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靑 지시 따른 공무원만 구속..관가 쇼크 "일하지 말란 얘기"

고재만 2017. 11. 1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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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가 지시한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를 챙겼던 담당 공무원이 검찰에 구속까지 당하자 세종 관가가 충격에 휩싸였다.

세종 관가에서는 청와대가 지시한 낙하산 인사를 챙기다 구속된 S서기관에 대한 동정론이 우세하다.

다른 경제 부처 서기관도 "채용 비리에 개입했다면 처벌받을 일이긴 하지만 청와대와 부처 상부 지시에 따른 것일 뿐인데 실무 담당자가 징계도 아닌 구속까지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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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은 상명하복 조직인데 산업부 서기관 처벌에 술렁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가 지시한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를 챙겼던 담당 공무원이 검찰에 구속까지 당하자 세종 관가가 충격에 휩싸였다. 관가에서는 공무원으로서 청와대를 비롯한 상부 지시를 따른 것일 뿐인데 너무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동정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낙하산 인사의 원인을 제공한 상부 책임은 묻지 않고 실무 담당자만 처벌받게 한 '꼬리 자르기'의 전형이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서부발전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산업부 S서기관이 지난 8일 구속됐다. 감사원이 지난 9월 서부발전 정하황 사장 선임 과정에서 채점 조작이 이뤄져 사장 후보가 뒤바뀐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조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서부발전 임원추천위원회는 사장 후보 5명 중 3명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하기로 하고 면접 결과를 산업부 인사담당 S서기관에게 보고했다. 이때 S서기관은 "정하황 후보가 추천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고, 임원추천위 간사는 면접점수를 조작해 정 후보를 추천명단에 포함시켰다. 당시 정 후보는 박근혜정부 실세인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대구 계성고 선배로 서부발전 사장에 유력하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결국 정 후보는 지난해 11월 서부발전 사장에 선임됐다. 산업부는 "정 후보의 탈락을 받아들인다는 의사 표시였을 뿐 인위적으로 합격시키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감사원은 "정 후보가 3순위 안에 들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심정을 서부발전 임추위 간사에게 거듭 언급해 면접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사실을 고려하면 통상적인 업무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당시 감사원 권고에 따라 S서기관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경고 처분을 내렸지만 지난달 본격적인 검찰 조사로 서부발전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S서기관은 업무방해죄로 구속됐다.

세종 관가에서는 청와대가 지시한 낙하산 인사를 챙기다 구속된 S서기관에 대한 동정론이 우세하다. 한 경제 부처의 과장급 인사는 "정부 내에서는 상부 지시를 잘 수행하는 공무원이 통상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게 돼 있다"며 "임무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한 실무 담당자만 구속된 처사는 본인으로서는 억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제 부처 서기관도 "채용 비리에 개입했다면 처벌받을 일이긴 하지만 청와대와 부처 상부 지시에 따른 것일 뿐인데 실무 담당자가 징계도 아닌 구속까지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S서기관의 개입 정도가 지나쳤다는 평가도 있다.

다른 부처의 인사담당 서기관은 "감사원과 검찰은 S서기관이 점수 조작에 적극 개입했기 때문에 죄가 중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공공기관장 인사철이면 이런저런 압력이 많이 들어오는데 S서기관은 도를 넘은 경우"라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공공기관장 인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윗선으로부터 낙하산 지시를 받은 공무원들이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하게 됐다. 향후 공공기관장 인사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관례처럼 공공기관장 인사에 청와대 개입이 계속된다면 '제2·제3의 S서기관'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종 정부 부처의 한 과장은 "새 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는 계속되고 있다"며 "윗선의 인사 개입에 거부해야 하지만 공무원 조직 특성상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당시 S서기관의 상급자는 이번 사안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매일경제 질문에 "해당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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