에도 결혼 70주년을 기념하는 우표와 머그컵 등 기념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왕실에선 조용하게 치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영국 전역에선 축하 무드가 고조되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의 플래티넘 웨딩 주화 앞면에는 여왕 부부의 초상화가, 뒷면에는 승마를 하는 모습과 함께 '두 폐하께 행복을 가져다 준 결혼과 사랑'이라는 글자가 새겨 있다. [사진 중앙포토]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 중 하나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부군인 필립공. 궂을 때나 기쁠 때나 영국 왕실과 국가의 중심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보살펴왔다. 두 사람은 어떻게 서로를 만났을까.

여왕은 13세 때 아버지 조지 6세와 함께 다트머스 해군대학을 방문했을 때 사관후보생인 필립공을 처음 만났다. 자신감 넘치고 잘 생긴 필립공에게 여왕이 먼저 반했다고 한다. 필립공은 그리스 왕자이지만 덴마크·러시아·독일·영국의 피가 섞였으니 빅토리아 여왕의 후손이기도 하다. 필립공은 결혼 후 영국으로 국적을 바꿨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년 뒤인 1947년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 전후 물자부족으로 배급제가 실시됐던 때라 당시 여왕의 웨딩드레스는 의류 쿠폰 300장으로 장만했다고 한다. [사진 중앙포토]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1947년 결혼식을 올리게 된 두 사람은 로열 커플이면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 필립공의 여동생들은 적국인 독일 장교들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전후 물자 부족으로 배급제가 실시됐던 때라 여왕은 의류 쿠폰 300장을 모아 1200파운드짜리 웨딩드레스를 장만해야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부터 4대에 걸쳐 장손들이 모여 촬영한 가족사진. 왼쪽부터 찰스 왕세자, 엘리자베스 여왕, 증손자 조지 왕자, 왕세손 윌리엄 왕자. [사진 중앙포토]
어느덧 결혼 생활 70년을 맞은 여왕과 필립공은 슬하에 찰스 왕세자, 앤드루와 에드워드 왕자, 앤 공주 등 4명의 자녀를 두었다. 또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두 아들인 윌리엄과 해리 왕자를 비롯해 7명의 손주를 두고 있다. 다복할 만큼의 자손들을 두었지만 사실 여왕 부부의 로열패밀리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딸 앤 공주의 결혼과 이혼, 찰스 왕세자와 며느리인 다이애나비의 불화, 이혼한 다이애나비의 교통사고 사망, 찰스 왕세자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의 이혼 그리고 연이은 염문설 등 왕실 권위를 무너뜨리는 온갖 스캔들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여왕 부부는 굳건하게 가족과 국가를 지켜왔다. 부부의 사생활에 관해서는 철저히 밝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긴 세월 두 사람을 지켜본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공개적인 자리에선 손도 잡지 않는 두 사람이지만 둘만의 로맨틱한 스토리도 꽤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이 선글라스를 동시에 낀 모습이 영화 '맨 인 블랙'의 한 장면인 듯 미소를 짓게 한다. [사진 엘리자베스 여왕 인스타그램]
우선 필립공은 매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여왕에게 꽃다발을 보내 변함없는 애정을 표시한 걸로 알려져 있다. 여왕의 비서관인 차터리스경은 “필립공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왕을 인간으로 보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70년을 해로한 이 노부부는 과연 서로를 어떻게 부를까. 2006년 개봉한 영화 ‘퀸’에서 필립공을 연기한 배우는 아내인 엘리자베스 여왕을 “양배추(Cabbage)”라고 불렀다. 필립공과 여왕 역시 여느 커플들과 마찬가지로 서로를 애칭으로 불렀던 것. 그것도 채소같이 친근함을 나타내는 애칭이라니,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 영화의 각본을 맡은 피터 모건은 “영국 왕실을 취재하고, 확실한 소식통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필립공은 여왕을 가끔 그렇게 부른다”고 영국 타임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전기 작가인 로버트 레이시도 이를 인정했다.

‘양배추’라는 애칭은 프랑스어 ‘mon petit chou(나의 귀여운 사람)’에서 유래했을 거라고 여겨진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나의 작은 양배추”라는 뜻이 된다. 결혼 70주년 플래티넘 웨딩을 맞는 두 사람의 한결같은 신뢰와 사랑이 느껴진다.

2011년 6월 승마 경기장으로 이동 중에 국민들의 환호에 손을 흔드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 [사진 중앙포토]
한편 1947년 여왕과 결혼한 이후 70년 간 영국 역사상 최장수 통치자의 곁을 지키며 묵묵하게 외조를 담당해 왔던 필립공은 지난 8월 공식 업무에서 은퇴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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