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사냥' 제물 된 웹툰작가 이자혜 씨 "한순간에 성폭행 방조자로 낙인"

성수영 2017. 11. 10. 17:4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트위터와 이메일 등 제가 사용했던 모든 SNS 계정으로 '자살하라'는 메시지가 하루에 수천 통도 더 왔습니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 A씨는 "미성년자였던 자신을 이 작가가 30대 중반 남성 B씨에게 소개하고, B씨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9월 A씨가 이 작가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성수영 기자 ]

“트위터와 이메일 등 제가 사용했던 모든 SNS 계정으로 ‘자살하라’는 메시지가 하루에 수천 통도 더 왔습니다.”

웹툰계의 ‘스타’로 떠오르던 이자혜 작가(26·사진)의 삶은 지난해 10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폭로문’으로 한순간에 만신창이가 됐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 A씨는 “미성년자였던 자신을 이 작가가 30대 중반 남성 B씨에게 소개하고, B씨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씨가 B씨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동안 이 작가가 이를 방조했고, 이 이야기를 만화에까지 담았다는 주장이었다. 거센 비난 여론에 놀란 출판사들은 범죄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즉시 이 작가 작품을 폐기했다.

이 작가는 “이후 완전히 사회적으로 매장됐다”고 털어놨다. 쏟아지는 인신공격과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만화 관련 상 중 가장 권위 있는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바로 직전에 취소됐다”며 “폭로문 이후 어떤 일도 할 수 없었고 수입도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작가가 ‘성폭행 방조자’로 낙인 찍혔지만 수사기관 판단은 달랐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9월 A씨가 이 작가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 작가의 성폭행 모의·방조 혐의는 증거가 없어 아예 경찰조사 단계에서 빠졌다. B씨 역시 강간 등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A씨는 검찰 결정에 불복해 지난달 초 항고했다.

명예 회복은 요원하다. 아직까지 이 작가는 네티즌들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실제로 어떤 조치를 취할 방법이 전혀 없다”며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려고 생각했지만 실질적인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그만뒀다”고 말했다. 욕설을 퍼부은 네티즌들을 고소하는 것도 이 작가에게는 상처를 되새기는 일일 뿐이다. “만화를 계속 그릴 수밖에 없지요.”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글방]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